— 부동산에 쏠린 신탁…가업승계 목적 주식신탁 활용 매우 낮아
세제 혜택이 있는 가업상속제도를 이용해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려는 기업주가 상속만을 목적으로 자기 지분 주식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유언대용신탁계약’을 맺으려고 해도 피상속인인 본인의 주식보유요건에 위배되는 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주저하게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속 목적의 단순 보관계약인 유언대용신탁 체결 땐 가업상속제도 요건상 피상속인의 주식보유 요건을 위배하지 않는 것으로 규제 당국이 유권해석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주식신탁 활성화를 위한 법제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2012년 개정 '신탁법' 시행 후 유언대용신탁과 수익자연속신탁 등이 도입되는 등 다양한 신탁제도가 도입됐지만, 가업승계 목적의 주식신탁활용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배센터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가업승계를 고민하는 기업주 A씨와 본인이 직접 나눈 상담사례를 소개했다. A씨는 아들 B씨가 아직 업무경험이 미숙해 당분간 자신이 경영 자문해야 처지에서 신탁계약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계역 체결 후 증여세 과세특례를 받기 위한 가업상속공제요건을 맞출 수 있는 지가 궁금했지만, 명확한 답을 주는 곳이 없었다.
A씨 자신이 급작스레 사망, 경영 등에 미숙한 아들 B씨가 사기나 착오 등으로 증여받은 주식을 처분하는 과실로 '조세특례제한법' 관련 조항(제30조의6)에 따른 증여세 과세특례를 받지 못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식신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탁계약상 위탁자인 아들 B씨는 아버지 A씨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을 C은행에 신탁하면서 ▲회사 분할 또는 합병 등 중요사항에 대해 C은행에게 의결권 행사방법을 지시하고자 하는 경우 ▲증여받은 주식의 처분을 수반하는 신탁계약의 변경 ▲해지 등의 경우 등에 아버지 A의 동의를 받는 조건으로 신탁계약을 맺게 된다.
이 계약에 따라 경영권은 B가 행사하지만 아버지 A는 회사 분할(또는 합병) 등 중요사항이 있을 때 자신이 아들 B에게 증여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방법을 수탁자 C은행에게 지시하거나 신탁계약변경, 해지 등의 동의할 권리를 갖는다.
건강에 자신이 없는 A씨는 자신의 주식을 미리 물려줘 가업을 물려주면서 현행 조특법과 같은 법 시행령(제27조의6),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18조)과 같은 법 시행령(제19조)에 따라 올해 18살이 된 아들 B씨가 증여세를 감면받는 혜택을 받도록 해주고 싶다.
중소법인 최대주주로 10년 이상 계속 가업을 경영해온 A씨는 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50%이상을 소유해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갖췄는데, 18세가 돼 나이 요건을 충족한 아들이 자신의 주식을 증여받은 달부터 3개월 이내에 가업에 종사하고 증여일로부터 5년 이내에 대표이사 등에 취임해야 하니 요건을 충족하려면 고려할 게 많았다.
특히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에 따라 상속개시일 현재 발행주식 총수의 50%(상장주식30%)이상 10년 이상 계속 보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주식을 상속개시일 현재까지 피상속인인 본인이 보유한 것으로 보는 점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적용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배 센터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신탁제도는 재산 보유 주체가 신뢰하는 이에게 법과 사회 규범에서 허용하는 범위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법대로 안전하게 관리하고 다른 이를 위해 승계까지 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현재 한국에서는 자본시장법 제103조에 열거된 7가지 신탁가능한 재산 중 금전과 부동산에 치우쳐져 있다”면서 “현실에 맞는 법령과 해석이 주식신탁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탁은 재산을 잘 관리해 보관하다가 원하는 후계자에게 안전하게 이전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돼야 개인의 상속처럼 객관・투명한 관리와 상속집행 과정상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행 가업상속에 대한 조세특례가 주어지는 특례 대상 증여재산가액은 ‘증여한 주식가액(A)’에 ‘총자산가액(C)’에서 ‘업무무관 자산가액(D)’을 뺀 금액을 ‘총자산가액(C)’으로 나눈 값((1-D)/C)으로 구해진다.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5억원을 공제하고 30억원까지는 10%, 30억원 초과 땐 100억원 한도로 20% 를 적용한다. 특히 증여 뒤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가업상속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세 부담도 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