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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비가 출세하는 세상이 보고싶다
[칼럼] 선비가 출세하는 세상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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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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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왈] 최두혁(NTN 편집부국장)
몇몇 지방국세청장 자리가 열흘이상 비었는데도 불구하고 후임청장 및 국장급에 대한 인사발표가 질질 끌더니만 결국 엊그제야 비로서 그 이유가 대강 밝혀졌다.

느닷없이 이주성 국세청장이 후진을 위한다는 대외적인 명분을 내세워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놀랄만한 뉴스가 바로 그 이유라는 것을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것이다.

왜 사표를 갑작스럽게 제출했는지 그 속사정은 오리무중인 가운데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후임 국세청장에 전군표 차장이 자연스럽게 바통을 이어 받는다는 것이 定說(정설)이고 차장에는 1급인 H모 지방청장이, 그 자리에는 몇몇 유능한 고위직 간부들이 거명되고 있는데 곧 결판이 날 모양이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정황은 높은 분들에게 국한된 일이고 진짜 1만7000여 국세청 식구들의 관심은 후임 청장이 그저 자신들에게 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그 바람은 곧 인사문제로 연결되는데 이 문제만큼은 아무리 지적을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인사가 만사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그동안 국세청 간부들 중 공무원의 꽃이라 불리우는 1급(관리관)에 오른 대부분의 간부들의 면면을 보면 업무와 관련된 실력뿐만 아니라 그 이외에 또 한가지 윗분들 한테 잘 보여야한다는 것으로 어떤 이들은 이것도 능력이라고 비꼬는 말을 내뱉곤 한다.

시쳇말로 손금이 다 닳을 정도로 승진과 관련해서 처신해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비스타일의 간부들이 출세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그러니까 제 아무리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만 묵묵히 한다고 한들 그 결과는 뻔한 뻔字(자)라 승진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세청 간부들의 경우 우리가 흔히 인품이 훌륭한 분들을 일컬어 ‘선비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이같은 선비들이 1급까지 오른 것은 그 이야말로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몇 안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5년쯤 수도권 지역의 S세무서 J모 서장의 경우 직원들로부터 선비라는 칭송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아온 그런 훌륭한 분인데도 불구하고 해당 L모 지방청장은 그에 대해 무능하다면서 별관심을 보이지 않는 반면 직원들로부터 무식하리만큼 ‘호랑이 서장’이라고 호칭을 듣는 D 세무서 S모 서장이야말로 능력을 갖춘 간부라고 공개적으로 칭찬하곤 했다.

그후 선비라고 불리우는 J모 서장은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 본청 조사국장까지 올라 명퇴하였고 호랑이 세무서장은 서기관을 끝으로 그만두고 현재 서울 강남지역에서 세무 대리인으로 지내고 있다.

그렇다면 선비가 무언인지 새삼스럽게 국어사전을 들쳐보니 학식은 많으나 높은 벼슬까지는 오르지 못한 사람, 學德(학덕)을 골고루 갖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국세청의 고위 간부들 중 대표적인 인물은 ▲C모 국장(행시 17회) ▲K모 국장(행시 19회) 등 2명으로 이들은 정상적인 공무원 사회라면 누가 뭐래도 1급 이상까지 승진해야 하는데 어디 세상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이들을 존경하는 많은 직원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선비 국장 더 이상 승진못하고 연말께 옷 벗어

이들에게 약점(?)이 있다면 단 한가지 누구처럼 윗분에게 잘 보이려고 아부를 못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 하자가 없다는 것이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이분들 중 한 분은 공직의 마지막을 현재 국장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고 또다른 한 분은 처음으로 지방청장을 끝으로 올 연말쯤 옷을 벗어야 하는 운명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인사권자도 바뀌었으니 만큼 ‘새술은 새부대’에 라는 말처럼 예전의 잘못된 관행은 훌훌 털어버리고 앞으로는 주어진 자기자리에서 묵묵히 일만하는 그런 간부들이 출세하는 멋진 세상이 오기를 1만7000여 국세청 식구들은 새 청장에게 한 껏 기대하고 있다.

아무튼 애꾸눈만 사는 세상에서는 양쪽 눈을 가진 사람이 오히려 바보 취급당하는 그런 우스개 소리가 안 들리는 공직사회가 하루빨리 정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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