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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의대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데
[국세 칼럼] 의대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데
  • 김진웅 세무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4.03.0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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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9] “응급실 뺑뺑이 사고는 지난 5년간 3만7000여건! 의사 부족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교통사고로 다친 환자가 병원 11곳을 구급차로 돌다 받아 주는 병원이 없어 결국 숨졌습니다. 이는 의사와 병상 부족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결국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해법으로 내놓았습니다.” (’24.2.19)

[대통령] “그 동안 정부는 28차례나 의사 단체와 만나 대화하며 의료개혁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국민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추진에 온 힘을 쏟을 것입니다. 의료인 여러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개혁에 동참해 주기 바랍니다” 

[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는 “生卽死 死卽生의 각오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추진 막을 것!”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냈다(’24.1.31). (生卽死 死卽生은 왜군과의 전쟁에서 이순신 장군이 하신 말인데 정부를 상대로 왠?)

[정부] 의료수요가 지속 증가됨에 따라 의대 신입생을 2000명 늘려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현재 3058명에서 5058명으로 5년간 1만명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치] 2006년 이래 의대정원은 동결되어 왔다. 역대 정부가 의대증원을 추진했지만 의사들의 집요한 반발로 번번히 실패했다. 매번 의사들은 의사 수가 결코 부족하지 않다며 의대 증원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연합뉴스] “의사는 대화하고, 정부는 퇴로 열어주길! 연착륙 위해 증원 규모 재조정 등 검토해야”(정부와 의사에게 양비론으로 모두를 탓하는 형국)

[팩트체크] 과연 한국의 의사 수는 충분할 걸까? OECD 국가들을 살펴보자. 한국 의사 수는 한의사까지 포함해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를 빼면 꼴찌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꼴찌라면 논쟁이 더 필요 없지 않나? OECD 평균 의사 수는 1000명당 3.7명이다. 한국은 1000명당 1.1명의 의사가 모자란다. OECD 중간이라도 가려면 한국은 당장 5만5000명이 더 필요하다. 한 해 2000명씩 5년간 1만명을 증원한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세계 꼴찌라는 팩트 조차도 일부 미디어는 외면하고 정부 보고 양보하란다(OECD https://stat.link/ctk9vs).

그 게 다가 아니다. 한국은 6.25전쟁 후 해마다 100만 명 이상 태어난 소위 베이비 부머(baby boomer)들이 지금 해마다 노령인구로 착착 편입되고 있다.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의 노령인구로 곧 채워진다. 이들은 의료서비스의 주된 소비자들이다. 의사가 이미 5만5000명 부족한데다가 매년 늘어나는 초고령 인구로 인하여 의사 수는 해마다 추가돼야 하는 판인데 의사를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은 후안무치이다.

OECD 통계는 한국은 간호인력 역시 부족하다고 말해주고 있다. 한국은 인구 1000명당 간호사가 8.8명으로 OECD 평균 9.8명 보다 낮다. 따라서 당장 간호사 역시 5만명이 부족하다는 간단한 계산이 나온다. 간호사가 이리 부족하다 보니 간호사들 사이에 ‘태움’ 학대를 자행하는 기이한 근무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OECD는 저출산과 장수가 앞으로 노인인구비율 급증을 가속화할 것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암울하다. 2050년이 되면 노령인구가 무려 40%를 넘어서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나라가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80세 이상인 노령인구도 17%나 될 것이라는 것이다(출처: https://stat.link/nsfcul). 

인구학적 통계자료들을 분석하면 의대 정원을 한 해 2천명 증원 해도 한참 모자란다는 결론이다. 의사가 모자라지 않다는 한국의 의사단체를 믿으려면 OECD가 거짓말쟁이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연봉 1억 올려 4억에 모십니다” 이 건 속초의료원의 의사초청 광고다. 속초의료원은 결국 연봉 상한선을 4억2000만원까지 올렸다. “수술이 없고 단순 진료만 하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그리 높지 않다. 그런데도 지원자가 왜 없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군청 측 하소연이다(조선일보 2023.02.19.). 

산청의료원 역시 5차 의사채용공고에 들어갔다. 연봉 3억6000만원에도 구인난으로 1년 넘게 전문의가 없는 의료공백 상태다. 한국 의사들의 배부른 현주소다. 의사가 품귀인데 굳이 시골의사를 할 이유가 없는 거다. 그 간 국민소득의 증가 및 수명의 증가에 따른 의료 수요는 급증했는데 의사들의 몽니로 18년째 의대 정원이 동결되어 있다 보니 의사 품귀현상이 제대로 빚어진 거다.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 졸업해서 전공의 마치고, 군대 갔다 오면 35살 무렵이 된다. 전문의가 받는 연봉이 3억, 4억원이다. 다른 학과에 가서 대기업에 들어가면 35살에 과장이고, 연봉 1억원 남짓인데 누구나 의대 가고 싶어 하지 않겠냐”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면 의료 대란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

보건복지부의 OECD 통계에도 OECD 회원국 중 한국의사들의 급여가 가장 높게 잡힌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유럽의 국민소득의 1/2 내지 1/4인 점 등을 감안하여 보면 한국 의사들의 급여가 OECD 국가중 최고인 것이다. 국력에 비하여 한국 의사들의 보수가 2~4배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의 의료비 증가율이 현저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2019~2022 사이 OECD 국가들의 매년 의료비 평균 증가율은 3.3%인 반면 한국은 매년 8.4%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250%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하겠는가? 한국 의사들의 고연봉을 시정하지 않으면 조만간 한국의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거라는 우려가 결코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OECD https://stat.link/rqlj9k).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의대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낸 용감한 의사도 있다(윤인모 성모병원 외래교수). 그 역시 의사 부족이라는 것이다. 그가 의대에 들어가던 80년대만 하더라도 전국수석이 물리학과를 갔다고 한다. 수재들이 공대를 가서 산업입국의 일꾼이 되겠다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의사 품귀로 연봉이 급등하자 초등학생을 의대준비 시키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과 학생 상위 3000명은 기초과학이나 공대는 제켜 두고 의대를 지원하니 나라의 장래가 뭐가 되겠는가.

그 간 수 많은 대통령 선거가 있었지만 국가의 장래와 의료 시스템이 잘못된 곳으로 달려가는 탈선열차를 손 본 정권은 없었다는 지적도 한다. 의료계 밥그릇은 untouchable 이었던 셈이다. 강고했던 법조 직역조차 사시를 폐지하고 로스쿨이라는 댐 수문을 열었다. 그러나 의사만큼은 여전히 그들만의 밥그릇을 챙기고 있다. 

파업에 들어간 의사단체들은 의대를 증원하면 당장 가르칠 교수 확보가 어려울 거라고 둘러댄다. 그렇다면 부족한 필수분야 의사의 충원은 외국 의사 자격증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방법이다. 전공의를 훈련할 6~10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교육환경이 나으면 나았지 나쁠 이유가 없는 OECD 선진국에서 훈련된 의사를 받아들여 의사가 없어 뺑뺑이 사망을 낳는 필수의료과목에 투입하면 될 일이다. 이는 선진 의료기술의 내국화에 기여하면 기여하였지 퇴보할 일이 없다.

대부분의 영미, 유럽국가들은 외국에서 취득한 의사자격증을 인정하고 있다. 자국 학생들이 외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돌아오면 국내에서 의사로서 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한국처럼 국내 의대가 세계 최고인 듯 국내 의사 자격증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OECD 국가 중 외국 의사자격자의 비율은 평균 18.9%이다. 이스라엘은 57.8%이다. 이스라엘 학생들이 유럽 등 외국에서 공부하고 모국에 돌아와 의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뉴질랜드나 노르웨이는 42.1%, 스위스는 38.4%, 호주는 32.2%, 영국은 31.9%다. 물론 한국은 0%이다. 그들은 왜 외국 의사 자격증을 허용할까? 그 쪽 의사들은 합리적이고 국민들이 현명하지만 한국은 기득권자들이 국민을 이겨먹어도 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출처:https://stat.link/gyo9r0).

이제 의사단체들은 아집을 접어야 한다. 언론도 정부보고 하기 쉬운 말로 대화 부족이라는 비난을 해서는 않된다. 의사의 숫자는 국민이 원하는 수준으로 결정돼야 하는 것이지 의사들이 결정할 일이 아니다. 한국은 공공의료보험 체계 하에서 의사들이 일하는 나라이다. 국민이 원하는 인원의 의료진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의료 소비자에게 있다. 의료수가는 의사들의 흥정 대상일 수는 있어도 의사 수는 그럴 대상이 아니다.

의료체계는 국민을 보호하는 4대보험의 하나이다. 의료서비스는 국민의 기본 복지다. 국민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할 권리가 있다. 의료복지의 수준은 조세를 부담하는 국민이 스스로 정하는 것이지 의사들이 정할 일이 아니다. 조세와 복지는 전적으로 주권자들의 선택사항이다. 후진국은 재정한계로 저부담(세금)·저복지(의료)정책을 구사한다. 그러나 국력이 신장되면 복지국가화되면서 고부담·고복지가 종착점이다. 북유럽이 그 예이다. 우리는 국력상 중부담 중복지 정도는 제대로 확보해야 한다.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필수인력인 의사가 없어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한국이 지금 정상인가? 과욕은 추하다. 그리고 사람이 죽어나갈 정도면 그 것은 악이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시민들이 모이면 의대 정원을 적어도 2000명씩 늘리는 ‘위업’을 달성하면 이번 총선은 여당이 이기고도 남는다고 말한다. 역대 정권에게는 두 가지 숙제가 주어졌는데 모두 실패한 과제가 의대정원 확대와 국민연금 개혁이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개혁하는 정부는 국민에게 행복과 복지를 제대로 선사하는 ‘위업’을 이루는 정권이 될 것이다.

김진웅 세무사(본지 논설위원)
김진웅 세무사(본지 논설위원)

 

•(사)한국조세연구포럼 등 다수 학술단체 회원, 감사, 분과위원장, 이사 역임 
•베르나바이오텍포리아(주) 등 다수 국내외기업 감사 및 사외이사 역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자문위원 역임
•중소기업중앙회 특별위원회 위원 역임 
•국세공무원 강의 및 명예교수 역임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MA, Tax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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