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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본에 충실해야 좋은 제품 만든다“…김지원 코리아시스템(주) 대표
[인터뷰] "기본에 충실해야 좋은 제품 만든다“…김지원 코리아시스템(주) 대표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4.0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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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때 더 과감했던 기업인, ‘2020 대한민국 아름다운 납세자’ 선정
— 밥상머리 교육으로 다져진 근면·성실…“우린 車 만드는 나라의 국민”
— "눈매·호흡 고르고 길게…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자"는 기업인

“스마트폰도 뿌리기술이 300개인데, 모두 완성품만 보죠. 기초기술, 기본을 지키는 제조, 장치산업을 등한시 하는 풍토가 아쉽죠.”

2020년 대한민국 정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납세자’ 김지원 코리아시스템(주) 대표가 지난달 26일 경남 양산 용당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사옥의 집무실에서 기자를 반갑게 맞으며 꺼낸 첫 화두였다. 대표이사가 탕비실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담아 기자에게 권했다.

“車 만드는 나라 드물어…한국인 자부심 가질만 해”

코리아시스템(주)는 자동차용 부품을 제조하는 전문업체다. 주력제품으로는 윈드실드사이드몰딩(Wind Shield Side Moulding)과 AAF(Active Air Flap) 등이 있다. 가스사출 공법으로 생산하는 윈드실드사이드몰딩 제품은 기존의 스테인리스와 고무 재질을 대체한 플라스틱 소재를 가스사출 공법을 적용해 제조된다. 지난 10년간 코리아시스템(주) 연구개발의 결정체다. 보다 나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코리아시스템(주)에서 생산하는 윈드실드는 차량 경량화, 소음방지, 디자인 개선 등의 효과가 남다르다. 치수(治水) 안정성이 우수하고, 변형이 없는 게 강점이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한 윈드실드 제품은 현대·기아자동차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유수의 차량에 적용되고 있다.

AAF 제품은 현대모비스가 지난 2012년 우수부품으로 선정한 부품이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차량 주행저항 감소 및 엔진 작동조건 개선에 따른 연비 2.3% 개선, 엔진 예열시간 단축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15%를 저감하는 효과가 있어 친환경 사례로도 정평이 난 부품이다. 이들 부품은 현재 현대·기아자동차의 고급차종 및 전기차 등에 적용되고 있으며, 환경 친화적인 제품으로 지속 확대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열정만큼 국내 각종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많다. 하지만 남 탓 하는 법이 없고, 조국 대한민국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한결같은 소신이다. “지금까지 120개국에 가 보았습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 중 약 10%인 23개 나라만이 자동차를 만듭니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그중에서도 상위 메이커에 속합니다. 해외에 다닐수록 국가를 되새기게 됩니다.”

“위기는 기회! 과감한 투자, 지역사회 발전 그리고 인재양성”

김 대표의 저력은 역설적으로 국가 위기 상황 때마다 도드라졌다. 우선 지난 1997년 당시 외환위기로 IMF(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았던 이듬해 코리아시스템(주)를 창업했다.

그리고 모두가 어렵다고 한 2018년 역설적 투자로 그 저력이 재현됐다.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산업경기가 뚜렷한 하락세로 접어든 2019년 지금의 터로 이사를 한 것. 대운산을 병풍 삼아 들어선 공장건물 3개동과 본사 건물은 한눈에 보기에도 적잖은 투자가 이뤄졌음을 짐작케 했다.

지역 사회에서 기업인들과 교육기관 등에 보여준 저력은 김 대표가 ‘2020년 아름다운 납세자’로 선정된 점과 무관하지 않다.

국세청은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했고, 장학금 기부 등 지역 인재를 양성해왔다”고 김 대표를 ‘아름다운 납세자’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김 대표는 사실 지난 2018년에도 국세청장 표창을 받은 모범 납세자다.

“이 지역 양산 용당공단과 인연이 깊죠. 공장이 비좁아 이사를 해야 하는데, 협력업체들을 고려할 때, 이사 결정이 쉽지 않아요. 모든 것이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30개 업체로 구성된 공단 협의회 회장을 맡아 주변 기업인들과 이 지역 공단개발을 숙의했지만, 선뜻 나서는 분이 없었어요. 회사 창업 전 금융권의 재직 경험이 있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앞장서기로 결심했어요. 물론 주변에서 많이들 말렸지만요.”

도시계획 전문가 등 산업단지 개발 전문가들을 두루 모셔 부동산 개발 전문업자도 망설이는 일을 기어코 성사시켜 냈다. B은행이 김 대표에게 삼고초려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맡았다. 김 대표는 “넒고 평평한 땅은 중소기업에게 가장 든든한 자산”이라고 했다. 용당일반산업단지를 일군 기업인들과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했고, 어느 곳 하나 빠짐없이 공히 15미터 폭의 도로를 사용하는 등 산업단지의 혜택을 고루 누리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최고 전문가를 모신 게 저의 일이었어요. 인사가 만사인 셈이죠. 은행과 시행사, 입주사 모두가 만족한 개발사업이었어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장학사업에 일찌감치 많은 열정을 쏟아온 것도 그의 ‘국가관’, ‘경영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기업인들이 흔히 ‘인재 없음’을 한탄하지만, 정작 기업이 인재육성을 위해 얼마나 힘을 기울여 왔느냐에 대한 물음이 핵심이다.

김 대표는 20년 동안 지역의 대학, 고등학교 등에 장학금을 기부하며 그 물음에 답해왔다.

“금융위기 때는 정말 어려웠지만, 이를 악물고 장학금 통장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작지만 뜻 깊은 사업에 참여하여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새삼 느끼고 있어요.”

김지원 대표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장을 역임중이며, 지역사회 웅상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창립을 했던 효암장학회도 돕고 있다.

“아버지께서 밥상머리에서 가르쳐 주신 인생철학”

김지원 코리아시스템(주) 대표
김지원 코리아시스템(주) 대표

김 대표의 남다른 국가관은 건설업을 하셨던 아버지의 엄하되 반듯한 ‘밥상머리 교육’에서 비롯됐다. 경남 남해가 고향인 김 대표는 코흘리개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한학을 배웠다고 한다. 무릎 꿇고 배운 붓글씨의 딱딱한 기억. 영문도 모르고 외던 천자문이 문장과 이야기가 돼 뿌듯한 공부의 추억으로 교차하는 어린 시절이다.

하늘 천(天), 땅 지(地) 다음으로 배운 글자가 ‘나라 국(國)’자였다고 한다. 그렇게 김 대표는 아버지께서 국가의 3요소가 내포된 ‘나라 국’자의 연원을 설명해주실 때 반짝였던 눈을 오늘도 간직하고 있다. 장기출장이 잦은 탓에 오랜만에 만나는 딸을 당신의 무릎에 앉히고 자연현상을 빗대 세상과 삶의 이치를 조곤조곤 이야기 해주셨던 아버지의 훈육은 오늘날 그의 심신을 단단히 영글게 한 정신적 대들보였다.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다”는 중국 속담 ‘일근천하무난사(日勤天下無難事)가 대표적. 평생 늦잠 자본 적이 없고, 십리씩 걸어다녔던 학교도 지각 한번 해본 적이 없단다. 아버지는 자상하되 딸이 시간을 허투루 쓰면 대단히 크게 혼을 내셨다고 한다.

농사일도 많이 거들던 유년시절, 아버지는 논에 물 댈 때나 논두렁 풀을 벨 때 필요한 삶의 지혜들을 깨알 같이 알려주셨다고 한다. 농약을 치려면, 벌레들이 미리 알고 논두렁을 피했다가 약발이 다하면 다시 벼로 옮겨 나락을 못 영글게 한다는 현장생태학도 그때 배웠다. 살피고 확인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해도 최고의 성과가 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준 아버지의 가르침이었다. 아버지의 훈시는 김 대표의 현장경영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다시 국가를 생각한다”

김지원 대표는 “중국에서 대부분 생산하게 된 자동차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ness)’가 한국경제의 애를 먹일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었는가”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눈매도 호흡도 고르고 길게 갖고 가자는, 통찰이 응어리진 물음이었다.

특별입국통제가 지구촌에 보편화 되자, 유럽 하늘이 맑아졌다고 한다. 어린이 놀이터 이용금지 팻말에 “들어가서 뭔 일 있어도 책임 못져(Enter at own risk)”라고 쓴 미국의 한 마을을 보면서 국가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요즘이다.

바야흐로 정치인이든, 공직자든, 기업인이든 ‘왜(Why)’를 생각하고 일해야 할 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의외로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김 대표 인터뷰는 디테일(detail)에서 미션(Misssion)까지, 두루 유익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KTX 열차를 타고 귀경하는 데, 김대표가 짧은 싯구를 적어 문자(SMS)로 보내왔다. 그예 가슴이 먹먹해졌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 있다 /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는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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