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9:24 (금)
[판례평석] 분할·합병이더라도 조세회피행위로서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어
[판례평석] 분할·합병이더라도 조세회피행위로서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어
  • 법무법인 율촌 박세훈 변호사
  • 승인 2022.11.0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합병 및 분할이 있었다고 해도 부동산 양도 부분만 따로 떼내어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어
- 부동산 양도, 분할 및 합병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고, 명백한 사업상 목적 없으면 조세회피목적 있어단
- 부동산 양도차익의 귀속자와 납세의무자가 다르더라도 과세처분에 문제 없어
- 합병 및 분할로 조세채무의 중대한 변경이 수반됨에도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아쉬워

- 대법원 2022.8.25. 선고 2017두41313 판결 -

● 요약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동산의 양도차익과 관련해 분할 및 합병을 통해 사실상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회피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면,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에 따른 다단계 거래에 관한 실질과세 원칙을 적용해 분할 및 합병이 없었던 상태에서 부동산을 양도한 것으로 보아 과세처분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분할 및 합병은 단순히 하나의 자산의 양도차익 계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법인세 등 다양한 조세에 영향을 주는 단체법상 행위이다. 이 사건 이전에 대법원은 다수의 사안에서 조세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분할이나 합병의 세무상 효과를 그대로 인정한 바 있다. 이 사건의 경우 부동산의 양도와 분할 및 합병이 2개월이라는 단기간 내에 이루어졌고 조세절감 효과를 넘어서서 특별히 조세회피의 목적에 따른 결과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점을 주목할만 하다. 나아가, 부동산 양도차익의 귀속자와 납세의무자가 다르더라도 과세처분에 문제 없다고 봤다는 점에서 분할 및 합병에 따라 법인격이 바뀐 부분 역시도 재구성해 과세처분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해된다.  
그동안 법인세 과세와 관련해 분할 및 합병의 효력을 우선시해 왔는데,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되면 법적 형식에도 불구하고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봤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다만 조세회피의 목적을 다소 편면적으로 이해한 면이 있고, 또한 거래의 재구성을 위한 요건 및 재구성의 범위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다.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주식회사 A(이하 ‘A’)은 소외인과 그 자녀들이 주주인 비상장회사로 서울에 있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하 ‘이 사건 부동산’)을 소유하면서 부동산임대업과 대부업 등을 했다.

A는 2008.8.19. 주식회사 P(이하 ‘P’)에 이 사건 부동산을 390억원에 양도하고, 그 무렵 계약금과 중도금 합계 269억원을 지급받았다.

A는 2008.8.28. 그 사업 중 대부업 부문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B 주식회사(이하 ‘B’)를 설립해 분할하고(이하 ‘이 사건 분할’), 위 계약금과 중도금 등 약 280억원의 자산을 B에 이전했다. 그 결과 분할 후 A는 이 사건 부동산을 포함해 약 50억원의 자산과 위 계약금과 중도금 관련 부채를 포함하여 분할 전 A가 보유하던 약 340억원의 부채 전부를 보유했다.

한편 소외인과 그 자녀들은 2008.8.26. 경영컨설팅업을 하는 비상장회사인 원고의 주식을 전부 인수한 다음 분할 후 A를 원고에 흡수합병시키고 2008.10.8. 합병등기를 마쳤다(이하 ‘이 사건 합병’). 

원고는 이 사건 합병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을 약 340억원으로 평가해 승계했고, 그 결과 합병평가차익 약 300억원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사건 분할로 분할 후 A의 순자산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합병법인이 피합병법인으로부터 승계한 순자산가액과 합병신주 액면가액 등의 차액인 합병차익은 약 1억원에 불과했다.

원고는 2008.10.28. P에 이 사건 부동산을 이전하고 매매잔금 121억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금액인 390억원을 익금에 산입하는 한편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 당시 장부가액인 약 340억원을 손금에 산입하고, 구 법인세법(2008.12.26. 법률 제92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 제3호 등에 따라 합병평가차익 중 합병차익의 범위 내에 있는 1억원만을 익금에 산입해 2008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납부했다.

피고는 A가 이 사건 분할과 합병을 통해 손금에 산입할 이 사건 부동산의 장부가액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에 따른 법인세를 부당하게 회피했다고 봤다. 이에 피고는 구 국세기본법(2010.1.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3항을 적용해 위 각 거래를 실질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음을 전제로 이 사건 부동산의 장부가액을 분할 전 A의 장부가액인 약 40억원으로 보고, 2013.8.1. 원고에게 2008 사업연도 법인세(가산세 포함)를 경정고지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

 

2. 쟁점의 정리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2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봐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①이 사건 분할과 합병에 대해 조세회피수단으로 보아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에 따라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는지 ②원고가 이 사건 법인세의 납세의무자인지 ③이 사건 처분에 관할이나 납세고지의 하자가 있는지 문제됐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3가지 쟁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고 원심판결에는 관련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①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을 적용해 거래 등의 실질에 따라 과세하기 위해서는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행위 또는 거래의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그 실질이 직접 거래를 하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당사자가 그와 같은 형식을 취한 목적, 제3자를 개입시키거나 단계별 과정을 거친 경위, 그와 같은 방식을 취한 데에 조세부담의 경감 외에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각각의 행위 또는 거래 사이의 시간적 간격 및 그와 같은 형식을 취한 데 따른 손실과 위험부담의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원심은 A의 주주인 소외인과 그 자녀들이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에 따라 A가 부담할 법인세를 줄이는 방안을 찾던 중 A와 사업 목적도 다른 원고를 인수해 이 사건 분할과 합병을 했고, 이로써 법인세를 대폭 줄였다고 판단했다. 

그런 다음 원심은 이 사건 분할과 합병에 법인세 회피의 목적 외 사업상의 필요 등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여기에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와 이 사건 분할과 합병의 시간적 간격 등 제반 사정까지 더하면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을 적용해 위 각 거래를 그 실질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이 사건 분할과 합병이 조세회피행위에 해당하므로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관련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② 소득의 귀속자인 B가 납세의무자라는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새롭게 제기된 것이므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하고, 타당하지도 않다. 

③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에 따른 법인세의 납세의무자를 원고로 보는 이상, 이 사건 처분의 과세권은 원고의 본점 소재지를 관할하는 피고에게 있고, 그 과세기간은 A의 의제사업연도가 아니라 원고의 2008 사업연도이므로,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해 관할이나 납세고지에 어떠한 잘못이 없다.


 
4.  평석
가.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거래 재구성의 한계
이 사건은 “세금은 합병법인인 원고에게 부과됐는데, 원심 판결과 같이 분할과 합병이 없었다고 봐 A가 ‘납부했어야 할’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계산하면서도 이를 원고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법원이 “조세회피행위가 있으면 타당하다”라고 답한 것과 동일하다. 

즉, 원심은 이중으로 거래를 재구성해, a)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분할 및 합병의 효력을 모두 부인한 뒤 원고의 이 사건 부동산 양도행위를 A의 양도행위로 재구성해 과세표준을 계산한 뒤, b)A의 양도행위를 다시 원고의 양도행위로 재구성해 원고가 법인세를 과소납부했다고 보았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형태의 재구성도 가능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이 문제삼고 있는 이 사건 부동산 취득가액 증가 부분은 합병 및 분할 세제에 따라 적용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고, 조세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 사건 분할 및 합병의 결과로 원고는 A의 이월결손금을 승계하지 못했고, 이를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차손에서 공제받지 못했다. 
이러한 점은 이 사건 분할 및 합병이 경제적 위험과 조세채무의 중대한 변경을 가져온 행위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분할 및 합병은 단순히 하나의 자산의 양도차익 계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다양한 조세에 영향을 주는 단체법상 행위이다. 이 사건 이전에 대법원은 다수의 사안에서 조세절감효과가 발생하는 결과가 초래되더라도 분할이나 합병의 세무상 효과를 그대로 인정했다(대법원 2005.4.29. 선고 2003두15249 판결, 대법원 2011.11.24. 선고 2010두4223 판결, 대법원 2015.1.15. 선고 2011두4111 판결). 

그런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단체법상 행위를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만 기반해 그 효력을 완전히 부인한 채 가장 세부담이 높은 형태로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 태도는 가장행위가 아닌 한 납세자가 선택한 방식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사실상 폐기한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것이다. 

나. 납세의무자에 관한 판단
이 사건 법인세의 납세의무자가 원고가 아니라는 주장은 1심에서부터 계속 제기되었던 주장이다. 이를 좀더 구체화해 이 사건 법인세의 납세의무자가 B라고 한 주장이 새롭게 제기된 주장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 
나아가, 어떤 자산의 양도차익과 관련해 납세의무자가 되려면 그 이익을 향유해야 한다는 것이 확고한 대법원의 태도이다(대법원 2014.9. . 선고 2012두10710 판결 등). 

원심 판단과 같이 거래를 재구성하더라도 이 사건 부동산의 계약금과 중도금은 B에게 귀속됐다. 즉, 분할 및 합병에 따라 법인격이 바뀐 부분 역시도 재구성하여 과세처분을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데, 앞선 법리와 배치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다.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이 사건 부동산의 양도와 이 사건 분할 및 합병이 2008.8.19.~2008.10.8.이라는 단기간(약 2개월) 내에 이루어졌다는 사정에만 주목해 조세회피 목적을 인정하고, 거래를 재구성해 사실상 원고, A, B의 법인격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이 사건 부동산과 관련된 경제적 이득에 상응하는 조세를 원고에게 부과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대상판결은 그동안 법인세 과세와 관련해 합병 및 분할의 효력이 부인되기 어렵다고 이해되어 왔는데,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고 인정되면 합병 및 분할이 있었음에도 거래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봤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거래재구성의 한계를 지나치게 넓혔고, 납세의무자에 대하여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법무법인 율촌 박세훈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박세훈 변호사

 

•2001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3 :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2006 : 제35기 사법연수원 수료
•2004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석사
•2007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2014: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졸업(Master of Law)
•2009~현재 : 법무법인(유) 율촌
•에너지기업 대리해 3,300억원대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심판 승소(2019)   
•공기업 대리해 1,044억원대 개별소비세 부과처분 취소 심판 승소(2018)
•공기업 대리해 820억원대 관세등부과처분 취소 소송 대법원 승소(2016)   
•정유회사 대리해 500억원대 석유수입부과금 환수처분 취소 소송 대법원 승소(2016)


법무법인 율촌 박세훈 변호사
법무법인 율촌 박세훈 변호사 master@intn.co.kr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