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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조세연구원의 ‘입’
[칼럼] 한국조세연구원의 ‘입’
  • lmh
  • 승인 2007.02.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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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정창영 (NTN 편집국장)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면 기본적으로 시장참여자들의 행태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시장참여자들은 정책당국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고 있다” “토지에 대한 종부세는 도입 타당성이 있지만 주택은 문제가 있다” “국세인 종부세를 고가 부동산의 미실현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로 접근한다면 나중에 양도할 때는 세금으로 낸 종부세를 정산해 줘야 한다”

얼마 전 ‘부동산 세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조세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이 밝힌 내용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힘들게 ‘랜딩’해서 이미 돌아가고 있고, 종부세 미실현 자본이득과세만해도 치열한 토론과 법리논쟁을 거쳐 일단 잠복한 상태다. 물론 헌법 문제를 포함해 더 따져봐야 하는 과정이 남아있지만 지난해 12월 경이적인 신고납부 기록을 남기며 종부세는 시행세제로 자리를 잡았다.

어렵게 시행되고 있는 세제라고 해서 ‘딴지’ 걸지 말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종부세는 앞으로도 치열한 토론과 시장상황에 따른 변모를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실제로 지금 이 시간에도 부동산 세제를 토론하는 자리에서는 이 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종부세를 비판하는 주장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시행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비교적 완만한 표현으로 종부세 문제를 지적한 이 연구위원의 주장에 시선이 고정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연구위원이 한국조세연구원 소속이기 때문일 것이다.



91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당시 재무부 조세정책과는 조세연구원 설립이라는 프로젝트 기획을 보안 속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조세제도나 조세행정, 이와 관련된 정책의 논리적 기초가 부족해 애를 먹고 있던 재무부 세제국으로서는 회심에 찬 계획이었다.

한국개발원(KDI)에 더부살이로 연구 용역을 의뢰해 세제입안의 이론적 기초를 근근히 마련해 가던 세제국이 소위 ‘신형엔진’ 장착을 추진한 것이다.

그해 연말 설립에 필요한 관련 법률이 마련되고 이듬해 9월 한 제약회사 사옥의 일부를 임대해 부랴부랴 문을 연 한국조세연구원 탄생에 대해 당시 세제당국이나 세정당국은 “이제야 비로소 우리도 논리적인 ‘입’을 갖게 됐다”며 한껏 고무됐었다.

뒤에 영문명칭이 KIPF(Korea Institute of Public Finance)로 바뀌었지만 조세연구원의 출범 당시 영문명칭은 KTI(Korea Tax Institute)였다. 중복 기능 정부출연 연구기관 설립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당시 경제기획원 위주의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틈틈이 재무부 연구용역을 ‘덤’으로 해 주던 KDI에 대응하는 개념도 있었다.

곧 바로 ‘원활한 교류’를 위해 국장급 고위공무원을 파견해 상근 시킨 재무부 세제국과 국세청은 한국조세연구원을 ‘한 가족’처럼 챙겼다. 조세정책과 주요 행정 개선의 핵심이 연구원을 통해 사전 분석되고 검토됐음은 물론이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지난 2004년 기준으로 약 8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수탁용수입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수입원은 역시 정부출연금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특성이 그렇듯이 한국조세연구원을 순수한 이론 연구기관으로 보기는 어렵다. 세제정책이나 국세행정이 원하는 방향의 길을 터주고, 위험요소를 사전에 철저히 제거해 주는 임무 또한 중요하다.

공무원이 챙기기 어려운 문제를 연구원 박사들이 검토해 제시해 주는 의미가 강하다. 정부당국도 예민한 대목에 대해서는 전문연구기관의 검토를 마친 내용이라는 ‘확인도장’을 강조한다. 국민들은 또 이를 믿는다.

결과는 최종 판단한 정책 ? 행정당국자 책임이지만 엄밀하게 본다면 우리나라 주요 세제나 세정에 대한 평가는 당국과 함께 조세연구원도 같이 받아야 한다는 비약적 해석이 일부 제기되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또 한국조세연구원은 정부의 조세정책이나 행정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이전 단계부터 참여하는 특성이 있다. 이를 통해 정부에 정책의 당위성 내지 부당성을 제시하게 된다. 제시된 견해에 대해 이후 검증과 판단과정이 이어지지만 태동단계에서 초기 정보를 독점하며 참여한 역할 또한 막중하다.

정책과 행정이 건강해지려면 초기정보와 이에 대한 연구가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한국조세연구원이야말로 경쟁력 있고, 소신 있는 연구결과를 내야 한다. 정부 의도에 억지로 꿰맞추거나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지적하지 않고 포장하는데 급급하다가는 관변연구단체 종사자들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나팔수’라는 오명을 면하기 어렵다.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해 먼저 말해야지 일이 터진 뒤에 말하는 것은 ‘변명’일 수밖에 없다. 요즘 참여정부에 대한 정리차원의 종합평가가 연일 봇물을 이루고 있다. 평가하고 토론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고 자유지만, 참여했으면서도 결과적(?)으로 방관자적 입장에서 말하는 자가당착적 현장도 자주 목격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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