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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 칼럼] ‘상속세제 개정 논의’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세(國稅) 칼럼] ‘상속세제 개정 논의’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안연환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19.06.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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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연환 논설위원·세무사

1. 시작하며

최근 국내경제가 정체되면서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속세제”라 한다) 개정 논의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야당 국회의원들과 일부 경제신문사에서 상속세제 개정 세미나를 열어 현행 상속세법을 개정해야만 경제가 산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조세학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마치 상속세제 때문에 경제가 안돌아 가는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상속세제 개정 논의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장하는 것인가 아니면 특정 고액 재산가와 대기업 상속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것인가?


상속세제 존속과 폐지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상속세 폐지론자는 “상속세는 저축을 통한 재산형성자에게 사망세를 부과하는 비도덕적 조세이며, 살아있을 때 소득세를 이미 납부했으므로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상속세가 부과되면 이중과세에 해당하는 것이다”라며 상속세를 과세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상속세 과세론자는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이며, 상속재산에 과세하는 상속세는 부의 무상이전을 받은 상속인이 부담하는 조세로서 이중과세가 아니다. 상속재산은 불로소득이며, 상속세는 공평과세·소득 재분배 및 양극화를 완화시키는데 중요한 세목이다”라고 상속세 과세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는 1950년 상속세 최고세율이 90%인 상속세법을 제정했다. 그 후 최고세율을 1967년도에 70%로 인하했으며, 1981년 60%, 1999년 50%로 인하했다. 또한 상속세제는 공제금액을 인상하고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넓히는 등 다양한 과세 완화조치를 취해 왔다. 미국은 증여와 상속에 대해 통합적으로 과세하다가 2001년 부시행정부가 유산세 폐지 법안을 만들어 2010년 시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의 최상위 부호(빌게이츠, 워런버핏 등)가 유산세 폐지를 반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산세의 면세점을 대폭 인상해 중산층의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과세되지 않도록 조정했으며 고액자산가에게는 더 많은 유산세가 부과되도록 개정했다. 일본은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증여세와 상속세를 과세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보다 더 무겁게 과세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 캐나다 등 일부국가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과세하고 있다.

 

2. 최근 상속세제 개정 논쟁

야당과 일부 경제신문 등 보수언론기관은 상속세제 개정방안으로 주로 상속세 세율인하와 가업상속공제 확대 및 사후관리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의 경영의욕을 훼손하고 장수기업으로 키우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과세표준 30억원 이상의 경우 50%이며, 여기에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과세(30%)까지 더하면 최고 65%까지 과세한다. 따라서 상속세율을 최소한 소득세 최고세율 42%까지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최대주주 할증과세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또한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을 연간 매출 3000억 미만에서 1조 미만으로 확대하고 가업상속공제액도 최대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해야 하며, 사후관리 기간도 10년에서 7년으로, 업종제한과 근로자 고용유지 조건, 자산처분금지 조건 등에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반해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국회의원은 상위 1% 부자들이 보유한 자산에 부유세를 부과하여 포용적인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며 가업상속공제를 축소해 부의 대물림에 대해 정당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상속세제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사후관리 요건을 완화하되 대상기업을 매출 3000억에서 2000억원으로 축소하고 공제한도로 5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발의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정부에 제출한 세법개정안에서 가업상속공제는 비상장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축소해야 하며 가업상속공제한도도 축소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3. 결론

상속세와 증여세는 고액재산 보유자의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고율의 과세를 통해 조세정의와 공평과세 및 소득 재분배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상속세제는 이러한 기본적인 입법목적과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 최근 상속세제 개정방향은 주로 고액재산가와 대기업 상속자들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상속세제 개정 논의 방향이 대기업과 고액재산가가 중심이 아니라 중산층의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과세 완화조치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중산층 가정에서 결혼하는 자녀에게 결혼자금을 증여하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나 현행 세법은 자녀에게 5000만원 이상 증여하면 증여세가 과세된다. 따라서 미국과 같이 중산층의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과세면제의 폭을 인상하여 중산층에 대한 세부담을 완화시켜야 한다.

현행 상속세법도 일부 개정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즉,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한 최대주주 할증과세(최고세율이 65%)하는 것은 너무 과다하다. 따라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가액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가업상속공제는 본래의 입법취지에 맞게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제조비법·전통기술의 계승발전이 필요한 소규모 기업에 한정해야 한다. 또한 기업상속공제를 신설하여 중소기업에 대해 기업 경영기간에 따라 차등공제액을 두고 간편한 사후관리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중견기업에 대해 기업상속공제는 보다 엄격한 사후관리제도를 두어 시행해야 하며 대기업과 재벌의 관계회사는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어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상속세 완화가 일부 기업의 경영의욕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공평과세를 저해하고 근로자의 근로의욕 저하시키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상속세제 폐지 내지는 껍데기뿐인 상속세제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는 조세정의를 훼손하고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우리나라는 5000만 인구를 가진 나라 중 1인당 GNP가 3만 달러가 넘는 선진 7개국 중 하나에 해당한다. 선진 대한민국은 특권에 안주하고 기득권을 옹호하는 사회가 아니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사회, 기회가 공정한 사회, 소득과 재산의 크게 따른 공평과세가 이루어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안연환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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