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가는 심정으로 서초동 판사들 얘기 좀 하겠습니다.
요즘 서울중앙지법 판사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밥 정보’ 메모지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판사들이 야근을 밥 먹듯 하면서 제대로 된 ‘밥’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밥 정보’는 법원청사 주변 배달가능 식당 16곳 66개 메뉴에 대해 5점기준 평점이 매겨져 있습니다. 주문배달에 필요한 전화번호는 물론이고 미니멈(최소수량) 여부 등 꼼꼼한 정보가 수록돼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 송년회를 앞두고 중앙지법 배석판사 112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42명이 주 ‘3~4일’, 19명이 ‘거의 매일’ 야근을 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야근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식사인 만큼 이제 야근식사도 정보화 대열에 오른 것입니다. ‘밥 정보’와 관련해서는 배달식사에 얽힌 애절한 얘기들도 많아 판사들의 공감과 쓴 웃음을 짓게 한다고 합니다.
세무관서도 크게 다르진 않겠지요. 어쩌면 국세청은 이런 정도는 이미 겪어 나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랬겠지요.
국세청장을 지냈던 분이 핵심부서 실무과장으로 일 할 때 아침 일찍 만난 적이 있습니다. 꼬박 밤을 새워 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무실 한 구석에 미처 치워지지 않은 된장 뚝배기 그릇들에 시선이 머물자 그분은 “저 된장 뚝배기가 국세청 힘의 원천입니다”라며 푸석한 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침 저녁 선선한 기운이 계절을 실감하게 합니다. 결실의 계절로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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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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