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 이달 초 기준 7조6천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주로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이달 4일 기준 82개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72개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36개 그룹 136명이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있었다.
이들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37.1%를 담보로 제공하고 총 7조6천558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담보 비중은 29.6%에서 7.5%포인트 증가했다.
담보대출 금액도 1년 전(5조4천196억원)보다 41.3%(2조2천362억원) 늘었다.
오너 일가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은 경영자금 확보나 상속·증여세 등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다.
대주주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가가 담보권 설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로 주가가 하락해 소액 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심한 경우 경영권도 위협받을 수 있다.
1년 새 오너 일가의 대출금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은 삼성이었다.
삼성가(家) 세 모녀는 계열사 보유지분의 40.4%를 담보로 제공하고 4조781억원을 대출받았다.
1년 전(20.2%·1조8천871억원)과 비교하면 담보 비중은 2배로, 대출 금액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출 규모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조2천500억원이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1조1천167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6천611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삼성 다음으로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이 많이 늘어난 곳은 LG였다.
LG그룹 오너 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은 1년 전 1천288억원에서 올해 2천747억원으로 늘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2월과 6월에 각각 230억원과 1천180억원을 추가로 대출하면서 총대출금액은 1천770억원이 됐다. 이 역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리더스인덱스는 설명했다.
SK그룹에서는 오너 일가 10명이 주식의 51.8%를 담보로 5천575억원을 대출 중이었다. 1년 새 대출금액은 608억원 늘었다.
한솔그룹의 경우 오너 일가 5명의 주식담보 대출금액은 1년 새 170억원에서 603억원으로 증가했다. 대부분은 조동혁 한솔케미칼 회장이 대출한 것으로 증여세 납부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농심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대출금액도 200억원 이상 늘었는데, 특히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올해 142억원을 추가로 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