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餘白] 鄭永哲 편집국 부국장
특히 이날 촛불시위에는 여성이 3분의2를 넘어보였다. 가정주부는 아이들의 식탁이 걱정되고 10대여학생들은 미래의 건강과 먹거리 문제가 불안하기 때문에 자발적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수단에서 참여 한 것으로 짐작된다.
연 이틀 동안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의 불만은 청계천 봇물 터지듯 고조된 목소리로 터져 나왔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저는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찍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 이번에는 꼭 찍고 싶어요. 짱돌로-”
40대 중반의 한 여성이 단상위에서 터뜨린 규탄발언에 시위 군중들은 섬뜩해 하면서도 박장대소 했다. 이어 그녀는 “우리 엄마가 예쁜 애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제가 오늘 할 수없이 나왔습니다”라고 전제한 뒤 “광우병으로 제가 죽는 다면 그거야 미인박명이니 숙명으로 치더라도 앞길이 창창한 어린자식들은 어쩌느냐”고 폭소발언을 해 시위군중들을 웃겼다가 울렸다.
중년 여성의 용감무쌍한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값싸고 질 좋은 게 어디 있냐. 값싸면 후지기 마련이지. 값싼 광우병쇠고기를 수입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반문하고는 “광우병 쇠고기를 먹고 이 나라 국민이 다 미쳐 돌아가는 사이 대운하를 파려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여고 3년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교복입은 한 여고생은 “저 고3인데요. 독서실에 가 있어야 하는 시간인데, 엄마 미안해요. 그렇지만 도저히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어요.”
여학생들은 미국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 독도문제에서부터 교육정책, 의료보험민영화에 이르기까지 최근 정치권의 실책 등을 골고루 비판했다.
청계천 시위현장을 지켜본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는 “ 시위문화 주도권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겨 가고 있으며, 이 시대의 기운이 여성으로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며 “시위문화도 남성이 아닌 여성이 주도함으로서 촌철살인의 발언이 스스럼없이 쏟아지고 여성특유의 쾌활함이 어우러져 촛불시위는 그 어떤 힘으로도 깨뜨리기 어려운 힘을 뿜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와 한나라당은 청계천 촛불시위를 야당과 일부 언론이 선동해 이뤄진 집회라고 일축하지만 현장을 가보면 자발적 분노와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데, 선동시위로 몰고 가려는 의도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단 몇 분이라도 그 현장속으로 가 보면 시민들이 10대학생들이 무엇을 그토록 갈망하는지 즉시 확인된다며. 옳은 일을 왜곡하고 부인하려든다면 진실은 은둔하고 불신만 쌓여 갈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 불신사회가 깊어지면 조직하지 않아도 자연발생적으로 조직되고, 누가 나서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앞장서고 촌철살인의 비장함도 연출하게 된다.
이번 청계천 촛불시위문화는 기성세대가 따르지 못할 역동성과 미래의 생명력, 즉, 새로운 희망의 시위문화가 파생되고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참담한 순간에도 유쾌할 줄 알고 분노해야 할 때도 웃음을 잃지 않는 용기있는 힘은 새로운 역사의 지평으로 다가온다.
봇물처럼 터져 나온 ‘청계천 민주주의’는 미래의 희망으로 솟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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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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