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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가업상속 세금 0원, 노골적 부자감세”
“500억 가업상속 세금 0원, 노골적 부자감세”
  • 정영철 기자
  • 승인 2014.10.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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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추경 세법개정안’ 가업상속공제 문제있다”

  김현미 의원 "자영엽자 1억원 상속시 1천만원 상속세과세

 주식 사전 증여해도 200억원까지  저율과세" 형평성 지적

 상속세 및 증여세 최고 세율은 50%로 우리나라 모든 세목 중 가장 높은 세율을 설정하고 있다. 만약 500억원이라는 거액을 상속받고 배우자, 장례비 등의 여타 공제 변수를 적용하지 않았을 경우엔 245억 4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공제 변수를 제거하면 1억원을 상속 받아도 1000만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 형태의 재산이 아니라 500억원 규모의 가업을 상속받으면 이 모든 세금이 사라진다. 신설되는 정부의 ‘가업상속공제’ 제도 덕분이다.

 20년 이상 경영한 500억원 규모 가업을 상속받으면 상증세법에 규정된 가업상속공제에 따라 500억원 한도까지 공제되기 때문에 상속세로 내야 할 세금 245억원 4000만원 전액을 면제 받는다. 근로소득자, 자영업자에겐 꼬박꼬박 과세하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업가에겐 245억원이나 면세해 주는 것으로 과세형평성에서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김현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7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는 과세불균형 현상을 초래해 계층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노골적인 부자감세가 아니냐”고 따졌다.

 가업상속공제란 가업으로 이룬 사업을 일정 조건을 갖추어 자녀들에게 상속할 때 상속세를 감면하는 제도다. 기업을 영위하는 일부 계층에만 주어지는 일종의 특혜인 만큼 상속세 부과 시 가업승계가 힘들어질 경우 등에만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2008년 MB정부 이후 매년 거듭되는 세법 개정은 가업상속공제제도의 한도와 대상을 큰 폭으로 확대하며 ‘세금 없는 부의 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점차 넓혀왔다.

 김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노골적 부자감세안인「2014년 세법개정안」은 그 절정을 보여준다. 가업상속공제의 당초 도입취지와는 달리 과도하게 범위가 확대되고 공제폭도 커졌다. 2014년 세법개정안의 부제는 무려 ‘경쟁력을 갖춘 공평하고 원칙이 있는 세제’다.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와 같은 서민·중산층의 세금은 늘리면서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기업주들이 내는 상속세를 깎아 주는 것을 ‘부자감세’가 아닌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현행 가업상속 공제요건은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포함하고 있다. 법인세 납부 전체 법인 약 48만3000개 중 매출액 3000억원 이상 기업은 0.2%인 748개이다. 전체 법인의 99.8%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으로 세법개정과 상관없이 이미 해당한다. 2014년 세법개정안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매출액 5000억 미만으로 대상을 확대하면 전체 법인 중 5000억원을 넘어서는 357개 (0.07%)를 제외한 모든 사업자가 속한다. 물론, 부동산업 등 비적용 업종은 제외된다.

 피상속인 요건도 대폭 완화했다. 기존 경영기간 10년을 5년으로, 보유지분 50% 이상을 25% 이상으로 완화했다. 상속인 요건도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 2년 이상 기업에 종사해야 했으나 폐지됐다. 이 정도 되면 엄밀한 의미에서 가업으로 보기 힘들다. 사업주가 사망 전에 얼마든지 계획적으로 상속세를 회피할 수 있게 되었다.

 사후관리 기간 10년은 7년으로 축소됐고, 업종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완화됐다. 가업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고 고용을 유지해야 했으나, 모두 완화됐다. 상속세만 면제받고 처분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의무를 철회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정확한 효과 분석 없이 거의 매년 혜택을 확대하는 세법 개정이 이제 법적 안정성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500억원인 가업상속공제 폭을 1,000억원으로 늘리면서 정부는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 한도도 확대했다. 현행 3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높였다. 이렇게 되면 200억원까지는 주식증여를 해도 일반 증여세(10~50%)보다 훨씬 낮은 세율(10~20%)이 매겨진다. ‘명문 장수기업’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가업상속과 관련해 증여세 부분을 건드린 것은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가업상속 공제액 확대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박근혜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사안이다. 8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9월 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중소기업인들의 간담회에서 건의를 받은 뒤 전격 수용했다. 최경환 부총리의 상속세 및 증여세 무력화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당시 최경환의원은 가업승계 때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가업승계 대상 기업의 비상장주식을 평가할 때 장외거래가나 액면가 중 낮은 것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당시 최 의원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가업상속을 가정한 비상장 중소기업 상속 때 국내 상속세 부담이 독일의 10배, 일본의 4.5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선진국에선 제도의 본래 취지를 지키기 위해 이미 대상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가업 승계가 활발한 일본은 애초부터 비상장 중소기업만을 공제 대상으로 삼고 있고 독일의 경우, 매출액 제한은 없지만 사업용 자산이 전체 자산의 90% 이상인 기업에게만 공제 혜택을 주는 등 승계 기준이 까다롭다. 독일은 상속세가 최대 30%로 우리나라(50%) 보다 낮은 만큼, 매출액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기업들의 공제 혜택이 제한된다.

 김 의원은 “내용의 알맹이는 쏙 빼놓고 단순히 외국을 따라가선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정작 가업상속공제는 사정이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거의 혜택이 가지 않는다. 기업의 부채가 많고 이윤이 적기 때문에 후대에 물려줄 재산이 많지 않다. 그래서 매우 엄격하게 운영되어온 제도인데,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 부자감세 정책의 하나로 감면 요건이 매우 완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업상속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삼성이다. 2014년 세법개정안의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상속증여세의 본질적 기능인 소득 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고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지 못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자감세안”이라며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은 제고돼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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