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을 역임하고 국무위원으로 입각했던 대 선배들도 ‘전임 국세청장’의 자격으로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분필’을 잡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날 위촉식 분위기는 명예교수로 모시려는 후배들보다 ‘모심’을 당하는(?) 선배들이 더 흥분돼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초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교육원 관계자들은 ‘하늘같은’ 선배를 찾아가 “여건을 어렵지만 허락해 주십시오”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면서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고 합니다.
거절할 수 있는 이유가 너무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륜과 능력, 사회적 지위 등을 감안할 때 교육원의 초라한 강사료 봉투를 내밀기가 민망스러웠고, 대부분 명망 있는 일터에서 훌륭한 위치에 있는 분들이라 교육원에 출강하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는 기우(杞憂)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현실적 교육환경에서 ‘모심’이 필요하다는 말을 꺼내자 ‘올드보이’들은 한결같이 “걱정마라, 기꺼이 참여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들은 “우리가 누구고, 국세청이 어떤 국세청인데...”라면서 “후배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할 일이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격려해 교육원 관계자들이 가슴 뭉클해 했다고 합니다. 현직에서도 그렇고 퇴직 후에도 그렇고 ‘유별난 국세청’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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