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가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임대계약을 허술하게 맺는 바람에 수십억원의 임대료 수입을 놓치게 됐다.
14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김해국제공항 출국장 내 DF1(651㎡) 면세구역 운영자인 신세계조선호텔이 적자를 이유로 5년간의 임대 계약기간을 채우지 않고 지난해 말 중도포기를 선언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공항공사와 맺은 계약에 따라 "두 달 뒤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자 공항공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통보 후 2개월 경과 후 해지'라는 계약 조항에 따라 신세계조선호텔이 빠져나간 뒤 후속 사업자 선정까지 면세점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통상 면세점 운영자를 선발하는 데는 관세청 승인 절차까지 포함해 최소 4∼5개월이 걸린다.
한 공항공사 관계자는 "면세구역 임대 계약을 맺으면서 일반 대기실 임대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계약해지 사전 통지 기간이 2개월에 불과해 여유가 없어졌다"면서 "공항 면세점과 관련해 운영자가 중도 포기를 선언한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어서 계약 해지 세부 조항을 꼼꼼히 못 본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공항공사는 다급히 신세계조선호텔에 3개월 연장운영을 요청했다.
공항공사가 기존 계약보다 사실상 임대료를 덜 내는 계약 조건을 제안했고, 신세계조선호텔이 이를 받아들이며 면세점을 5월까지 임시 연장 운영하고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조선호텔이 내는 연간 임대료가 641억원 가량이었는데 임시운영 기간에는 매출액에 연동해 공항공사에 임대료를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현재 공항 면세점 매출액을 봤을 때 공항공사는 기존 임대료보다 20∼30% 덜 받을 것으로 보이고, 금액으로 치면 수십억원의 임대료 수입을 못받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항공사는 앞으로 면세구역 내 임대계약 해지는 6개월 전에 통보하도록 계약조건을 바꿀 방침이다.
이번 일로 '먹튀' 논란이 있던 신세계조선호텔만 배를 불리게 됐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처음 운영권 낙찰을 받을 때 경쟁자이던 롯데보다 140억 원을 더 써내는 출혈을 감수하면서 사업권을 따냈다.
이후 김해공항 면세사업을 발판 삼아 지난해 서울시내 면세점과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휩쓸며 단숨에 업계 3위로 올라선 신세계는 전략적 가치가 다하고 높은 임대료 부담만 있는 김해공항 면세점을 중간에 포기해 '먹튀'라는 비난을 받았다.
신세계조선호텔 측은 임시운영기간 벌어들이는 돈으로 면세점 중도포기로 말미암은 위약금 53억원을 만회하고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공항 관계자는 "김해공항 면세점은 국제선 여객 증가로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여러 사업자가 운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공항공사가 계약만 허술하게 하지 않았다면 과도한 금액으로 낙찰받아 손해를 보다가 먹튀 논란을 부른 신세계조선호텔에 3개월만 더 운영해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망신스런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계약해지 사전통지기간 짧게 계약한 공항공사 수십억원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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