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을 강행 처리했지만, 재정 당국으로서는 종전의 불가론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재원 측면에서도 13조원에 이르는 예산 확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올해도 '세수 펑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적자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를 늘리면서 일괄적으로 현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재정원칙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2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건전재정 기조 하에 모든 국민에게 고르게 지급하는 현금지원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기자들에게 이 법안에 대해 "부작용이 우려되는 미봉책"이라며 "내수와 민생경제에 어려움이 있어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에 있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률적인 현금지원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국민의힘과도 보조를 맞춘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재원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다"며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어려운 계층을 목표로 지원하는 것인데 법안은 보편적인 지원으로서 잘 맞지 않는다.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이 법안을 헌법상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는 '현금살포법'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이다.
정부 정책 기조와는 별도로, 재정 여력도 빠듯한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법안 통과 시 비용을 추계한 결과에 따르면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급할 경우 12조8천19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국가가 80%, 지방자치단체가 20%의 재원을 분담한다고 가정하면 국가는 10조2천555억원, 지자체는 2조5천639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전 국민에게 35만원씩 준다면 재정 소요는 17조9천471억원까지 불어난다.
법인세 급감 여파로 올해도 2년 연속 '세수펑크'가 확실시되면서 결국 지급이 결정된다면 추경 편성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규모 현금지원을 위해 나랏빚을 늘리면 미래세대에 빚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1천126조7천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시기 국채 발행이 늘면서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만 100조원을 넘는다. 앞서 정부는 팬데믹 위기 대응 등을 위해 2020년 4차례,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씩 추경을 편성했다.
예산편성권을 지닌 정부는 당초 현재의 경제 상황이 법에 명시된 추경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국가재정법 89조에 따르면 정부는 ▲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거나 ▲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 협력 등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행정 집행이나 사법 절차 등을 통하지 않고 자동으로 집행력을 가지는 '처분적 법률' 형태로 민생회복지원금법을 추진했다.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고, 전 국민에게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액은 지급 대상에 따라 25만∼35만원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민생회복지원금으로 소비를 진작하면 현재 넉 달째 2%대 상승률로 둔화 흐름을 보이는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만약 예정 절차대로 지급된다면 연내 지급도 가능하다. 법에 따라 민생회복지원금은 이 법 시행일에 지급되며 법안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