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205단독 박원규 부장판사는 배우 배용준씨 측과 사업분쟁을 겪던 중 집회를 열고 그를 '돈에 미친 자' 등으로 표현한 식품 제조업체 임직원 2명에 대해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모욕 행위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인정액으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액수다. 배씨가 대중의 관심과 평판에 큰 영향을 받는 연예인이란 점이 고려됐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들은 배씨가 연예인이란 점을 악용해 사적 분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고, 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해 분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악의적 의도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불법 정도가 매우 심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씨는 분쟁의 직접 당사자가 아님에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인격 모욕을 당했을 뿐 아니라 장기간 대중으로부터 의혹의 시선을 받아 사회적 평가가 저하되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체 A사는 2009년 배씨의 회사와 계약을 맺고 배씨의 일본 외식사업 브랜드 '고시레' 상표를 단 인삼·홍삼 제품을 일본에 수출하기로 했다. 배씨 측은 판매를 대행하는 대신 연매출 100억원 달성을 약속했다.
A사는 배씨 측에 상표 사용 대가 15억원 등 50억원을 주기로 하고 선금 23억원을 건넸지만 나머지는 약속한 시점까지 지급하지 못했다. 판매는 파행을 겪었고 양측은 여러 건의 법적 분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배씨는 소송이 걸린 회사 지분을 정리해 손을 뗀 상태였다.
A사 직원과 주주 등은 관련 재판이 열리는 날 법원 앞에서 '국부유출 배용준', '돈에 미친 배용준' 등의 문구를 적은 현수막과 피켓을 설치하고 구호를 외쳤다. 이에 배씨는 A사 대표와 사내이사가 모욕을 했다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형사재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