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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조세법령’에 새 옷만 입히면 그만인가
[稅政칼럼] ‘조세법령’에 새 옷만 입히면 그만인가
  • kukse
  • 승인 2012.03.1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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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載亨(顧問)
   
 
 
이른바 ‘조세법령 새로 쓰기’ 작업이 기획재정부에 의해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부터 한국세무사회가 소득세법을, 삼일회계법인이 법인세법을, 법무법인 율촌이 부가가치세법을 기획재정부로부터 각 각 용역의뢰 받아 진행한 1단계 정비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조세법령 새로 쓰기’는 납세국민의 편의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법조문 모두를 국민들이 찾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형식과 내용으로 전면 개편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실은 우리네 현실 세법은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놀부 稅法’ ‘놀부셈법’ 언제까지…

조세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세법에 관한 한 조심스럽게 접근할 정도로 우리 세법은 정말로 난해하다. 수많은 예외조항에다 법 또한 한해가 멀다 하고 바뀐다.

“천재들을 위한 세법”이라는 세간의 말들이 이래서 나온다. 이처럼 세법이 복잡 난해하다 보니 납세자들은 아예 세법을 외면해 버리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알기 쉬운 세법을 만든다면서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냈으나 별로 진전을 못 봐 왔다. 되레 알기 쉬운 세법이 더 어렵게 되고 간소화 된 세법은 이해하기가 더 난해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차제에 정부가 직접 조세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의뢰, ‘조세 법령’ 새로 쓰기를 했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납세자들이 공감하는 세제운영을 위해서도 세법은 납세자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 하지만 세법의 기존 내용만 알기 쉽게 고치는 것으로 끝을 낸다면 소용이 별로다. 현행 세법에는 ‘놀부 심보’ 뺨칠만한 독소(毒素)조항들이 적지 않다. 이런 것들을 골라내어 손을 봐 줘야지 새 옷만 입혀서는 의미가 공허해 진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납세자가 과도하게 납부한 세금을 반환할 때 정부는 3.7%의 이자(환급이자)를 쳐주는 반면에 납세자가 제 때 세금을 못 내면 무려 세 배에 달하는 10.95%의 미납이자를 받아 간다.

징세 편의적 독소조항도 손 봐야

돈 없어 세금 못 내는 처지도 서러운 판에 환급이자율의 세배나 되는 웃돈을 얹어 주어야 한다. 되로 주고 말(斗)로 받는 것도 분수가 있는 법, 참으로 기가 찰 ‘놀부 셈법’이다. 이런 ‘놀부 셈법’에 뒤질세라 ‘놀부 세법(稅法)’ 또한 판을 치고 있다. 다름 아닌 납세자의 경정청구 기간이다.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국세의 제척기간과 너무나 형평이 안 맞는다.

현행법상 납세자가 당초 신고한 세금이 잘못됐을 경우 이를 수정할 수 있는 경정청구기한은 3년이다. 반면에 과세관청이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은 국세의 경우 최소 5년에서 최장 15년(상속·증여세)이다. 경정청구기간 3년은 너무 짧아 신고수정이나 과오납 세금의 반환기회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귀가 따갑도록 제기돼 오지만 당국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세금 불복으로 소송을 통해 판결이 난 경우, 과오납 반납이나 수정신청을 2개월 이내에 하도록 하는 것도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 납세자들의 오랜 지적이다. 또한 수십여 가지에 이르는 각종 징벌적 가산세 규정은 어떠한가. 이 역시도 징세편의적인 ‘놀부 세법’이다. 요즘 여야 정치권이 쏟아내는 별의별 증세안(增稅案)을 접하면서 총선(總選)이 가까워졌음을 실감 한다.

정치권, 稅心 외면한 체 票心만 쫓나

특히 야당은 소득세와 법인세율 인상은 물론 재벌세(財閥稅)까지 내세워 세수를 늘리겠다는 세금인상대책을 내 놓고 있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 당연하지만 너무 특정 계층에만 세 부담을 집중시키고 있다. 세제 정책을 빌미로 이른바 1%와 99%를 편 가르려는 선심성 포퓰리즘 냄새가 풍긴다.

국회가 ‘놀부세법, 놀부셈법’을 고쳐줌으로써 납세국민의 세심(稅心)을 달래 줄만도 한데 이 부문에 고민을 하는 흔적이 전혀 안 보인다.

여·야 모두가 세심은 외면한 채 표심(票心)만 쫓고 있다. 상식적인 눈으로 보면 ‘세심이 곧 표심’ 일진데 세상 내다보는 안목이 너무나 단견이다. 정치권이 이러하니 세제운용의 기본방향인 ‘낮은 세율, 넓은 세원’도 길을 헤매고 있다.

마침 3월은 ‘납세자의 날’이 속해 있는 달이다. 일선 세정가마다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한동안 줄을 이었다. 푸짐한 포상 등으로 잔치 상(床)도 차려줬다. 납세자의 우울한 세심(稅心)은 끝내 외면 한 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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