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10 (목)
[세상(稅想) 칼럼] 시대정신을 읽어야 성공한다
[세상(稅想) 칼럼] 시대정신을 읽어야 성공한다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7.02.24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은 후기산업사회(Post Industrialism)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한다. 풍요로운 산업사회가 지나가면서 중산층이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IMF 위기를 극복하는데 발 벗고 뛰었던 원로 공무원의 진단이다.

그는 이 증후군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소득양극화를 든다. 이는 기회의 양극화를 가져오고 이는 다시 사회 양극화(Social Divide)로 귀착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흙수저와 금수저, 진보와 보수가 더욱 격돌하는가 보다.

서민은 왜 갈수록 궁핍화 되고, 부자는 왜 더욱 큰 부자가 되어가는가?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독과점적 지위를 얻은 소수가 이를 바탕으로 초과소득을 얻으려는 ‘지대추구'(rent taking) 현상이 지금 대한민국에 만연해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 과도한 지대추구다. 부자들은 더욱 공고한 소유구조를 꾀하고, 정치인들은 권력의 꿀에 취해 주인인 국민을 블랙과 화이트로 가르고, 강남의 임대업자 최순실은 공직의 꽃인 1급 공무원들조차 단번에 날려 보내는 괴력을 발휘하는 세상을 목도하니 말이다.

“’갑질’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더 이상 사람들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사회적인 감시가 시작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당연히 용납되던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상, 낯설지만 새로운 공감대, 이것을 일컬어 시대정신이라 부른단다.

시대정신은 주로 부패 스캔들이나 나쁜 세금 문제를 방아쇠(trigger)로 거대한 역사의 물꼬를 틀어놓곤 하였다. 나라가 잘 되려면 각계의 지도자들은 시대정신을 바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행정가들도 마찬가지다. 행정 서비스의 최종 귀착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역사에 큰 반전은 주로 구체제의 모순을 거부하는 시대정신에서 기인하곤 하였는데 1789년의 프랑스 혁명도 그랬다. 흥미로운 건 커다란 사건의 뒤 안에는 늘 여인들이 등장하는 것이 공통점이었던가.

역사의 대반전인 프랑스혁명도 표면상으로는 두 여인의 스캔들로부터 ‘촉발’되었다 할 수 있다. 당시 오스트리아 출생의 마리 앙뜨와네뜨 프랑스 왕비와 사생아 출신의 라 모뜨 백작부인의 스캔들이 프랑스 사회를 덮쳤기 때문이다.

라 모뜨 백작 부인이 마리 왕비와 친하다는 소문을 내며 재상 자리를 탐내는 추기경에게서 거액을 횡령하는가 하면 왕비에게 바치려던 세기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가로 채는 등 복잡한 사기극을 벌였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평민들의 분노가 순식간에 폭발하였다. 바스티유 감옥이 부서지고, 절대 왕권은 간단히 무너졌다. 왕비는 교수형에 처해졌다.

프랑스 혁명은 당시로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정신의 발로였다. 다만 삶의 고단함을 모르던 기득권자들만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 상황이라 함은 극단적 양극화였다. 당시 인구의 2%에 불과한 제1계급(고위 성직자)과 제2계급(귀족)은 면세 등 각종 특혜를 누리며 권력과 부와 명예를 모두 독점하였다. 반면에 인구의 98%를 차지하던 제3계급(평민)은 무재산이었다. 그러고도 무거운 세금과 병역을 떠안아야 했다.

그 직전에 유럽의 반대쪽에서는 미국에서 독립전쟁이 일어났다. 대의권이 없던 식민지 아메리카에서도 독립전쟁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영국 왕실이 과도하게 매긴 새로운 세금들 때문이었다. 일련의 설탕법, 당밀법, 인지세법 등이 그것이었다. 프랑스든, 미국이든 불합리한 세금은 모두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다시 돌아가면 프랑스혁명은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확고한 성과를 남겼다. 인권선언, 입헌군주제, 공화주의, 보통선거제 등 획기적인 민주주의 가치들을 대폭 헌법에 반영하게 된 것이다.

프랑스 ‘인권선언’과 새로운 헌법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자연권’의 보편적 적용을 통해 새로운 사회 및 세계가 나아가야 할 실질적이고 위대한 원리를 천명하였다.

이를 계기로 ‘보통시민’(citizen)이 비로소 탄생된 것이다. 농노 대중을 상대로 인간임을 선언하고 인간답게 사는 길을 열어젖혔기 때문이다. 오늘날 각국의 헌법에 명시된 거의 모든 기본권과 인권의 보장은 모두 프랑스혁명의 성과물이다. 우리 헌법 역시 220년전의 프랑스혁명에 빚을 지고 있다.

비민주적인 구제도(앙시엥 레짐, ancient regime)가 지닌 모순을 타파한 프랑스혁명의 메시지는 세계인에게 잘못된 것은 과감히 고치고 그러면 발전할 수 있다는 거였다. 우리 주변에 불편한 것들이 있다면 그 것이 바로 앙시엥 레짐이고 그 것은 고쳐야 한다는 거다.

한 때 제왕적 권력을 향하여 복무한 이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는다. 권력과 이념의 섬에 갇히지 말고 대중의 일상에서 불편함을 야기하는 모든 제도와 절차를 바꾸려는 애민에만 관심을 갖는 행정가와 리더야말로 시대정신을 읽을 줄 알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김진웅 논설위원
김진웅 논설위원 kukse219@naver.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