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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관계회사 간에 이뤄진 부당한 자산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더라도 그 사실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입증하지 못하면 법인세 추징을 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김종필 부장판사)는 “특수관계사로부터 인수한 상표권 가격을 금전대로로 간주해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화장지 판매회사인 H사가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76억원의 법인세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상표권을 시가보다 고평가된 금액으로 매수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세무당국이 정확한 시가나 법상 감정평가액이 얼마인지 적법하게 입증하지 못했다면 법인세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자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설령 양수가격이 부당하다 해도 원고가 관계사로부터 상표권을 양수한 행위를 양수대금 상당의 자금을 대여해준 것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한 것은 실질과세원칙에도 맞지 않으며 적법성을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H사는 2001년 외부 감정평가사의 평가에 따라 특수관계사로부터 화장지 관련 상표권을 265억원에 매수한 후 4년 동안 82억원의 사용수수료 수입만을 거둔 뒤 이를 105억원을 감가상각하고 51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처분했다.

이에 역삼세무서는 장부가격이 3100만원에 불과한 상표권을 거액에 취득한 뒤 매년 실제 거둔 수익 이상으로 감가상각함으로써 조세를 회피했다고 보고 H사에 대해 양수대금 상당의 자금을 관계사에 대여한 것으로 간주해 법인세를 부과했다.

H사는 이에 “특수관계사로부터 양수한 상표권 가격이 시가보다 높게 책정됐다는 이유로 양수도 계약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금전대여로 간주해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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