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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호재 vs 악재…자율공시 헛점 노렸나?
한미약품, 호재 vs 악재…자율공시 헛점 노렸나?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6.10.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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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수출 뒤 계약해지와 식약처 권고 고의성 '늑장 공시' 의혹
 

지난해 8조원 계약에 이어 1조원대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는 한미약품의 대박행진에 동참했던 투자자들이 하루만에 날벼락을 맞았다. 2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던 개미 투자자들은 이번에도 투자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표적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한미약품의 주가는 곧바로 5%이상 상승했고 증권가의 목표주가도 대폭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장 시작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터진 기습 악재에 주가는 급락했다.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이 내성 표적 항암신약 '올무티닙(HM61713)'의 권리를 한미약품으로 반환하기로 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한미약품은 이날 베링거인겔하임이 자사에서 도입한 표적 항암신약 기술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도를 서두르며 주가지수를 강하게 끌어내렸다. 100만원을 훨씬 넘겼던 증권가 목표주가를 무색하게 하며 10% 이상 떨어져 한때 50만4천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루 사이에 한미약품 주가는 호재와 악재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유가증권시장에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날보다 18.06%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인 50만8천원에 마감했다.

한미약품으로부터 지난해 7월 올무티닙 기술을 도입하기로 한 베링거인겔하임은 "올무티닙의 모든 임상데이터 재평가, 폐암 표적항암제의 최근 동향과 미래 비전을 고려해 해당 물질에 대한 임상을 더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약품은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 수출했던 내성 표적 폐암 신약이다. 한미약품의 내성 표적 항암 신약 '올무티닙'이 임상 2상 시험에서 중증 피부 이상 반응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가 2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올무티닙' 논란에 대해 설명하기 앞서 인사 및 사과를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올무티닙염산염일수화물 함유제제'(이하 올무티닙)에 대해 허가 후 임상시험 수행 과정에서 중증피부 이상반응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증피부 이상반응은 심한 급성 피부점막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하며 주로 약물 투여 후 주로 4~30일 이내 증상이 발생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호재 공시에 이은 악재 공시로 주가가 출렁인 한미약품에 대해 정밀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가 있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장에서는 한미약품이 호재 공시를 먼저 내놓아 주가가 오르던 장중에 느닷없이 악재성 공시를 띄워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 전문가와 거래소 관계자는 "두 가지 공시 내용 모두 갑자기 발생한 일은 아닐 것"이라며 "한미약품이 너무 늦게 대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미약품은 폐암 치료 신약 올무티닙에 대한 식약처의 처방제한 권고(9월 30일)가 있기 일주일 전 신약의 부작용에 따른 환자 사망 사실을 식약처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약품은 식약처에 지난달 23일 ‘신약을 투여한 환자 3명에게서 나타난 부작용(2명 사망, 1명 회복)이 신약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임상시험 환자 3명의 부작용을 신약 투약에 따른 것으로 처음 보고한 것이 이 때였다. 

국내에서 임상시험 과정에서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15일 이내에 식약처에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한다. 

한미약품은 지난 4월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 1명이 피부가 썩는 ‘독성표피괴사용해(TEN)’ 증상으로 사망한 사실과 6월 같은 증상이 나타난 환자 1명이 입원 후 회복했다고 알렸지만 이 때까지는 환자의 부작용과 신약 간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아 식약처는 환자 첫 사망 보고를 받은 지 1개월 뒤인 5월 올무티닙 시판 허가를 내줬다.

식약처는 지난달 23일 한미약품의 보고 후 이를 뒷받침할 추가 자료를 요청했고, 한미약품이 27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 자료를 제출한 이후 식약처는 다음 날인 30일 오후 4시 15분경 올무티닙의 신규 환자 처방을 제한하도록 권고 조치했다.

▲ 기술수출후 중단된 한미약품 '올무티닙' 중증피부이상반응 발생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런 상황이 진행되던 29일 한미약품 측은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 제넨텍에 1조 원대 기술 수출을 했다”고 공시했다. 주가는 상승했고 증권가와 언론은 한미약품 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다음날 베링거인겔하임의 올무티닙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가 공시되자 65만4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50만8000원까지 떨어졌다. 시장은 패닉에 빠졌고, 신약 부작용의 위험성을 알리는 식약처의 권고 조치에 대한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업계에서는 호재성 공시를 앞두고 식약처의 권고가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려고 한미약품이 일부러 식약처가 요청한 자료를 늦게 제출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논란과 관련해 자율공시제도 자체의 허술함을 지적하기도 한다. 기업이 직접 공시를 하고 한국거래소가 사후에 그 진위를 가리는 현행 공시제도의 헛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통상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중대한 사안은 다음날 개장 전에 공시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미약품은 이미 29일 오후 7시 6분 계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개발 중단 이메일 통지를 받았지만, 실제 이를 공시한 것은 다음날 오전 9시29분이다. 굳이 시간차를 둔 것이 특정 투자자들이 주식을 미리 팔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미약품 측은 한국거래소와의 협의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을 뿐, 고의성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투자자들은 자율공시제도에 따라 기업 측의 판단 하에 즉시 공시 표출이 가능한 만큼 이번 한미약품의 불성실공시로 인해 "눈 뜨고 피해를 본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호재성 공시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컸지만 공시사유가 발생한 다음날 안에 공시하도록 돼있는 현행 자율공시 규정을 한미약품이 어긴 것은 아니다.

공시 투명성을 제고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불성실공시 법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식약처는 4일 오전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한미약품의 폐암 신약 ‘올무티닙’에 대해 중증피부 이상반응은 나타났지만 기존 치료에 실패한 말기 폐암 환자에서 올무티닙의 유익성(benefit)이 위험성(risk)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말기암 환자 제한적 사용의 단서와 함께 일단 판매허가는 유지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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