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0:56 (일)
[특별기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
[특별기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자
  • 日刊 NTN
  • 승인 2016.02.03 1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도선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편집위원,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제2차 대전 이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룩한 자랑스러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큰 과제가 남아 있다. 선진화가 바로 그것이다. ‘선진국 문턱’이란 말을 입에 달기 시작한 지 어언 10년을 훌쩍 넘겼는데도 ‘선진사회’라고 자부하기엔 어림없다. 변명거리야 많겠지만 가장 큰 걸림돌이 정치라는 데에는 이견이 별로 없을 성싶다.

정치권은 국민의 따가운 눈총 따위는 아랑곳없이 지금도 후진성을 맘껏 과시하는 중이다. 총선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닥쳤는데도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해 빚어진 헌정 사상 초유의 ‘지역구 실종’ 사태 장기화도 그렇지만 ‘상향식 공천’을 둘러싼 논란도 몹시 볼썽사납다. 국회의원 후보를 당원이나 유권자가 뽑는 지극히 당연한 절차를 놓고 웬 요설과 장난질이 그리 많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상향식 공천은 여야가 너나없이 거듭 다짐한 대(對)국민 공약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2년 대선 당시 ‘여야 동시 국민참여경선’을 정치 쇄신 공약의 하나로 내걸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줄기차게 주창해 왔다. 작년 12월에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안철수 의원 탈당에 따른 당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며 ‘상향식 공천 혁명 완수’를 수습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야권은 그러나 상황이 복잡해졌다. 새정련이 ‘친노(親盧)’니 ‘비노(非盧)’니 하며 사사건건 충돌하다 끝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쪼개진 이후 두 당 모두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우리 정치 풍토에서 인재 영입은 곧 공천 보장을 가리키므로 적어도 이번 총선에서 전면적인 상향식 공천은 힘들게 됐다.

여당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한때 거센 당내 반발로 상향식 공천이 물 건너가나 싶었으나 김무성 대표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로 다시 추동력이 살아나는 분위기다. 상향식 공천을 둘러싸고 친박(親朴)계와 비박(非朴)계가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를 벼르며 세 결집에 들어간 새누리당에는 전운이 잔뜩 감돈다.

친박계는 인재 영입과 ‘물갈이’가 힘들고 여론조사가 왜곡될 소지가 크다는 등의 논리로 상향식 공천에 결사반대다. 그러나 야당처럼 새 인재로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민주투사나 각 분야의 전문가가 절실했던 과거와 달리 새누리당은 지금 인재가 넘쳐나고 영입되고 싶어 안달 난 사이비 인재도 부지기수다. 한두 명 빼곤 그저 그런 이들을 인재랍시고 호들갑 떠는 야당 흉내나 내기보다는 있는 인재나 잘 활용하는 게 낫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TK에서 특히 두드러지지만 친박계가 말하는 인재 대부분이 ‘진박’ 내지 ‘참박’인 것도 민망하다. 말이 좋아 인재 영입이고 물갈이지 실은 ‘권력자의 자기 사람 심기’라는 비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정치신인’ 운운도 가당찮다. 공천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정치신인이 훨씬 더 잘 나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 정치신인을 키우려는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선거구 획정을 이리 끌지는 않았을 게다. 여론조사용 안심번호 도입 반대도 부정확성과 시간 부족, 비용 부담이란 표면적 이유보다는 이미 구축해 놓은 당원선거인단이 배제될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그럴듯하다.

이런 맥락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가 “아직 산소에 떼도 입히지 않았는데 정치적 아들이라는 사람이 아버님 무덤에 침을 뱉고 있다”며 김 대표를 힐난한 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에는 소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공천이 좌우됐다”는 김 대표의 ‘고백’을 대놓고 반박할 뻔뻔한 정치인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멀리 볼 것 없이 2008년 친이(親李)계의 ‘공천 학살’과 4년 후 친박계의 ‘보복 공천 학살’이 좋은 예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제1조 제2항에 못 박고 있다. 국회의원 후보 선출이든, 정치권 물갈이든 대통령이나 정계 실력자가 아니라 나라의 주인인 국민 몫이란 얘기다. 투표권을 당원에게 국한시키느냐, 아니면 일반 유권자도 참여시키느냐는 부차적 문제다.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 스스로 후보를 공천하고 선출할 능력이 얼마든지 있다. 부작용도 없지는 않겠지만 어디 한술 밥에 배부르랴. 여든 야든 형편 되는 대로 시행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권력자가 국민의 이름을 팔아 공천권을 독점하고 정치인들을 줄세우는 후진 정치를 끝장내는 것이야말로 선진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번 총선에서 상향식 공천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