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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재정 조기집행 반복…실효성에 의문 '솔솔'
12년간 재정 조기집행 반복…실효성에 의문 '솔솔'
  • 日刊 NTN
  • 승인 2015.01.2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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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변동성 높여 성장률 꺼뜨린다' 반론에 매년 추경예산 편성의 빌미 제공도

지방재정 건전성  및 지역 경기 악화 우려도 제기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 성장률이 낮다가 하반기 높아지는 것)' 형태로 성장할 것이라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예측이 빗나가면서 재정 조기집행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상반기에 어려울 것으로 보고 하반기 중에 쓸 돈을 미리 당겨서 썼는데, 하반기에도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면 집행할 예산이 부족해 경기가 더욱 나빠지는 일종의 '재정절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재정 조기집행은 오히려 경기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는 의견이다.

작년의 경우 상반기에 재정의 58%를 투입한 데다 세수 부족까지 나타나 정부가 4분기에 쓸 수 있는 재정여력이 더욱 줄었다. 이는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전기비 기준)이 0.4%로 뚝 떨어진 원인이 됐다.'

◇ 12년간 재정 조기집행
26일 정부의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03년 재정 조기집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2008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 차례도 예외 없이 상반기에 재정 지출을 더 많이 했다.

재정 조기집행은 기본적으로 '상저하고'의 경기 전망을 토대로 한다.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면 '상저하고의' 경기 변동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맞은 2009년에는 재정의 64.8%를 상반기에 썼고, 2010년에도 61%를 조기 집행했다. 이후 2011년 56.8%, 2012년 60.9%, 2013년 60.3%, 지난해 58.1% 등 비슷한 기조를 이어왔다.

정부는 올해도 내수 회복과 경기 대응을 위해 재정의 58%를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에서 인건비·기본경비 등을 제외한 303조5천억원 가운데 176조원을 상반기에 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경제에 파급 효과가 큰 일자리, 사회간접자본(SOC), 서민생활안정 분야의 경우 연간 예산의 60%를 상반기에, 나머지 40%를 하반기에 투입키로 했다.

그간 재정 조기집행은 경기 진작에 일정 부문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재정 조기집행이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가 재정 조기집행 등 효과적인 정부 정책으로 2009년 세계경기 침체를 극복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2009년에는 공격적인 재정 조기집행으로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되기도 했다.'

◇ '경기 변동성 높여 성장률 꺼뜨린다' 반론도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정부와 한은의 상반기 경기 전망이 어긋나면서 재정 조기집행이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최근 4년간(2011∼2014년) 한국 경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4월 수정경제 전망 기준)했다.

그러나 2013년을 제외하고 경제는 상반기에 성장률이 오르다 하반기에 둔화되는 '상고하저(上高下低)'를 보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고하저' 경기 상황에서 재정 조기집행은 경기 변동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의 연간 예산이 100원이라고 했을 때, 상반기에 60원을 쓴 상태에서 하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안 좋아지면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해진다.

여기에다 세수 부족 사태까지 맞아 예상보다 세금 10원이 덜 걷히면 결국 하반기에 쓸 수 있는 돈은 30원밖에 없어 경기가 더욱 주저앉는다는 것이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재정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한 이후 하반기에는 쓸 여력이 없으면 경기가 더욱 위축된다"며 "계속해서 '상고하저'의 경기 패턴이 나타나는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세수 부족 탓에 정부 지출이 줄어들면서 성장률이 0.4%로 급락했다.

한 국책연구원 연구원은 "연간 경제성장률이 잘 나오려면 1분기 성적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1분기 성장률을 높여 출발선 자체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재정을 당겨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정 조기집행이 상반기 경기가 나빠지는 것을 막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을 것"이라면서도 "조삼모사라고 표현할 수 있는 조기집행은 그 자체만으로는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도 "재정 조기집행이 상반기 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연간 성장률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재정 조기집행이 추경 편성 빌미 되기도
상반기 조기 재정집행이 매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의 빌미를 주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에는 없었지만 추경은 재정 조기집행과 더불어 우리나라 재정운영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재정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했는데 하반기 경기가 좋지 못하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해진다. 추경 편성은 국가부채를 늘려 재정건전성을 악화할 수 있는 요인이다.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자금 부족분을 조달하려고 정부가 빌리는 일시차입금의 이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세수 유입과 재정 지출의 속도 차가 나는데다 세금을 미리 걷을 수도 없기 때문에 정부는 조기 재정집행을 한 이후 재원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한국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쓰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9월 한국은행 차입과 재정증권 발행 등 일시차입 과정에서 지급한 이자는 154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정부가 작년 예산안에서 제시한 일시차입금 이자상환 예산인 600억원의 세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자체별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재정을 조기 집행하면 차입금 부담 등으로 지방재정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지역 경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백 교수는 "무조건적인 재정 조기집행보다는 경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기집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기 부양이 목표라면, 재정을 투입했을 때 효과가 높은 곳에 적절히 배분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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