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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기업 리쇼어링,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이 먼저다
[국세 칼럼] 기업 리쇼어링,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이 먼저다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3.10.20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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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들이 기업 리쇼어링을 적극 추진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실적은 초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3년 관련 지원 제도가 처음 생긴 이후 올해 8월까지 의사를 밝힌 기업은 160곳이었다.

폐업한 곳 등을 제외하면 돌아와 실제로 공장을 돌리는 곳은 이 중 39%인 54곳뿐이다. 같은 기간 우리 기업이 세운 해외 법인은 2만9000여 곳, 올해 1분기에만 600개 이상의 기업이 빠져나갔다. 기업 리쇼어링에 비해 해외 진출은 이른바 썰물 수준인 셈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재작년 1천844개가 유턴하였고, 일본도 매년 600~700개 기업이 유턴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리쇼어링에 공을 들이는 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기업 리쇼어링은 기업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 쇼어링의 반대말로 기업 유턴이라고도 한다. 반도체법 등을 만들어 각종 혜택을 쏟아 붓는 미국은 리쇼어링 효과로 작년에만 고용이 37만 명 늘었다. 애플, 인텔 등 첨단 기업 복귀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대기업 유턴으로 청년고용이 활력을 띠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 리쇼어링 보조금 수준이 수도권 150억원, 비수도권 300억원으로 제한돼 대기업의 복귀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낮은 노동생산성, 강성 노조 등은 기업의 국내 복귀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들이라는 것이다. 과연 지난 10년 동안 헛바퀴를 돌린 기업 리쇼어링의 문제점이 그뿐일까. 

 

□ 규제 혁신…최소한 선진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이어야

정부의 규제개혁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운영되는 ‘일몰 규제’는 총 1830건으로, 이 중 제도의 취지대로 폐지·개선된 것은 333건인데 반해, 무려 78%에 달하는 1천422건의 규제가 계속 남아있다. 그동안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없애겠다는 구호는 역대 대통령들의 단골 메뉴였다. 

전봇대 대못에 비유되기도 했고, 손톱 및 가시를 뽑아야 한다고도 외쳤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박근혜 정부는 1천507건의 규제를 완화했으나 새 규제가 1243건 생겼고, 문재인 정부도 규제 완화 7315건을 기록했지만 새 규제 2866건을 만들고 말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간한 ‘중소기업 선정 킬러규제 TOP 100’자료를 보면 기업들의 사연은 절절하다. 모 반도체 기계장비 제조업체 경우 인근의 신규 산단(産團)으로 이전을 준비하다 벽에 부딪혔다. 산단이 지정한 입주 업종에 맞지 않아 다른 업종으로 변경하는 편법을 쓰지 않으면 이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산단별 특화 주제나 주요 업종을 두는 것은 이해하지만 원천적으로 업종을 기준으로 입주를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해당 업체의 하소연이다.

한 선박용 구성품 제조업체는 사업장 외국인 고용 한도 폐지를 읍소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필요하지만 ‘외국 인력 쿼터제’ 때문에 원하는 만큼 외국인을 채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부담금 줄여야

기업에 적용되는 세금 제도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G7(주요 7개국) 등과 차이를 보인다. 한국 법인세의 과세체계는 기업 성장과 투자를 저해하고 인위적인 기업분할 등의 문제를 야기하므로 과표 구간을 단순화하고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OECD 회원국 대부분은 단일세율이지만, 한국은 4단계의 과표 구간에 누진세율을 적용받는다. 전체 세금에서 차지하는 법인세 비중도 한국은 17.4%로, OECD 평균(12.9%)과 G7 평균(10.8%)보다 훨씬 높다.

최근 대기업 세대교체와 맞물려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속세도 개선이 필요하다. 대다수 선진국은 상속인별로 실제 취득하는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 취득세’를 채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고인이 남긴 유산총액을 기준으로 모든 상속인에게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세’방식이라 세부담 면에서 불리하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로 OECD 평균인 15%보다 크게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상속세는 대부분 주식과 지분인데, 이런 자산을 매각하면서 경영권이 흔들리고 투자나 기술개발(R&D)에 쓰일 돈이 제때 투입되지 못할 수도 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사모펀드에 보유지분을 넘기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퇴사하고, 기술력을 확보했던 원동력은 흔들리기도 한다. 

준조세 부담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2019년 부담한 준조세가 67조5900억원에 이른다. 같은 해의 법인세 72조1700억원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준조세는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료, 폐기물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에 비자발적 기부금을 합한 금액을 말한다. 준조세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업의 부담능력에 비해 금액이 지나치게 많은 점이다. 

법정부담금도 특정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분 아래 국민과 기업에 물리는 준조세다. 1961년 도입되기 시작해 현재 90개에 이른다. 국제 문화·예술 교류 명목으로 징수하는 국제교류기여금,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업체가 내야 하는 학교용지부담금, 껌에 대한 폐기물부담금 등 종류도 갖가지다. 무분별한 신·증설을 막기 위해 2002년부터 부담금관리기본법을 시행했지만 부담금 규모는 2002년 7조4000억원에서 20년 만인 지난해 22조40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내년에는 24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부담금 중 상당수는 정책적인 기능을 상실한 채 사실상 재정 충당을 위한 조세로 활용되는 실정이다. 조세와 달리 납부 저항과 국회 통제가 적고, 일반회계 대신 기금 또는 특별회계로 관리돼 정부 부처의 사업비로 쓰기 쉬워서다. 하지만 사실상 증세와 마찬가지로 기업 투자를 위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더욱 그렇다.

 

□ 기업을 보는 정치권의 시각도 바뀌어야

올해도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행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핵심 수단인데 민간 기업인까지 국감 증인으로 무더기 소환하는 구태가 올해도 되풀이 되고 있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려 나오는 기업인은 2020년 63명이었던 게 지난해에는 144명으로 늘었다. 올해 기업인 증인 숫자도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 정책 자문이나 현안 대응 등에 꼭 필요한 이유로 소환하는 기업인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국회가 민간 기업인을 불러 놓고 벌세우기나 망신주기로 아까운 시간을 보내는 것은 국감의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국감은 원칙적으로 행정 부처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되 민간 기업인의 증인 소환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최소화하는 게 타당하다. 여야 정치권이 진정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뜻이 있다면 국감 증인 채택을 둘러싼 잘못된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

유럽의 빈국에서 세계 최고 부자 국가로 올라선 아일랜드가 넘치는 세수를 기반으로 국부펀드 조성에 나섰다고 한다. 아일랜드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50%에 이르던 법인세를 단계적으로 떨어뜨려 2003년부터는 12.5%로 묶었다. 유로존 평균보다 9%포인트 낮다. 여기에 지식재산권(IP) 관련 수익에 최대 50% 세금을 감면해주는 ‘지식개발 박스’ 제도 등 혜택을 추가했다.

그러자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트위터 IBM 인텔 등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가 몰려왔다. 결국 존슨앤드존슨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1700여 개에 이르는 다국적 기업을 유치했다.

아일랜드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2.2%로 유로존 경제성장률(3.5%)의 3배를 웃돌았다. 2021년 거둬들인 법인세는 153억 유로(약 22조원)로 2012년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지난해 이 나라의 1인당 GDP는 10만 달러를 넘어 과거 자국을 지배한 영국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아일랜드의 눈부신 성과는 우리 현실과 비교된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법인세 세율을 종전 22%로 되돌리는 세제 개편을 추진했으나, 겨우 1%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입법에 법인세까지 높다보니 해외기업이 오기는커녕 국내 기업도 해외로 달아날 지경이다. 

그렇다고 아일랜드를 보며 우리는 부러워만 할 것인가. 우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리쇼어링 확대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들어 있다. 리쇼어링 성과를 위해선 기업 환경 전반의 체질개선도 수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지부진한 규제개혁의 고삐를 제대로 죄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경제 5단체가 지난달 20일 개최한 ‘기업 제도개선 세미나’에선 규제를 해외 선진 경쟁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해 달라는 주문이 빗발쳤다. 이런 차원에서 경제계가 제안한 ‘원인, 투아웃(새 규제 하나를 도입하면 기존 규제 두 건을 폐지)’제도를 적극 검토할 만하다.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과감한 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리쇼어링은 매번 쳇바퀴 도는 수준일 것이다. 저성장 고통의 시간을 이겨낼 최선책은 기업을 뛰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의 실행력이 더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 경영학박사 
• 수필가       
•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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