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면서] 정영화 세무사(경제학 박사)
三道峰이라는 봉우리가 말해 주듯이 3개도(道)와 5개군(郡)에 걸쳐 있다. 즉 전라북도의 남원군, 전라남도의 구례군, 경상남도의 하동군·산청군·함양군이 그 것이다. 필자는 지리산 자락인 산청군에서 태어나고 그 곳에서 중학교까지를 다녔다. 그래서 지리산은 늘 큰산, 가보고 싶은 산으로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정치인들을 보면 늘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등산을 하는 것을 본다. 지리산을 오를 때마다 출발점을 달리하였다. 최근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는 등산로는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중산리를 거쳐서 지리산을 가다보면 경상도·전라도·충청도 등 팔도사람을 모두 만나게 되고 천왕봉정상에서는 팔도 말잔치가 열린다. 처음 지리산을 갈때는 1998년 이었고 중산리에서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계곡)으로 이어지는 당일 코스이었는데 필자의 나이 55세이었다.
우리나라가 IMF의 위기에 처한 때였고 개인적으로도 인생의 고비를 넘고 있다고 생각하여 등산의 목적을 ‘인생을 뒤돌아 보며’라고 정했는 데 천왕봉아래 고사목(枯死木) 단지를 지나면서 오래된 나무에 한쪽은 잎이 나지 않는 데도 다른 한쪽은 잎을 열심히 피우는 것을 보면서 살아 있는 동안 열심히 살아야 겠다라고 생각하였고 같이 동행한 선배가 55세라고 세 번씩이나 이야기하여 나는 55세임에도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전문직업인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일할 것인가라는 것에 대한 정답도 얻었다. 일할 수 있는 때까지 일하여야겠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에 도달하였다. 몇해동안 큰 산은 설악산만 가다가 2005년 지리산 종주를 하기로 하였다. 과거의 지리산 종주는 구례 화엄사에서 시작하여 산청 대원사까지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은 노고단에서 시작하여 천왕봉까지의 25.5km를 걷는 것을 종주라하고 길도 넓고 이정표도 아주 자주 세워 놓아서 길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1박 2일로 지리산 종주를 하는 데 첫날은 성삼제에서 벽소령산장까지 아홉시간을 걸었고, 둘째날은 벽소령산장에서 아침 4시30분에 출발하여 중산리에 오후4시30분에 도착하는 열두시간의 강행군을 하였다.
장터목대피소에서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고 마지막 오르막 코스를 오르는 데 선배왈 ‘이때는 젖먹던 힘으로 오르는 거야’라고 하였다. 서로를 격려하는 말이었다. 2006년에는 집사람도 지리산 한번 간다고 친구에게 약속하는 바람에 백무동(계곡)에서 천왕봉과 쓰리봉을 거쳐 대원사 못미쳐 치밭목이라 친구의 별장까지를 하루동안에 12시간 30분을 강행군하는 산행이 있었다.
큰 산을 오르고 난 후 가장 놀란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지리산의 어떤 지점에 서면 첩첩히 산만 보이고 태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갖는다. 많은 여성분들도 다녀오는 지리산, 건강이 허용할 때 각자의 형편에 따라 다녀오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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