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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세는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세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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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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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이형수(NTN 상임논설위원)
   
 
 
한 때 잘나가던 금융기관의 고급간부인 남편이 사망하기 전까지 K 여인은 그야말로 온실안의 화초였다. 윤택한 집안에서 자라 당시 소위 TK에 출세가도를 달리던 남편을 만나 어려움 없이 살았고 남편의 해외근무 시 세 아들과 함께 해외생활을 하는 동안에 아들들이 모두 영어를 잘 배우고 학교 성적들도 훌륭하였다.

국내에 돌아 온지 얼마 후 항상 남보다 앞서 가야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남편은 간암 판정을 받고 오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유능한 남편이 남겨 놓은 부동산과 동산이 제법 있어 상속세도 수억원을 신고 납부하였다.

신고가 끝나고 6개월 쯤 되어 세무서에서 통지가 왔다. 신고 누락된 상속재산이 있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장남이었던 남편이 세상을 뜨기 1년 전에 서울 변두리 요지에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팔아 아내 몰래 못살던 두 시동생에게 나누어 준 것이 상속재산에 합산되다 보니 수억원의 상속세가 추징되어야 할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미망인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손에 만져보지도 못했던 부동산 대금 때문에 꼼짝없이 살던 집마저 팔아야 할 입장이 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세무서 담당과장이 미망인과 같은 아파트 위 아래층에 살았는데 아파트 소음으로 서로 사이가 안 좋은 관계였던 것이다.

미망인은 그러한 사적인 문제 때문에 세무서 과장이 뒷조사를 시켜서 과도한 세금추징이 되었다고 하여 원한을 사게 되었고, 상속세 신고를 해주었던 세무사는 그럴 리가 없다고 적극 자료처리 과정을 설명해 주었지만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결국 미망인은 추징세액을 다 내지 못하고 고액체납자로 남게 되어 해외여행에도 제약을 받고 주거지도 셋집으로 내려 앉아 어렵게 살고 있다.

자살 직전에 몰린 정년퇴직 상속인

도꾜 시부야구에 사는 A씨는 큰 종합상사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5년 전에 퇴직하여 연금생활로 들어가면서 부친의 집에 눌러 살게 되었다. 97세의 부친이 사망하자 재산 상속을 받았는데 100평인 그 집이 13억엔, 예금·주식 등이 1,600만엔이었다. A씨에 매겨진 상속세가 약 50%인 6억 7천만엔으로 그만한 현금이 있을리 없는 그는 물납신청을 원했으나 담당세무사가 물납허가가 어려우니 연부연납을 신청하자고 권하는 바람에 그렇게 하였다.

연부연납허가서에 의하면 20년간에 이자까지 합쳐서 10억엔 정도를 내야 하니 연금생활자가 매년 5천만엔(우리 돈으로 5억원)을 무슨 수로 낼 수 있겠는가? 상속하자마자 바로 집을 부동산 회사에 내놓았으나 7개월이 지나도 원매자가 없고 이대로라면 7억엔에도 팔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문가 말을 너무 믿지 말고 당초에 물납신청을 했어야 한다고 후회하던 A씨는 그렇다고 “자살할 용기도 없고…”하며 한탄하고 있었다. 일본의 유명 주간지에 실렸던 이야기이다.

상속세 폐지론은 아직 시기상조인 듯

위에서 본 두 가지 사례에서와 같이 상속세가 본의 아니게 상속인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다. 이론적으로도 상속세가 이중과세라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이야기이다. 살아생전에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관련 세금을 모두 냈는데, 그 재산이 자식에게 넘어갈 때 또 세금을 물린다면 이중과세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것은 소득세 탈루가 별로 없는 선진국의 이야기이고 국민경제에서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30%가 넘는다는 경제구조 하에서는 오히려 소득세의 미흡한 부분을 메워주는 보완세로서의 상속세 역할이 더 강조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미국의 상속세 폐지 반대는 또 무언가?

그렇다면 미국에서 오히려 백만장자들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한다는 것은 또 무언가? 그 곳에는 소득세 탈세도 별로 없다는데, 속내로는 폐지하는 것이 좋으면서 제스처로 그런 거 아닌가? 아닐 것이다. 부자라면 당연히 자선과 기부가 생활습관화 되어 있는 그들이기에 사회에 대한 기부행위의 하나인 상속세를 안낸다는 게 어쩐지 부담스럽고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예컨대 조지 소르스나 에드워드 케네디가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것은 이미 재단을 만들거나 세금이 적은 외국에 신탁계정을 만들어 이미 세법 망을 빠져나갔기 때문이고, 워런 버핏도 상속세를 내지 못해 매물로 나온 기업을 사들여서 돈을 벌기 때문에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은 일부의 단편적인 이야기이고 오로지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주기 위해서 살고 있는 듯한 우리와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크게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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