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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세제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정창영 칼럼] 세제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 정창영 주필
  • 승인 2022.11.02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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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暗號)를 풀고 나왔다’, ‘해독(解讀)을 했다’, ‘번역(飜譯)을 간신히 마쳤습니다.’….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양도소득세 계산을 마친 세무사들의 소감이다.

실제로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기준·특례와 몇 가지 예외 적용이 필요한 물건의 양도세 계산을 마친 베테랑 A 세무사는 “세무사 25년 동안 세법조문 읽기가 이렇게 부담스러운 경우는 없었다”면서 “양도세를 필두로 재산관련 과세는 분명히 선(線)을 넘은 느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단지 복잡하고 머리가 아픈 것만이 아니다. 계산을 마치고 나서도 왠지 모를 ‘찜찜함’과 불안하고 개운치 않은 뒷맛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비교적 양도소득세 상담과 신고대리가 많았던 B 회계사는 몇 년 전부터 주택과 관련된 세금 돌아가는 모양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서 자신의 ‘필요’에 의해 관심 있게 주택관련 세법을 정리하고 메모해 오다가 급기야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주택과 관련된 양도소득세 실무해설서를 내면서 ‘납세자’ 보다는 조세전문가인 세무사와 양도세 행정을 집행하는 국세공무원을 먼저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신고납세제로 운영되는 양도세지만 납세자가 자신의 양도세를 계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포기했고, 전문가인 세무사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 이상으로 ‘위험’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양도세를 담당하는 세무서 직원 역시 이 복잡한 세금을 제대로 이해하고 업무에 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납세자 이상으로 곤혹스러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 B 회계사의 출판동기였다. 

양도세 단일 세목으로 무려 700쪽이 훨씬 넘는 책을 내면서 그는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했고, 고비마다 자신을 향해 “이것은 돈 벌려고 하는 일이 아니다. 조세전문가로서 사명감을 갖고 하는 일이다”라고 다짐했다고 털어 놓았다.

특히 집필에 앞서 꼼꼼하게 양도세 전체를 우선 조망했고, 각 조문별로 나타난 문제점을 객관적 시각으로 정리하면서 그는 일종의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법체계와 디테일이 엉망으로 뒤섞인 채 운영되는 현행 양도세의 실체를 접하면서 암호니, 해독이니, 번역이니 하는 의미의 실체를 실감한 것이다.

현행 양도소득세는 일부 개정으로 운용하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었다는 것이 조세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흔히 ‘누더기 세법’의 하나로 양도세를 꼽지만 전문가들은 “누더기는 그나마 밑판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에서 헤진 곳을 꿰맨 것이고, 양도세는 너무 덧대고 꿰맨 곳이 많아 아예 밑판을 찾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유한다.

기본 중의 기본인 조세법률주의에 입각해 모법에 규정돼야 할 내용이 버젓이 시행령으로 운용되는가 하면 잦은 개정과 지나치게 세분화 된 조문은 구체적 사례를 적용하기에는 전문가들조차 ‘위험’을 느낄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소득세법의 한 분야인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흐름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바뀌고 개정되는데다 세금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고시 등도 넘쳐나 세무사들 사이에서도 “언제 바뀌었어?”, “또 바뀌었어?”가 연발하고 있고 조문을 구성하는 난해한 문장은 이미 악명 수준을 넘었다.

특히 법조문에는 대괄호와 소괄호가 산재해 있어 숨은 그림 찾듯 간신히 찾아서 이해하고 나면 곧바로 수많은 예외규정을 만나게 되고, 다시 예외의 예외 규정이 등장하면 전문가들도 머리가 하얗게 될 수밖에 없다. 

납세를 의무로 규정해 놓은 대한민국이 국민에게 이런 법을 지키라고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옷깃을 여미는 자세’로 되돌아 봐야 할 일이다. 

조세전문가들은 현행 양도소득세에 대해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소득세법의 한 부분으로 운용할 것이 아니고 ‘양도소득세법’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국세행정 시스템도 현행 양도소득세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가 버겁다. 소득세법 체계에 있는 양도소득세를 재산세과에서 담당하고 있고, 이 복잡한 세금을 2년 마다 대거 교체되는 인사 조직 시스템으로 운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세무서에서는 신고납세제로 운영되는 양도세 신고내용을 전수조사 수준으로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 불안한 세법을 ‘커버’하기 위한 의미가 있겠지만 일선세무서 담당직원이 이를 모두 처리하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은 수준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잘못된 법을 시행과정에서 바로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 재산권을 다루는 아주 예민한 영역인 세법이 국민과 당국 모두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도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문제의식조차 없는 상황이다. 지쳐 포기한 것일까?

일선 납세현장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오는 양도세 예를 들었지만 단지 양도소득세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행 세법은 소득과세, 기업과세, 재산과세, 소비과세 전 영역에서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세법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적·경제적 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고사하고 뒤따라 가지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이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확' 바꿔 들고 나오는 바람에 정권이 요구하는 눈앞의 국정과제 현안을 세법이 수용하는 것조차 허덕이는 것이 일상이 됐다. 특히 정치권에서 세금정책을 만병통치약처럼 남발하고 있고, 구체적 대안을 갖고 있지 않은 정부가 어정쩡하게 ‘처방전’을 날리면서 세법은 '만병통치'는 커녕 ‘동네 북’ 신세가 된지 오래다.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제 그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나마 이 누더기 세법을 국세청이 행정적으로 ‘절묘하게’(?) 운용하면서 넘치고 폭발하는 것을 막고 있다지만 당연히 정상(正常)이 아니다. 이런데도 정말 심각한 것은 문제를 개선하려는 조짐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 정도면 세제 주관부서인 기획재정부는 미리 세제개혁을 기획하고 그 흔한 ‘위원회’라도 구성해서 준비를 해야 하는데 현안에 허덕이는 때문인지 용산과 여의도만 쳐다볼 뿐 진전이 없다.

지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고, 그 수단이었던 세법은 상당한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 그래서 지금이 세제개혁에는 기회가 된다. 

당장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는 대목은 개정해 나가면서 종합적이고 큰 틀에서의 세제개혁,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세제개혁을 준비해야 한다. 세제개혁은 세법이 신뢰를 잃었을 때 오히려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강조하지만 지금이 적기라는 얘기다.

세제개혁의 핵심동력은 국민적 합의에서 나온다.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제대로 구성된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실과 앞날을 보면서 사심 없는 선(線)을 그어야 한다. 기존 형식적인 세제관련 위원회나 국책연구기관으로는 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린벨트 작업하듯, 국민이 기꺼이 합의할 수밖에 없는 방안을 만들어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특히 한시가 급하게 착수하되 서두르지는 말아야 한다.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거치면서 방향부터 국민에게 설명해 동참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권의 마(魔)가 끼지 않는다. 세제개혁 내용이 여야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잘못된 입김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과 합의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정치권은 세법 한 줄 바꾸기가 어려운 형국이다. 윤석열 정부가 장담했던 종합부동산세 완화는 일단 물 건너갔고, 올 세법개정의 핵심인 법인세 완화 역시 앞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유를 떠나 윤석열 정부의 세법개정은 한 걸음도 떼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쉽게 바뀔 분위기도 아니다.

근·현대 민법의 출발은 프랑스 나폴레옹 시대에 만들어진 민법을 꼽는다. 복잡한 법체계를 통일하고 어려운 법을 쉽고 명료하게 만든 프랑스 민법은 국민이 지킬 수 있는 현대 민법으로 평가받으며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나폴레옹은 자서전에서 “진정한 영광은 마흔 번의 전투에서 거둔 승리보다 나의 민법전을 말살시킬 수 없다는데 있다”고 적었다.

국민적 우려를 받고 있는 현행 세법은 개혁적 관점에서의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이 시대 정부의 의무(義務)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禮儀) 다. 현안에 허덕이며 이대로 손을 놓고 있다가는 정말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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