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載亨(本社 主筆)
대체로 납세자들은 자기 세금액수가 많고 적음 보다는 남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過)하다고 여길 때 목청을 높이기 때문이다. 배고픈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인간 본성 탓이다. 그러기에 국세당국은 세수확보라는 지상과제 못지않게 ‘공평’을 최우선시 하는 것이다.
조세전문가에 대리권 안 주다니
더구나 일반 납세자나 기업들의 세금을 접하는 시각은 날이 갈수록 정교해 지고 있다. 부과된 세금을 현미경으로 따져 볼 만큼 깐깐하다. 과세요건 상 공소유지(?)에 결함이 있는 부분까지도 야물 차게 찾아낸다. 물론 그들 뒤에는 세무사 또는 회계사라는 조세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래서 때로는 과세당국의 자존심을 뒤집는 납세자 승소판결도 얻어 낸다. 바야흐로 납세자 중심에 세무대리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세당국도 세정의 품질 관리에 무던히 신경을 쓰고 있다.
과세 초기단계에서부터 신중을 기하는 것은 물론 납세자들의 조세소송에 대비, 변호사 수임예산도 만만찮게 책정해 놓고 있다. 납세자에게는 방어(?)의 질(質)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 했듯이 선의의 대응 차원에서 무장을 해둔들 밑질 것은 없다.
우선 납세자들은 그들의 조력자로서 세무대리인들을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을 상정해 볼 필요가 있다. 납세자 일각에서는 세무대리인의 역할이 고작 기장대리나 신고대행 등의 단순 차원만을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납세자권리구제와 관련, 법률적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고도의 전문가들이 바로 세무대리인들이다.
납세자들이 조세소송에서 승소한 경우도 그 기초자료는 대부분 세무대리인들에 의해 기안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에겐 전문성을 접어야 하는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
납세국민 선택권 박탈하는 격
납세자들의 권리구제를 위해 종착지까지 뛰고 싶어도 행소(行訴)문전에서 그만 손을 털어야 한다. 그들에겐 ‘조세소송 대리권’이 없기 때문이다. 납세자 역시도 이 구간부터는 마음에도 없는 변호사로 소송대리인을 바꿔야 한다.
납세자 권리구제를 위해 조세전문인들의 활약을 강력히 권장해야 할 제도권이 오히려 이들의 발을 묶어놓고 있음이다. 한국세무사회도 몇 해 전 세무사에 대한 조세소송대리권 쟁취를 위해 가두서명 운동을 벌리는 등 사회여론에 호소도 해 보았으나 여건조성에 실패, 찻잔속의 태풍으로 주저앉은바 있다.
언젠가 법률소비자연맹 집계에 의하면 기각 처리된 심사· 심판청구사안 가운데 행정소송으로 이어진 건수는 30%에 불과, 70%정도가 행소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 가운데는 행정심(行政審) 결과에 승복한 케이스도 있겠지만 행소에 따른 변호사 비용 등이 부담스러워 본의 아니게 초지를 굽힌 납세자도 상당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렇듯 현행 제도가 권리위에 잠자는 자 깨우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잠을 자게 만든다면 뭔가 잘못 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조세소송 대리권(權)이 납세국민의 권익이나 편익도모 측면을 떠나 특정 자격사의 전유물인양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
세무사법 개정안 국회통과 기대
최근 국회재경위 의원들이 세무사에게 조세소송대리권 부여를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 세무사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해당 분야 전문자격사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함으로써 법률소비자인 납세국민에게 선택권을 넓혀줘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동안 한국세무사회 집행부의 집요한 노력이 싹을 티우고 있음이다.
사실 행정심(行政審)이든 행정소송이든 절차에 관한 제도들은 국민의 편의성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이의 출발은 조세전문인들의 ‘발’부터 풀어주는 일이다. 이것이 곧 세무사업계의 숙원이자 납세자들의 바램이기도 하다. 부디 세무사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를 통해 햇빛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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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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