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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비과세·감면 정비 쉽지 않다
[칼럼]비과세·감면 정비 쉽지 않다
  • 日刊 NTN
  • 승인 2014.07.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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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지 주필)

Ⅰ.

정부 세법개정에서 가장 쉽고, 제일 어려운 것이 비과세·감면제도를 손보는 일이다.

이미 일몰이 도래했고, 정책목적이 이미 달성됐으며, 제도의 취지를 벗어나 ‘기득권화’되고 있다는 단골 지적을 받는 비과세·감면 내용 중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실제로 폐지를 추진하면 그 과정은 벌집 쑤셔 놓은 듯 시끄러워지게 된다.

가장 특이한 현상은 세금 비과세·감면제도에 대한 정비가 논의될 때면 언제나 나타나는 분위기인 ‘원론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각론에 들어서는 이견이 심하게 맞섰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복지재원 마련이 답답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된 재정확보 방안이 ‘비과세·감면 축소’였고, 제목으로는 큰 기대를 걸만했지만 결과는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세금을 거두기로 이미 법이 정해 놓았지만 특정 목적을 위해 잠시 과세하지 않거나 감면해 주는 이 제도는 법 취지를 전제할 때 필요에 따라 가장 손쉽게 정비하고 원상회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절대 아니올시다’다. 비과세·감면 축소의 경우 현실적으로 볼 때 세목신설보다 더 어려운 분위기다.

재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부로서는 올해도 비과세·감면제도에 대한 정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어쩌면 필사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속속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심정은 충분히 알겠는데요. 만약 없애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로 귀결되고 있다. 가뜩이나 기업 활력이 떨어지고, 서민생활이 팍팍해지는데 그동안 해오던 지원을 끊기에는 정부도 이만저만 눈치가 보이는 것이 아니다. 정말 답답한 현장이다.
 

Ⅱ.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 감면제도는 모두 53개에 이른다.
그 중 5000억원 이상 규모의 비과세·감면제도는 임시·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1조8460억원을 비롯해,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1조3765억원, 농·축산·임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1조3289억원,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1조2619억원 등이다.

올 일몰 도래 53개 비과세·감면제도 중 상위 10개의 조세감면 규모가 7조8000억원 수준에 이르고 있다.조세감면은 특정계층에 지원해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지원액이 늘고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세입기반을 축소하는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고,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며 축소를 추진하고 있지만 조세감면 건의는 매년 300건 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조세의 비과세·감면은 이 기반에서 출발한다.

지난 1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열린 ‘2014년 일몰 예정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방향’ 공청회에서는 속사정이 제각각인 비과세·감면제도의 다양성만큼이나 많은 의견이 봇물을 이뤘다.

패널로 참가한 전문가들은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대부분 공감했지만 일부는 정부의 비과세·감면 정비 ‘의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내놓았다.

특히 신규로 비과세·감면 제도를 만들거나 기존 제도를 연장할 경우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아울러 기존 비과세·감면 제도를 연장하고 싶은 수혜집단이 있다면 이들에게 입증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로 철저하게 검증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경제계를 대표한 패널은 정부의 방침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서 조세지원을 줄이고 세수를 증대시키려는데 있다고 지적하면서 올해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한다면 세수에도 오히려 문제가 생기고, 그 효과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내놓았다.

치열한 공방 속에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의견수렴은 일치점이 없었지만 조세재정연구원의 공청회는 그 해 세법개정에서 갖는 의미가 각별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윤곽은 이미 잡힌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Ⅲ.

비과세·감면 제도를 손보는 일은 실제로 세율조정이나 세목을 신설하는 것만큼이나 미묘한 사안이다. 벌써 규모가 큰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비롯해 연구개발비용 세액공제를 두고는 주장하는 각도가 확연히 다르게 나오고 있다.

국민적 관심도 무척 예민하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조세 비과세·감면 정비정책 추진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정부가 제출한 근로자 신용카드 세액 공제율을 15%에서 10%로 줄이는 안이 국회에서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근로자들이 이 부분을 민감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국회도 부담을 가졌고 정부로서도 보통 고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세사업자들이 대상이 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아주 어렵고 정부 부처마다 다른 목적이 분명한 것들이 많아 종합적인 접근이 쉽지 않은 면도 소개했다.

올 세법개정에서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정부가 지원제도를 축소할 경우 반발은 불가피하다. 이를 설득하고 조정하고 이해시키는 것도 정부 세제개편 업무의 한 부분이다. 쉽지 않은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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