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23년 한해를 뒤로 하고 희망찬 2024년 새해가 밝았다. 누구나 새해를 맞이하게 되면 새로운 희망을 품고 새로운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비단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일 텐데, 새해에는 더 나은 국가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은 공통의 바람이 아닐까 싶다.
특히 올해는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는 해이기 때문에 새해에 거는 기대가 더 클 것 같다. 작년 한해를 간단히 돌이켜보면, 세계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인 와중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전쟁이 발발해서 세계안보와 경제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국내적으로도 폭우로 인한 자연재해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 등 여러 가지 자연재난과 사회적 사건사고들이 많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0.7명 선까지 떨어져 인구감소로 인한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크게 우려되고 있고, 국가적으로는 60조 가까운 세수결손이 발생해서 향후 국가 재정운용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제를 손질하는 것만으로 모든 국가·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관련 정책과 함께 잘 설계된 세제를 통해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 안정적인 재정조달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국민과 기업을 지원하여 국가경제를 활성화하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결혼기피현상이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세제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잘 짜여진 세제와 세정을 통해 탈법적이고 부당한 탈세를 방지함으로써 세수를 확보하고 공평과세를 달성하는 것 못지않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결혼과 출산을 장려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좋은 세제를 만드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2023년 말에 보도된 뉴욕타임즈와 CNN 등 외신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먼저 CNN은 한국이 북한의 위협을 경계하기 위해 현재 약 5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 1인당 0.78명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는 저출산 문제가 한국의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뉴욕타임즈는 칼럼을 통해 한국의 인구감소가 14세기 중세시대의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고 하면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이대로 이어지면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국내 언로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월 초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경제전문가인 경제·경영학과 교수 2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최근 경제상황과 주요 현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경제문가 10명 중 7명이 법인세와 상속세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법인세의 경우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상속세의 경우에도 OECD 평균 상속세율인 15%에 비해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의견과 함께 상속세를 피상속인이 아닌 상속인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이 있는 실정이다.
법인세나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것이 타당한지, 그리고 그 효과는 어떨지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개정 여부를 결정해야 하겠지만 세제개편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당리당략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올해는 총선을 통해 새로 출범하는 22대 국회와 정부는 인구감소 문제와 경제상황의 불확실성 등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교한 세제와 빈틈없는 세정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유지시키면서 추가 세원발굴을 통한 세수확보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세제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작년 말에 개정된 세법규정들 중 국가·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것들을 몇 가지 살펴보면, 먼저 소득세법과 관련해서는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자나 그 배우자의 출산 및 6세 이하 자녀의 보육과 관련하여 받는 보육수당에 대해 그동안 월 10만원을 비과세하던 것을 월 20만원으로 상향조정했고, 또한 그동안 자녀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손자녀도 자녀세액공제 대상으로 추가하고 세액공제액도 일부 상향조정했다.
그리고 그동안 너무 잦은 개정으로 인해 누더기처럼 되어버린 양도소득세 체계 때문에 조세전문가조차 양도소득세 업무를 포기하게 된다는 자조적인 비판이 있어 왔는데, 이와 관련해서 양도소득세에 대한 개관규정을 신설하고 또한 표를 통한 설명을 통해 더 쉽고 정확하게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한편,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경우 증여재산공제액을 10년간 5000만원으로 하던 것과는 별개로 혼인이나 출산을 하면서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경우 총 1억원을 추가로 증여재산공제 적용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여기에다 가업승계를 목적으로 주식 등을 증여받는 경우 10%의 낮은 증여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금액을 6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확대하고, 이 경우의 연부연납 기간도 그동안의 5년에서 15년으로 대폭 연장해서 세금납부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 밖에도 2022년 말 세법개정으로 상용근로자에 대한 근로소득 간이지급명세서 제출을 2024년 1월부터는 기존의 반기별 제출에서 매월 제출하는 것으로 시행이 예정되어 있던 것을 ‘소득기반 고용보험’의 시행시기가 지연된 것에 맞춰 2026년 1월부터 매월 제출하는 것으로 시행시기가 2년간 미뤄짐으로써 납세자의 협력의무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대략적으로 살펴본 것처럼 2023년 말 세법개정으로 혼인과 출산, 보육과 관련된 세제지원과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한 세제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그동안 정부가 내세웠던 합리적 세제개편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과 중산층의 세부담의 완화, 혼인과 출산 장려 등에 대한 긍적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023년 말에 개정된 세법 외에도 정부는 지난 12월 21일자로 주식시장 활성화를 명목으로,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여부를 판단하는 대주주 보유주식의 시가총액 기준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2024년 1월 1일 이후 양도 분부터는 5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한 바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의 상장주식 대주주 요건 완화조치로 그동안 상장주식 양도로 인해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던 고액 자산가 1만3000여 명 중 약 9200명 이상이 세금을 내지 않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장주식 대주주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주식시장 활성화는 되지 않고 공평과세 저해와 함께 세수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체적인 측면에서 2023년의 세제개편은 과거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꽤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정부와 올해 새롭게 구성되는 제22대 국회에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개발함과 동시에 시대변화상을 반영할 수 있는 합리적 세제개편을 통해 국민생활을 보듬고 결혼기피현상과 저출산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세제혁신에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 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 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우회 회장
•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