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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가뭄 속 건전재정 허리띠…尹정부 3년 총지출 '역대급' 감속
세수가뭄 속 건전재정 허리띠…尹정부 3년 총지출 '역대급' 감속
  • 연합뉴스
  • 승인 2024.08.14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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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수 10조원대 결손 전망…적자 묶기 위해 지출감속 불가피
R&D 예산 늘리고 국가장학금 확대…고강도 지출 구조조정 병행
세수 (CG)

내년 예산안의 지출증가율이 '3%대 이하'로 가닥이 잡힌 배경에는 2년 연속 발생한 세수 결손이 있다.

올해 세수결손으로 내년 세입도 예상 대비 감소가 유력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인 '건전재정'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논리다.

그 결과 윤석열 정부의 임기 첫 3년간 총지출 증가율은 역대 정부 중 최저일 것으로 보인다.

14일 정부와 여권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내달 초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막바지 편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4% 이상 늘리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올해 세수가 당초 전망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2023∼2027년 중기 재정운용계획'(중기 계획)에서 밝힌 내년 지출 증가율은 4.2%다.

상반기까지 국세 수입은 168조6천억원으로 올해 세입 예산(367조3천억원) 대비 진도율이 45.9%였다. 실적을 기준으로 한 최근 5년 진도율은 평균 52.6%다. 최근 상반기 세수가 연간 실적의 50%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세수는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크다.

올해와 진도 흐름이 비슷했던 2013년과 2014년을 바탕으로 추정해보면 올해 국세 수입은 최소 10조원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국세수입 현황
3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6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세수입은 168조6천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9조9천800억원(5.6%) 감소했다.
국세수입 감소의 주요인 법인세는 올해 들어 6월까지 30조7천억원 걷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조1천억원(34.4%) 급감했다.

올해 세수가 예상보다 감소하면, 이를 기준으로 전망한 내년 세수도 영향을 받는다.

정부가 중기 계획에서 전망한 내년 국세 수입은 올해보다 9.2% 늘어난 401조3천억원이다.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작년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내년 법인세가 대폭 증가하겠지만, 올해 10조∼20조원의 세수 결손을 메우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내년 세수도 당초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재정준칙에 준해 예산을 편성한다는 입장이다.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3% 이내로 묶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값이다.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데 재정준칙을 지키려면 지출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

올해 세수 결손으로 내년 국세 수입이 중기 계획보다 10조원 줄어든다고 가정했을 때,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GDP 대비 3%가 되는 총지출 규모는 676조원 안팎으로 지출 증가율이 3% 내외가 된다.

내년 지출 증가율이 4% 이상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GDP가 2020년 기준으로 개편되면서 내년 GDP가 중기 계획보다 늘어나기 때문에 지출 증가율은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

[그래픽] 국가채무비율 전망
9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GDP 등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연도가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되면서 GDP 대비 국가채무(D1) 비율은 작년 말 50.4%에서 46.9%로 내려갔다.
GDP가 바뀌면서 정부가 중기적으로 예측·산정한 국가채무 비율도 내려가게 됐다.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이 3%대에 그친다면, 총지출 개념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역대 정부 가운데 임기 첫 3년간 증가율이 가장 낮은 정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출 증가율이 3.9%면 총지출은 682조2천억원이 된다. 2022년(604조4천억원·본예산 기준) 대비 12.9% 늘어난 규모다.

이는 문재인 정부 첫 3년간 증가율(28.2%)의 절반을 밑도는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13.0%), 이명박 정부(20.2%)보다도 낮다.

2년 연속 세수 결손에 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한 결과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필요한 분야에는 재정 투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년 주요 R&D 예산의 경우 올해보다 2조9천억원(13.2%) 증액한 24조8천억원으로 책정했다.

기재부에서 편성할 일반 R&D 예산까지 포함하면 내년 R&D 예산은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 기준으로 책정한 규모로 역대 최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청년·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주요 민생 지원 예산도 총지출 증가율의 1.5배 이상 늘려 편성한다.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을 150만명으로 늘리고 연간 최대 240만원을 지급하는 주거장학금도 신설한다.

육아휴직급여 인상, 아이돌봄서비스 소득기준 완화, 한부모가족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 경로당 식사제공 확대, 이공계 대학원생 대상 연구생활장학금 신설 등도 추진한다.

저출생 대응, 의료개혁 등을 위한 투자도 늘린다.

[그래픽] 주요 연구개발(R&D) 예산 추이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주요 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2조9천억원(13.2%↑) 늘어난 24조8천억원 규모로 책정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병행하고 있다. 재정 상황이 빡빡한 만큼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예산 당국은 새로운 사업을 편성하기 위해 부처가 먼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예산 심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내년 예산안의 지출 구조조정 규모도 통상적인 수준인 10조∼1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지난해 예산안의 구조조정 규모는 23조원, 24조원이었다.

범부처 간 협업예산과 조세·재정지출 통합 평가를 통해 지출 재구조화에도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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