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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훈장대신 쪽박신세
[칼럼] 훈장대신 쪽박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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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2.1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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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취두혁 (NTN 취재국장)
거리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 걸 보니 연말이 가까운 것 같다.

연말이 되면 회사도 개인도 어수선한 가운데 몸과 마음이 바쁘게 돌아가는 등 그야말로 모두들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세청의 서기관급 이상 간부로서 48년 출생 하반기에 속하는 15명이 넘는 간부들은 저 마다 연말쯤 공직을 접고 새 삶을 찾아나서느라 누구보다도 마음이 무거워 보인다.

대부분 30년 이상을 공직에서만 보낸 이들은 바깥세상의 삭막함을 이제야 비로소 실감하면서 노후대책마련에 여념이 없다.

그래도 공직의 마감을 지방국세청장이나 세무서장이라는 기관장으로서 마치는 것은 남들이 보기에도 좋은데 이번에도 어떤 간부는 명퇴 6개월을 남겨두고 지방청 과장자리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보기좋은 계획은 이미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장본인은 중부청의 K모 조사국 과장으로 그는 지난 6월말까지만 해도 A세무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의심없이 오는 연말쯤 이곳에서 명퇴하겠지 하는 밑그림을 그리면서 성실하게 근무했으나 7월 1일자로 단행된 서기관급 인사이동에서 원치않던 지방청과장 자리로 보내져 그때부터 공직의 마무리를 멋지게 할려는 스타일이 완전히 구겨진 것이다.

A 세무서장 2명이나 지방청에서 명퇴

이 같은 얄궂은 사례를 보는 대부분의 국세청 식구들은 조직의 야박함에 몸서리를 치면서 자신도 까딱하다가는 공직의 마무리 시점에 이르러 망신을 당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명퇴일정을 세심하게 계산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이곳 A세무서장은 지난 2년전에도 B모 세무서장이 명퇴를 6개월 남겨두고 지방청으로 영전(?)해 그곳에서 오로지 홀로 쓸쓸하게 마무리를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번에 또 다시 이런일이 생겨 A세무서장 자리는 묘한 징크스가 있는게 아닌가하고 수근거림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야박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3년전 당시 L모 전 국세청장(현 모부처 장관)이 지방청에서도 섭섭지 않게 성대하게 명퇴식을 치루도록 지시했지만 명퇴식 같은 의전행사의 경우 단위 기관장이 아니고는 제 아무리 잘해보았자 흥도 안나고 차라리 아니한 것만 못한 꼴이 되자 슬그머니 없어지고 말았다.

누구든지 나이가 들면 공직을 떠나기 마련인데 이처럼 명퇴하는 노병들에게 가끔씩 조직에서 홀대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내보내는 것은 조직 전체의 사기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공직 마무리 기관장자리에서 하도록

물론 세무서장 자리는 107개로 한정돼 있고 시켜줄 사람은 넘치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공직을 마무리해야 되는 당사자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인사권자의 고뇌가 보다 아쉽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반평생을 재정역군이라는 공직에서 보낸 노병들에게 조직에서 훈장은 달아주지 못할망정 쪽박을 차게해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2000년대 들어 국세행정을 획기적으로 개혁한 A모 전 국세청장의 경우 가능하면 공직의 마무리를 고향에서 멋지게 보내도록 해주겠다는 당시의 말씀에 향수가 느껴지는 것은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 해도 틀릴 말이 아닐 것이다.

또 한가지 공직의 대부분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보낸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세무서장을 시켜 주는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조금 일찍 내보내 자기가 놀던 물에서 명퇴하도록 해주는 것도 바람직한데 이건 어디까지나 인사권자의 몫이다.

바로 이러한 것이야말로 납세자에게 내건 ‘따뜻한 세정’이 자기네 식구들에게도 따뜻하게 느끼면서 공직을 떠나게 하는 아름다운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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