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정신적 지주가 된 간디가 감명을 받고 정치인으로서 큰 족적을 남기는데 기여한 정신적 인물은 엉뚱하게도 지구 반대쪽 미국의 어느 깊은 숲 속 오두막에 살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1817~1862)라는 사람이다.
당시 그는 이름 없는 철학자이자 시인이요 수필가였다. 그는 하버드대를 나왔고 세속적으로 편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굳이 숲 속 호숫가에 혼자 통나무집을 짓고 명상과 사색으로 살았다.
그리고 명저를 남겼다. 그 때가 1854년경이다. 호수의 이름이자 책 이름이기도 한 ‘월든(Walden)’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도에 유폐되어 살던 강화도령이 일약 철종 임금으로 즉위한 후쯤이다.
당시 조선은 안동 김씨들의 세도정치 폐단으로 통치기강이 무너지고 삼정의 문란이 심했다. 결국 1862년 진주민란을 시작으로 삼남지방 곳곳에서 농민항쟁(임술년 농민봉기)이 일어났다.
한편, 미국에서도 노예제 등으로 민심이 악화되어 남북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토양이 마련되는 시기였다. 이런 홍진(紅塵)과 불의(不義)의 세속에 대하여 월든(Walden)은 자연 예찬서인 동시에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였으며 한 자주적 인간의 독립 선언문이기도 하였다.
그는 45년이라는 짧은 세월을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몇 권의 저서를 남겼다. 소박하게 살아간 그가 남긴 사상은 여러 나라에 직·간접적으로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시대를 앞서 간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46년경 미국 정부가 벌인 정의롭지 않는 멕시코 전쟁과 노예제도에 반대하여 인두세(人頭稅) 납부를 거부했고 그 때문에 투옥되는 일도 있었다. 이후에도 그는 노예폐지 운동에 적극적인 참여를 했다. 정의를 위한 그의 생각은 이렇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리가 있는 나의 유일한 책무는, 어떤 때이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실행하는 일이다.
단체에는 양심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양심적인 사람들이 모인 단체여야 양심을 가진 단체가 된다. 법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정의로운 인간으로 만든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법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조차 매일 매일 불의(不義)의 하수인이 되고 있다. 시민들이여 당신의 영향력 전부를 던져라. 소수가 무력한 것은 다수에게 다소곳이 순응하고 있을 때뿐이다.』
우리는 부끄럽게도 일부 조직과 단체는 양심이 없다는 그의 말을 실감하고 있다. 단체는 양심이 실종되었고, 법이 사람을 정의롭게 하기는커녕 반대로 국민을 한없는 무력감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나라예산이 수천억씩 특정인을 겨냥하여 배정되고 쓰여온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시민 중에는 굴착기를 몰고 대검찰청 청사로 돌진하는가 하면 오물을 던지는 시민도 나타났다.
당사자들은 모두 부인하지만 누군가는 조직적으로 대그룹을 ‘갈취’한다 하여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최순실세’라는 말이 돈다. 내로라하는 굴지의 기업이 개인의 훈련을 위하여 무려 35억원을 들여 말을 사주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민간에서는 조세로 인식되고 회자된다는 점이다. 공식적으로 걷히는 세금은 아닐지라도 국민들은 이를 젊잖게 준조세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는 세입 기관과 세출 기관으로서는 심각한 피해이다.
사실이지 세금이 잘못 걷히거나 허투루 쓰이면 국기가 흔들린다. 역사적으로 삼정이 흔들리면 민란이 일어났다. 고부군수의 탐학에 동학이 분연히 일어나지 않았는가. 삼정문란으로 왕조가 바뀌기도 한다. 세금 때문에 아메리카는 독립전쟁을 일으켜 미국을 건국하였다.
선심성 정책에 예산을 배정하여 정작 쓸 곳에는 외면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아니 되는데 예산 400조 중에 10~20%는 불요불급한 정치적 선심 배정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15%로만 아껴도 무려 60조다. 이는 국방예산 40조의 1.5배다. 시급 6천원짜리 일자리도 없는 청년실업자로 차고 넘치는 이 때, 젊은이들을 모두 직업 장교와 부사관으로 채용하면 실업을 일거에 해소할 뿐만 아니라 전투력 배가로 자주국방을 공고히 하고도 남아돌 규모다.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지만 세입과 세출은 정의롭고 공평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법의 형식을 빌린 부패와 불의가 된다. 많이만 거두려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인도를 독립시킨 간디는 말한다. “정부가 부패하고 불법적으로 바뀌면 시민의 불복종은 성스러운 책무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