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변수는 금리인하·충당금·고금리 만기채권
동부그룹 구조조정과 살인적인 초저금리 등 암울한 환경 속에서도 국내 은행들이 2분기에 대폭 개선된 이익을 냈다.
17일 대신증권은 KB금융지주 등 10개 상장 은행(금융지주)의 2분기 순이익이 2조8천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1.8%,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7.5%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2조5천억원을 웃도는 것이다.
2분기에 은행의 평균 대출성장률은 1분기(1.6%)보다 높은 약 1.8∼2.0% 내외로 양호한 성장을 지속했고 은행 전체 순이자이익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대기업이 14개사로 작년의 배로 늘어났으나, 자산건전성 분류가 변동되지 않아 충당금 추가 부담 요인도 없었다. 2분기 은행 전체의 대손충당금은 1조6천억원으로 1분기 1조3천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은행별 순이익 전망치는 우리금융지주가 9천5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따른 법인세 6천150억원 환입, 우리자산운용과 우리F&I 매각이익 720억원 등의 일회성 이익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순이익은 ▲ 신한금융지주 5530억원 ▲ KB금융지주 3850억원 ▲ 하나금융지주 3410억원 ▲ 기업은행 2650억원 등이다.
이 중 하나금융 순이익은 하이닉스 매각이익 450억원(세전)과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외환환산이익 발생으로 전 분기보다 76%나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는 일회성 요인 덕분에 다른 업종과 달리 큰 폭으로 개선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 등의 전망으로 은행주들의 실적 개선추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어 당분간 순이자마진(NIM)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낮은 금리의 혼합대출 판매가 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대형은행들은 이자마진 관리에 애로를 겪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은행들이 과거 고금리로 조달한 채권 만기가 올해 몰린 점도 부담 요인이다.
5대 시중은행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6∼7%의 고금리로 조달한 채권의 만기 도래액은 올해 약 11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 중 7조7천억원 어치가 2분기에 만기 도래했고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1조원과 1조7천억원어치가 대기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중 은행들의 순이자마진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주 주가는 그러나 부동산 규제 완화가 현실화하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최정욱 연구원은 "실적호전에도 은행주 주가가 기준금리 인하 전망과 충당금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은 2분기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외환은행과 통합 등을 추진 중인 하나금융을 최선호주로 제시했고 민영화 중인 우리금융을 3분기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이병건 연구원은 "배당수익률이 높고, 꾸준한 성장을 지속하면서 이익도 늘어나는 기업은행과 BS금융을 최선호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