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4년간 4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기업 감세에 나섰다.
독일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 자유민주당·노랑, 녹색당·초록) 연립정부는 29∼30일(현지시간)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메제베르크성에서 비공개 내각 심화 회의를 열고, 내년부터 4년에 걸쳐 법인세 320억 유로(45조9천억원)를 감면하는 '성장기회법' 추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법안은 중소기업에 연간 70억 유로(10조원) 정도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다. 기업이 기후보호를 위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투자를 하는 경우 15%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주택건설 촉진을 위해서도 한시적으로 세액공제를 해주고, 기업이 낸 손실을 이익과 상계할 수 있는 폭을 확대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경기 상황상 더 큰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성장세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전력투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세가 "우리나라의 성장을 촉진하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기업이 투자 결정을 확정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독일 특유의 높은 속도로 시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독일 연정은 이번 성장기회법 협상에서 내부적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극적으로 타결했다. 이 법안은 연방하원에서 논의를 거쳐 16개주와 지자체들의 동의를 받아야 시행이 가능하다.
이런 대규모 감세계획은 독일 경제가 지난해 4분기(-0.4%)에 이어 올해 1분기(-0.1%)까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경기 침체에 빠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2분기에도 0%에 그치면서 앞서 제기된 연간 마이너스 성장 전망에 힘이 실리게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 전망 수정치에서 올해 독일 경제가 0.3%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독일은 주요국 중 나홀로 역성장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독일경제연구소(IW)는 전날 올해 독일 경제가 0.5%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고금리에 에너지 가격 상승, 수출 약세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이밖에 관료주의적 행정절차를 축소한다는 차원에서 기업 장부 보관 기한을 10년에서 8년으로 줄이고, 호텔에서 모든 손님에 대해 신고서 작성을 폐지할 계획이다.
독일은 또 내년부터 병의원에 전자처방전을 표준규격으로 도입하고, 2025년에는 모든 공보험 가입자를 상대로 전자환자카드를 도입할 예정이다.
행정사무 부문에 있어서 인공지능(AI) 도입을 위한 기술적 법적 근거 마련에도 돌입한다.
독일 정부는 다만, 산업계에 대한 전기요금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