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부는 윤석열 집권 3년 차를 맞아 당면한 경제여건의 어려움과 인구위기 등 구조적 과제에 직면하여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 복원을 위해 ▲경제의 역동성과 ▲민생경제 회복을 지원하며 ▲조세체계를 합리화하고 ▲납세자친화적 환경을 구축하는데 중점을 둔 ‘2024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집권 첫 해인 2022년에 ▲법인세율 1%인하와 ▲가업승계 관련 조세지원을 확대하는 획기적인 기업지원 세제가 입법되고, 2년차인 작년에는 ▲대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등을 늘린데 이어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경제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대기업과 자산가, 상속과 배당에 대한 특별한 감세조치를 담았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기본방향을 ▲투자.고용.지역발전 촉진 및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제 역동성을 확보하고 ▲결혼 ․ 출산 ․ 양육 부담 완화 및 서민․소상공인 등 지원을 통해 민생을 안정시키는 한편, ▲세부담 적정화와 조세제도 효율화를 추진해 합리적인 조세체계를 구축하고 ▲납세자 편의와 권익을 강화해 납세자친화적 환경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최근들어 세수결손이 반복되는 등 어려운 세수여건과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경제의 역동성 확보와 민생안정을 위해 다양한 세제혜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이와 크게 상관관계가 없어보이는 상속세를 중심으로 5년간 무려 18조6459억원의 세입을 감소시키는 가히 '역대급 감세' 세법개정안에는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1. 국민 현장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노력과 적용하기 쉬운 감면제도 개편은 긍정적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 마련을 위해 국민과 기업 현장에서 국민생활과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대안을 제시해 온 한국세무사회를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을 통해 세법개정 건의를 수렴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통합고용세액공제 등 고용지원세제의 경우 과거 난수표같은 감면세액 산정방식과 고용인원 감소에 따른 추징으로 적용조차 꺼려했던 것을 감안하면 산정방식을 단순화하고 인원감소시 추징제도를 폐지하는 등 납세자 편의를 극대화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2. 고액상속자에 집중되는 상속세 인하를 중산층의 상속세 납세편입 막게 재설계해야
무엇보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핵심 화두와 감세목표는 단연 상속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은 ▲자녀공제를 1인당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인상하며, ▲상속세 세율을 조정하여 과표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자에 대해 적용받던 최고세율 50%를 40%로 낮추고, 10%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만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렸다. 아울러, 재계의 오랜 숙원인 ▲중견기업 이상 최대주주의 20% 할증과세를 폐지하고 ▲밸류업 기업 등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공제액을 대폭 높이도록 했다.
우선, 상속세 최고세율을 40%까지 낮추는 부분은 조세의 국제적 경쟁력 및 명목세율을 실효세율과 어느 정도 일치시키기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더라도 상속세가 피상속인의 소득세 최종적인 과세라기보다 상속인이 자신의 노력없이 상속재산을 취득한 것이라고 여기는 국민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땀흘려 번 소득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45%)보다 무상취득한 상속세 최고세율(40%)이 낮을 때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같은 상속세 개편안이 실현된다면 감세 규모는 실로 엄청날 것이고 부족한 재정상황에 감세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가 관심사가 될 것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년대비 기준으로 5년간 4조3,515억원 중 4조565억원, 실제 감세효과를 나타내는 매년 감세규모 누적액 기준으로는 5년간 총 18조6,459억원이 감소된다고 한다.(여기에는 상속과표에 합산되지않은 증여세 감소분은 포함되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감세효과의 귀착도 정부는 분석이 곤란한 항목(기타)으로 분류했지만 과표 30억원 초과 ‘고액 상속자’인 2,400명에게 매년 무려 1조8천억 원의 상속세율 인하 혜택이 돌아가므로 대부분의 상속세감세 분은 겨우 1664억원의 감세귀착으로 밝힌 ‘고소득자’에 더해야 맞다.
더구나 정부의 상속세개편안은 세율인하 등 상속세 개편이 최근 중산층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속세 부담을 해소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한 대안이라 보기 어렵다. 개정안대로 시행된다고 해도 집값 상승 등으로 인한 집 한채라도 있는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지, 그리고 주택소유자의 사망에도 상속인이 안정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배우자와 자녀2인인 경우 20억원 정도 공제되지만, 주택이 대부분 시가대로 과표가 잡히고 있어 배우자가 없거나 자녀가 적은 경우를 포함해 많은 1주택자들이 여전히 상속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므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인하하여 30억원 초과 고액상속자만 세율인하의 혜택을 받지 않고 모든 구간에 걸쳐 과표를 늘리거나 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을 통해 ‘하후상박(下厚上薄)’으로 재조정하고, 주거권 보호를 위해 도입했지만 10년 이상 1주택 동거라는 까다로운 조건에 6억 원만 공제되는 동거주택상속공제 한도는 고가주택 기준인 12억 원까지 늘리는 등 합리적 대안을 강구해야 상속세 완화로 인한 혜택을 단 2,400명이 아니라 온 국민이 누리고 집 한 채밖에 없는 중산층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속세 납세자 편입과 부담을 비로소 축소하게 될 것이다.
3. 대기업 주식은 20%할증평가 폐지, 중소기업 비상장주식은 과대평가 역차별
비상장주식을 포함한 주식의 적정한 시가과세를 위한 평가제도 합리화를 위한 재설계 없이 중소기업이 아닌 매출 5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과 대기업만 적용대상인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20%할증평가 제도를 평가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나 재설계 없이 일률폐지하는 것은 문제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는 기업주의 지분이 실지로 프리미엄이 붙는 점을 감안한 실제적인 시가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중소기업 주주들의 비상장주식은 환금성이 거의 없는데다 비상장주식평가제도가 불합리해 아무리 이익이 적어도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평가해야 하는 등 비상장주식의 실제가치보다 수 배에 달하는 가액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세법에서 정한 주식평가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보지 않고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4. 조세감면의 두얼굴.. 대기업-고액자산가 ‘최대감면’, 소상공인-국민 ‘용도폐기’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는 격인 조세감면 특례는 과도한 특혜가 되지않도록 일몰규정을 도입하고 국가재정법에서 국세감면 한도를 정하고 있지만 이는 형해화된 지 오래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또다시 거의 가늠이 되지 않을 규모의 조세특례를 대기업과 고액자산가에 몰아주는 것도 문제지만 소상공인과 일반 국민에게는 ‘비과세․감면 축소’를 이유로 세정협력과 비용보전 성질의 소액 감면조차 일거에 폐지 또는 축소하겠다고 하는 점도 문제다.
투자와 고용에 파격적인 감면을 이어가거나 늘리고 있고, 심지어는 배당을 늘리면 법인세까지 깎아주는 ‘기업밸류업’ 조세감면까지 등장했지만 이 또한 대부분의 혜택은 대기업이나 상장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동안 파격적으로 대기업에 몰아주었던 국가전략기술, 신성장, 원천기술 등 R&D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와 통합투자세액공제를 3년 연장하고 추가공제율을 3~4%에서 10%로 일괄 상향시켜 공제규모를 더 늘렸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늘릴 경우 증가분의 5%를 법인세에서 공제하고 배당증가분에 대한 배당소득세는 저율 분리과세받도록 했다.
통합고용세액공제의 경우 고용증가인원에 대한 총 지원액을 2년간 공제액을 대폭 상향하고 임시직․초단시간 근로자 인건비 지출증가액에 대해서까지 10~40%를 공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그나마 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제도로 자리잡던 고용지원제도마저 이제 비정규직 양산을 지원하는 제도로 전락할까 우려된다.
반면, 매출액 5~10억 원에 불과한 영세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에 따른 세부담 증가와 카드수수료 등 비용지출에 대해 보전하는 성질의 신용카드등발행세액공제는 현재의 50%로 대폭 축소하고, 정부의 전자세정을 위해 납세자가 지출해온 전산비용 등을 보전하는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전자신고가 정착되었다며 종소세․법인세, 부가세신고 때 국민 1인당 1~2만원의 세액공제를 아예 폐지시켰다.
정부는 그동안 나라곳간을 지키기 위해 ‘재정준칙’을 입법하고자 하고 국가재정법에 따른 국세감면 한도까지 초과하는 투자 및 고용 등 감면을 확대한 정부가 대기업을 위해서는 기업밸류업을 위해 배당까지 챙겨 ‘대기업혜택 몰아주기’를 하면서도 소상공인과 일반 국민 등 조세약자에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지원되는 합리적인 조세감면은‘비과세․감면 축소’하겠다는 것은 과도하게 편중된 정책목표에 매몰되어 조세제도의 합리적 운용이라는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용카드등사용세액공제 및 전자신고세액공제 등 소상공인과 국민의 납세협력에 대한 보전으로서 국민이 수긍하고 국민편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감면제도는 충분히 보전되도록 보완해야 할 것이다.
5. 금투세-가상자산 과세, 필요성과 시행불가 주장 오락가락하는 정부에 국민 혼란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아예 폐지하고 가상자산 과세도‘27년까지 2년 늦춘 것은 조세제도 합리화라는 정책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조세원리까지 무시하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럽다. 만약 정부의 개정안대로 확정된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가 입법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여 도입한 제도를 시행하기도 전에 이를 부정하고 다시 폐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훼손은 물론 국민의 성실납세의식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금투세는 비상장주식에 대하여 비과세소득이 전혀 없이 과세되고 있는 주식양도차익, 즉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제도로서 정당성이 인정되므로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금투세를 과세할 양도자에게 이익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매매총액을 기준으로 연간 약 6조원 징수되고 있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므로, 소득과 무관하게 과세해온 증권거래세 폐지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 금투세와 연계 시행하는 법안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결혼․출산 등 가족친화적 과세체계 구축
정부는 혼인신고시 부부에게 최대 100만원 세액공제(부부 1인당 50만원)를 혼인신고 후 3년간 생애 1회 한정해 소득세 과세체계에서 처음으로 결혼 및 출산에 따른 세액공제를 새로이 도입하고 자녀세액공제도 10만원씩 상향했다. 이는 작년에 도입한 결혼출산에 따른 증여재산공제의 수혜대상이 증여가 가능한 부모를 둔 청년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증여받지 못하는 청년에게도 형평에 맞게 결혼자금(2022년 평균 7천만원)에 대해 소득세 혜택을 줘야한다는 한국세무사회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크게 환영할만하다 할 것이다.
다만 한시적 결혼세액공제를 도입하거나 유인효과 없는 자녀세액공제를 늘리는 등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임시변통이 아니라 배우자공제를 대폭 확대하거나 다른 외국과 같이 독신과 배우자있는 소득자에 대한 차별적인 소득세 과세체계로 개편하는 등 가족친화적인 소득세 과세체계로 나아가는 일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7. 국민의 뜻 담고 공감하는‘좋은 세금’위해 정부와 국회, 국민과 전문가 머리 함께 맞대야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정부법안을 내도록 한 것은 국민과 국회에 국정과제 등 국가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정부정책을 가열차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중장기적인 재정수요를 고려하지 않거나 특정목적을 위한 임시방편적인 제도개선에 그치고 국가재정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책없이 특정 세목을 중심으로 세 부담을 5년간 18조원이나 축소하는 것은 국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임을 감안해도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지나친 감세는 과거‘증세없는 복지’정책으로 생긴 세수 부족을 결국‘세무서에서 가까운’현장의 힘겨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모두 짊어지게 했던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그동안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세법개정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기는 했으나 결국 내놓는 조세정책마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편중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조세약자는 무시되는 개정안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세법개정안 발표로 끝나지않고 국민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잘못된 인식과 판단으로 말이 없지만 준엄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담지못한 부분은 국회에 제출하는 개정법률안에 충실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국회도 안정적인 재정조달이 가능하면서도 조세원리에 맞는 세제를 만드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조세원리에 충실하고 조세제도 합리화를 도모하기보다는 특정계층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세제가 극명한 만큼 그 부담이나 혜택이 특정계층에 편중되지 않고 함께 분담하거나 누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와 사회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제정하거나 폐지하는 조세이슈가 많은 만큼 국회도 마음을 다잡아야한다. 국민생활과 기업활동, 국민의 권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조세입법 절차는 관성적이고 단기간의 세법심의가 아니라 공청회와 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과 전문가에게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논의를 하는 것이 절실하다.
한국세무사회(회장 구재이)는 납세자인 국민과 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1만6천 조세전문가를 구성원으로 하는 법정단체로서,‘국민이 원하는 세금제도 만들기’활동의 일환으로 이번 정부의 2024세법개정안이 정부에서 충분한 재검토와 심도있는 국회 논의를 통해 조세원칙와 조세정의에 맞고 국민이 원하는‘좋은 세금’이 되도록 최선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2024. 7. 25. 한국세무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