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 폐지는)담배 심부름시키며 담뱃값 안 주는 양아치만도 못한 짓”
“전자신고세액공제, 세무사들 전유물 아닌 직접 신고 납세자가 받는 혜택”
정부가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9.2)하고 일각의 근거 없는 ‘폐지론’ 주장에 대해 한 젊은 세무사가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한 블로그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부 개정안은 종합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신고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를 전자신고했을 때에만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사실상의 전면 폐지다.
인천 연수구에서 개업 중인 고봉성 세무사(현대세무법인 송도지점). 내년에 40세가 되는 청년 세무사다. 그는 지난달 블로그에 올린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및 축소 반대’ 제목의 글에서 ‘양아치만도 못한 짓’이라는 거친 표현도 불사했다.
상속세 최고세율 대폭 하향, 최대주주 할증 폐지 등 ‘부자 감세’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정부가 영세사업자·납세자에 지원하는 소액의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없애는 것은 사실상의 ‘증세’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자신고세액공제, 세무사들만의 전유물 아니다…납세자 68.7% 직접 신고
세무대리인 전자신고 소요 비용 연 3290만원, 그에 따른 편익은 1990만원
고봉성 세무사는 “전자신고세액공제는 결국 전자신고 정착을 위한 촉진방안이었을 뿐, 이제 목표를 달성했으니 프로모션은 끝났다’며 마치 세무사가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것처럼 표현하는 언론 보도가 씁쓸하다”며 정면 반박했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세무사들만의 전유물이고, 전자신고제도를 정착하기 위한 촉진제’라는 일각의 폐지론 주장에 통계수치를 근거로 들이대며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22년 주요 세목별 전자신고 현황’ 국세통계연보를 인용,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세무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직접 신고하는 납세자들이 적용받는 혜택이고 이를 없앤다면 그들에겐 증세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종합소득세의 경우 세무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납세자 본인이 직접 전자신고한 건수가 전체 1198만 건 가운데 약 824만 건(납세자 전자신고율 68.7%)으로 세무대리인을 통한 신고 건 약 375만 건보다 2배 이상 많다는 것이다. 그는 “부가가치세도 따로 통계치가 없지만 종합소득세 신고비율로 미뤄볼 때 개인사업자의 경우 직접 신고한 비중이 세무대리인을 통한 것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고 세무사는 “(실상이 이런데도) 과연 이를 세무사만의 전유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결과적으로 본인이 직접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전자신고세액공제의 폐지가 사실상 증세나 다름없다”고 정부 방침을 성토했다.
국회 전문위원도 “전자신고에 따른 납세협력비용의 일부 보전”
고봉성 세무사는 2019년 국회 기획재정위 소위의 전자신고세액공제 관련 회의록에서 전문위원이 “과세관청으로부터 전가된 전자신고에 따른 납세협력 비용의 일부를 보전하는 측면이 있다”는 부분을 소환했다.
전자신고의 도입으로 국세청은 전산입력 등의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납세협력비용을 보전해 주는 취지에서 세액공제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2018년 한국국제조세협회의 연구용역보고서(한국세무사회 의뢰)에서 세무대리인이 전자신고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 연간 3290만원인데, 전자신고에 따른 편익은 1299만원 수준이라는 연구용역보고서도 소개했다. 전자신고에 따라 세무대리인에게 1990만원의 납세협력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무사는 연간 1990만원의 납세협력비용 중 일부(개인 300만원, 법인 700만원)를 세액공제를 통해 보전받는 셈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전자신고 촉진보다는 납세협력비용 보전의 성격
결론적으로 그는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세무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직접 신고하는 납세자들도 적용받는 혜택이고 이를 없앤다면 그들에게는 사실상 증세와 다름없다”고 했다.
또한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전자신고를 촉진하기 위함보다는 납세협력비용의 보전적 측면이 강하다고 결론 내렸다.
“절감되는 행정비용이 납세협력비용을 상회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에도 일부 보전효과 밖에 없었던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아예 없앤다는 것은 ‘담배 심부름시키며 담뱃값도 주지 않은 양아치만도 못한 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민과 영세사업자를 생각지 않는 정부 조치를 한때 유행했던 조폭 영화의 한 장면에 비유한 것이다.
■ 고봉성 세무사에게 물어봤다…
“세무사에게 전자신고세액공제가 그렇게 간절한가?”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세무사가 납세자 권익을 보호하는 공익적 업무를 하는 자격사라는 사명감을 철칙으로 삼아 일해왔는데 정말 '자존심'이 상한다”고 답했다.
국가가 공인자격사를 뽑아 놓고 지원은커녕 마치 밥그릇만 챙기는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것에 화가 난다는 것이다.
그는 “세무사가 없으면 국세청은 돌아가지 않는다. 세무전문가 조력없이 작성된 신고서가 제출되면 국세공무원들이 직접 납세자와 조율하느라 행정은 마비될 것이고, 오류가 산재함에 따라 납세자들은 각종 가산세 납부에 시달려 조세저항은 하늘을 찌를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공익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세무사 업무를 지원하는 국가 제도는 전무하다는 것이다.
“의사·한의사·약사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공인중개사는 중개보수 상한제, 공인회계사는 감사인 지정제도, 건축사는 검사 및 확인업무 대행, 변호사는 보수의 소송비용 산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가 안정적 수입 확보에 도움을 주는데 반해 세무사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단순히 전자신고 세액공제가 건당 2만 원이라며 많은 양 홍보하는데 어차피 세무사는 정해진 한도(개인 300만원, 법인 750만원)까지만 공제받고, 아무리 신고를 많이 해도 한도를 초과하면 공제받지 못한다”며 “그나마 최저한세 대상이라 납부할 세금이 공제한도 보다 적으면 실제 공제받는 건 더 적어진다”며 생색낼 일이 아니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그는 “세무사에게 있는 유일한 혜택인 전자신고세액공제마저 없애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나. 각자도생으로 치닫게 된다. 배고픈 자에게 윤리가 무슨 소용인가”라며 “세무사들은 직업윤리를 버릴 것이고, 사회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분을 감추지 않았다.
“역대 국세청장들이 ‘세무사 없으면 국세청 운영안된다’며 협조를 당부했는데 말잔치였는지 묻고 싶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않는 청년 세무사의 얼굴에서 자괴감이 일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10월 25일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때 세무사사무실 것은 전자신고가 아닌 서면으로 신고했다. 화도 나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라며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