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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세수 결손 60조 한 해를 보내면서
[국세 칼럼] 세수 결손 60조 한 해를 보내면서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3.12.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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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해 세수 부족 규모가 60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전망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 발표했던 세수 재추계 결손 59조1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이 더 늘어난 수치다. 아직 연도 마감이 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실적은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60조원 안팎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다. 

세목별 세수 부족 규모를 보면 법인세(전체 세수 부족 규모의 43.1%)와 양도소득세(20.5%)가 약 63.6%를 차지한다. 법인의 영업실적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이미 감소세로 전환됐고, 양도소득세 등은 부동산 시장이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2023년 들어 거래량과 매매가격에서 부진한 흐름이 주된 이유다. 

해마다 거듭되는 세수 추계 오류

어쨌거나 60조원이라면 본예산보다 자그마치 15%나 어긋난 규모다. 2021년에는 61조3000억원, 2022년에도 52조6000억원의 세수 추계 오류가 발생했었다. 본예산 대비 각각 17.8%와 13.3%였는데, 올해와는 상반된 방향의 세수초과 오류였다. 3년 연속 냉·온탕을 오간 셈이니 세수 추계 정확도를 기대하던 의견들이 무색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 

기획재정부 당국은 “2021년과 2022년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기업실적이 예상외로 빨리 좋아졌고 전 세계적 통화팽창까지 더해지면서 초과 세수가 생겼지만, 올해는 다른 방향으로 고금리 상황에서 급격하게 경기하방 압력이 생기면서 법인세와 자산세수가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국세 수입은 400조5000억원이다. 정부가 예측한 올해 국세 수입의 증가율은 지난해 결산(395조9000억원) 대비로는 1.2%, 본예산(343조4000억원) 대비로는 16.6%에 해당한다. ‘역대급’으로 세수가 초과했던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은 액수다. 

지난해 8월, 이 같은 국세 수입 전망이 나오자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기 시작한 상황에서 연간 13조 원에 이르는 새 정부의 감세 정책 영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당시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대 실질 경제성장과 3%대 물가상승 영향까지 고려해도 지난해(추가경정예산 기준) 대비 1%대 국세 수입 증가율은 무난히 달성 가능하다는 설명을 했다.

하지만 그런 정부 예측은 빗나가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연초부터 국세 수입 진도율은 최근 5년 평균 진도율보다 부진했다. 그때만 해도 당국에서는 ‘상저하고’를 주장하며 하반기 경기 회복에 기대를 걸었었다. 연말이 다가온 지금 60조원이 펑크 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은 최근 3년 연속 10%대 이상 세수 추계가 빗나갔다는 불명예와 함께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세수 결손이 나고 만 것이다.

국세청의 세수확보 노력은 

연초부터 우려되던 세수 결손을 두고 가장 긴장한 기관은 국세청이었을 것이다. 세수 목표 달성은 국세청의 존재 이유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대규모 세수 결손을 전망하며 그 책임이 국세청에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는“단지 법에 따라 세금을 거두는 집행기관일 뿐인데 결손의 책임을 국세청으로 돌리는 것은 세수 집행의 이해도가 부족한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세수 결손을 채우기 위한 국세청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세무조사 강화와 중간예납 등이 세수 부족을 채우는 세입예산 조달 방식이 될 것이다. 중간예납이란 기업에는 자금부담을 분산하고 정부는 재정수입 확보라는 취지로 도입된 것으로 직전 사업연도의 법인세 절반을 미리 내거나 상반기 영업실적을 결산해 내는 제도다. 초과 세수로 세수 호황을 누릴 시절 국세청은 중간예납을 분납하는 방법이나, 소규모 자영업자 등 136만 명의 납부기한을 직권으로 3개월 연장하는 등 기한연장도 했다. 

올해에도 법인세 중간예납 납부기한 2개월 직권연장 등 기업의 자금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지속해서 실시했지만 이와 관련한 대대적인 홍보는 세수 호황 시기보다 줄어들었던 것 같다. 

한편 부족한 세수를 세무조사에 의존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인 대응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마른 수건짜기’는 실질적인 효과도 낮을뿐더러 국가 세입기관의 이미지만 실추시킬 수도 있다. 오죽하면 세수 결손을 전해 들은 기업들은 걱정부터 앞선다고들 말한다.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국세청이 이 핑계 저 핑계 갖다 붙여 세무조사 칼날을 휘두르지 않을까?’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세청이 세수 부족 우려에 맞닥뜨리면 해왔던 관행의 학습효과다. 납세자는 올해만 세금 내면 끝나는 것이 아닌 영원한 고객이다. 다만 이미 부과된 국세를 내지 않고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를 찾아내는 노력은 더 강화해야 할 일이다. 

펑크 난 세수 결손, 무엇으로 보충하나

그렇다면 이미 현실화한 ‘세수 결손’ 난국을 돌파할 묘책은 있을까? 지출해야 할 씀씀이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금고는 비었으니 난감한 일이다. 정부 입장은 국채발행이 가장 손쉬울 것이다. 

그러나 지난 정부 5년 동안 국가부채가 천정부지로 높아졌다고 비난해온 현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빚을 낸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실제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10년 29.7%에서 꾸준하게 늘어 2016년 36.0%로 높아졌고, 2021년에는 46.9%까지 치솟았다. 채무액수도 2020년 846조이던 것이 작년에는 1000조를 넘어섰고, 올해는 무려 11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경예산 편성 없이 가용재원으로 세수 결손을 채우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내국세의 40% 가량을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이전하는 법 규정에 따라 세수 결손 60조 원 가운데 약 24조원은 지방부담이 된다. 나머지 중앙부담 36조원에 대해선 약 24조원의 기금 여유재원, 4조원 안팎의 잉여금, 10조원 안팎의 불용 예산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중 기금 여유재원으로는 약 20조원 가량의 외평기금이 사용된다. 지난해부터 고공 행진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 당국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였고, 이에 따라 외평기금에 원화가 이례적으로 대거 쌓인 것이다. 당장은 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외평기금 원화를 외환시장에 투입할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고, 오히려 외평기금의 이자 손실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이밖에도 세계(歲計) 잉여금,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不用) 등으로 세수 결손을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불용 예산의 규모는 연말에 이르러서야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점과 약 24조원의 지방부담 분은 과연 문제가 없는지 우려된다.

세수 결손, 재정지출에 대한 인식 전환 계기로

세수 결손으로 어려운 여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금을 낭비하는 사례는 흔하다. 철천지원수처럼 싸우던 여야 국회의원들도 예산안 이야기가 나오면 언제 싸웠느냐는 식이다. 그들은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 경쟁에 돌입한다. 달빛고속철도 예타면제 짬짜미가 대표적이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11조3000억원짜리 고속 전철을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추진할 수 있게 하자는 특별법이 “여야 의원 261명 발의”라는 기록을 세웠다. 다행히 국회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한다. 

경제성 없는 사업이 지역 발전에 쓰일 돈을 몽땅 빨아들이고 있는 대표적 사례는 너무도 흔하다. 이런 돈으로 할 수 있었을 일을 생각해 보자. 합계 출산율이 0.7 이하로 떨어져 남의 나라에서까지 걱정하는 처지가 된 저출산 문제에 돈을 더 쓸 수도 있었고, 유지관리비를 아끼다가 행정전산망이 마비되어 IT 산업 홍보차 외국에 나갔던 장관이 망신을 당하는 일도 없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 돈이면 그렇게 쓸 수 있을까”라고 끊임없이 자문자답할 수 있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새해에는 경제 회복·구조 개혁 페달 힘차게 밟아야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좋은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5개국의 경제 성적을 평가한 결과 한국이 그리스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하였다. 우리 경제의 보루인 수출 전선에도 활기가 돈다는 소식도 있다.

지난달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8% 증가해 두 달 연속 플러스 기조를 이어갔다. 경기 회복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다.
이럴수록 강력한 경기 회복 처방과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한데 현실은 조심스럽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정쟁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각종 민생 법안이 줄줄이 표류하고,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경제 구조조정마저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내년에도 세수 결손으로 걱정하지 않으려면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경제 회복과 구조 개혁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푸른 용의 새해에는 나라 살림이 넉넉한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 경영학박사 
• 수필가       
•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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