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복지소요까지 의무지출 '눈덩이'…재정운용 제약
학령인구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내국세에 기계적으로 연동되면서 향후 의무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에 복지 법정 지출까지 늘면서 정부의 재정운용 전반을 제약하는 모양새다.
◇ 1인 교부금 1천300만→1천900만원…의무지출 20% 차지
8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인당 교육교부금은 올해 1천310만원에서 2028년 1천940만원으로 4년간 48.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초중고 인구는 524만8천명에서 456만2천명으로 13.1% 줄지만, 교육교부금은 68조9천억원에서 88조7천억원으로 28.8% 증가한다.
교육교부금은 각 시도교육청이 교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가가 나눠주는 교부금으로,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된다.
국세 수입이 늘어나는 이상 교육교부금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는 국세 수입이 2028년까지 연평균 4.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교부금이 의무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증가한다.
올해 교육교부금은 의무지출 347조4천억원 중 19.8%를 차지하던 데서 2028년 20.5%까지 올라선다.
반면 아동·보육 부문의 의무지출은 줄어든다.
아동수당은 2024년 2조1천억원에서 2028년 1조7천억원으로 연평균 4.9%씩 감소한다. 부모급여는 같은 기간 연평균 1.1%씩 감소해 2조3천억원에서 2조2천억원으로 줄어든다.
저소득층 초중고 학생에게 지원하는 교육급여도 지출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저출생에 이들 부문의 의무지출은 줄어드는 반면, 교부금은 지속 증가하는 것이다.
◇ 고령화에 의무지출 '눈덩이'…정부 재정운용 '발목'
의무지출은 고령화 등으로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올해 347조3천억원에서 2028년 433조1천억원으로 24.7% 증가한다. 연평균 증가율이 5.7%다.
같은 기간 총지출은 656조6천억원에서 756조2천억원으로 15.2% 늘어난다.
의무지출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을 웃돌면서 의무지출 비중은 52.9%에서 57.3%까지 높아진다.
부문별로 보면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 지출이 올해 77조6천억원에서 2028년 106조7천억원으로 37.4% 급증한다. 고령화에 따라 수급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도 20조2천억원에서 26조원으로 28.9% 늘어난다.
의무지출의 증가는 정부의 재정 운용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의무지출은 법령에 의해 수혜 대상과 지출이 정해져 조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운용 폭이 커 정부의 정책 의지를 담을 수 있는 재량지출은 올해 309조2천억원에서 2028년 323조1천억원으로 연평균 1.1% 늘어나는 데 그친다.
국가채무 증가를 관리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셈이다.
◇ 교육교부금 근본 개편 목소리…정부 "사용처 넓혀"
이에 교육교부금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출생·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의 변화에 맞춰 기계적으로 증가하는 교육교부금으로 늘어나는 복지 수요 등을 감당하자는 취지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인구축소사회의 교육재정 효율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교육수요자가 급감하는데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내국세수에 연동해 여타 지출 분야에 우선하여 확대해주는 현행 제도는 결코 바람직한 예산편성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국세수에 연동된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을 완화하고 교부금 배분에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등이 참여하는 등의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향후 재정 소요 등을 이유로 교육교부금 개편에 반대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교육교부금의 사용처를 넓히는 방식으로 재정 효율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일원화해 관리하는 '유보통합'에 필요한 추가 재원은 지방교육재정이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 법률 개정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2022년에는 교육교부금의 재원인 교육세 일부를 활용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