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발 등으로 '소송대란' 우려 목소리도
정부가 22일 최종안을 발표하는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은 우리 노동시장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인 만큼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 "성과 중심 노동시장 만들 것" vs "쉬운 해고 불러올 것"
일반해고 지침의 핵심은 '저성과자 해고'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자의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사측에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은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두 가지다.
일반해고는 이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처럼 저성과자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해고 요건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만큼 근로자들의 두려움도 클 수밖에 없다. 회사에 '찍혀서' 해고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의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했다.
크게 나눠보면 '공정한 평가→재교육·배치전환 등 기회 부여→성과 개선 없을 경우 해고' 등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평가는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아닌 업무능력과 근무실적에 기반토록 했다.
정부는 이러한 지침이 연공·서열 중심으로 형성돼 온 국내 노동시장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것으로 기대한다.
직장에 다닌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승진하고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방식에서 벗어나 능력과 성과에 따른 평가·보상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연공서열식 인사관리로 인한 인사 적체가 해소돼 명예퇴직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명확한 해고 절차를 규정함으로써 연간 1만 2천여건에 달하는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정책기준관은 "기업들이 성과와 무관한 연공서열식 인사관리를 하다 보니 명예퇴직이라는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성과 중심 인사관리 체계가 자리 잡으면 명예퇴직도 줄어들고 신규 채용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동계는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의 핵심은 '평가의 공정성'인데 그렇지 않아도 부당 해고가 만연한 국내 노동시장 현실에서 해고 요건까지 완화하면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쉬운 해고'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명예퇴직을 줄이기는커녕 저성과자 해고라는 명목으로 명퇴금도 주지 않고 직원을 해고할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실제로 직원 성과 증진 프로그램을 도입했던 대신증권에서는 2012년 5월부터 2013년 말까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 65명 중 명퇴금도 제대로 못 받고 퇴직한 직원이 23명에 달한다"며 "저성과자 해고는 결국 '쉬운 해고'에 다름아니다"고 비판했다.
◇ 취업규칙 지침, 임금피크제 확산 불러올 듯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지금까지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취업규칙 변경요건이 완화되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 변경이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변경의 효력을 인정받게 된다는 것이 지침의 내용이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판단 기준으로는 ▲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 ▲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적당성 등이 제시됐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가 국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으로는 무엇보다 임금피크제 도입의 확산이 꼽힌다.
지금까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싶어도 이것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이 명백한 만큼 도입이 쉽지 않았다.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가 반대하면 도입이 불가능했다.
취업규칙 변경요건이 완화되면 사측은 이 지침을 근거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노조나 근로자 대표들과 충분한 협의를 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한 만큼,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근거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규칙 변경 승인은 관할 지방노동관서에서 하는데, 일단 고용부가 행점지침을 내려 보낸 만큼 이 지침에 근거해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급물살을 탄다는 얘기다.
문제는 임금피크제 적용 당사자들이 이에 반발해 소송 등을 제기할 경우다.
양대 지침이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에 종속되는 '행정지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사태 때처럼 단위 사업장의 노조들이 양대 지침에 반발해 소송을 낸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사정 토론회에서 "지침은 노동계가 따르지 않아도 되는 권장 사항에 불과하다"며 "임금피크제를 추진하려고 근로기준법을 우회해 이를 무리하게 적용한다면, 통상임금 사태 때처럼 '줄소송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