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본으로 반출된 금괴는 관세법상 반송신고 대상
출국지를 우리나라로 변경할 목적으로 국내에 도착한 외국물품은 환적물품에 해당되지 않아
피고인들에게는 벌금이 병과되고, 추징까지 선고돼
피고인들의 행위는 일본 관세법 위반 외에 대한민국 관세법도 위반
- 대법원 2020.1.30. 선고 2019도11489 판결 -
●요약
대법원은 홍콩으로부터 우리나라 국제공항의 환승구역에 반입되었다가 본래의 출발지와 점유자가 변경되어 다시 일본으로 반출된 금괴가 관세법상 반송신고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피고인들은 홍콩에서 금괴를 싸게 구입한 후 일본으로 밀반입해 판매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금괴밀수를 계획했고,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들에 대한 일본 세관의 휴대품 검사는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있다는 점을 범행에 이용하기로 했다. 이에 피고인들은 인솔책 등 금괴 밀반출 조직원들, 각 운반책과 공모해 외국물품이자 상용물품인 금괴를 보세구역인 한국 공항 환승구역에서 다시 외국으로 반출했고, 이 때 관세법상의 반송신고를 하지 아니했다.
이 경우 홍콩으로부터 우리나라 국제공항의 환승구역에 반입되었다가 본래의 출발지와 점유자가 변경되어 다시 일본으로 반출된 금괴가 관세법상 반송신고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반송신고 대상인 경우 이를 신고해야 하고, 신고하지 아니하는 경우 관세법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며, 물품의 원가가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대법원은 단순히 환적신고에 그칠 것이 아니라 반송신고의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행위가 대한민국 관세법까지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1. 대상판결의 사실관계(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홍콩에서 금괴를 싸게 구입한 후 일본으로 밀반입해 판매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금괴밀수를 계획했고, 홍콩에서 매입한 금괴를 휴대하여 바로 일본으로 반출할 경우 일본 세관에 쉽게 적발되는 반면,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들에 대한 일본 세관의 휴대품 검사는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있다는 점을 범행에 이용하기로 했다.
피고인들은 홍콩에서 금괴를 매입한 후 이를 휴대해 한국 공항 환승구역으로 금괴를 반입했고, 그와 별도로 한국에서 조직적으로 금괴 운반을 담당할 여행객들을 모집해 교육시킨 다음 그들로 하여금 한국 공항의 출국심사를 받고 위 환승구역에 진입하도록 한 후 홍콩에서 위 환승구역으로 반입된 금괴를 몰래 몸에 숨겨 일본행 항공기에 탑승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한국 환승구역에서 일본으로 금괴를 밀반출하는 범행계획을 수립했다.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일본으로의 금괴밀수를 계획한 후, 피고인 B는 홍콩 금괴의 매입, 한국 공항으로의 반입, 일본으로의 금괴 밀반출, 일본 내 금괴판매 등 범행 전반을 총괄하고, 피고인 A는 피고인 B의 지시를 받아 금괴 운반책을 모집하고 자금을 관리하거나 금괴 운반 일정을 조정하는 등으로 각자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공모했다.
피고인 A는 2015.7.1. 인천국제공항에서 모집한 불상의 운반책들로 하여금 일본행 출국심사를 받고 위 공항 국제선 청사 환승구역에 진입토록한 다음, 홍콩에서 보세구역인 위 환승구역으로 반입된 1㎏ 금괴 40개를 건네받아 운반책들이 각자 5~6개씩 나누어 소지하도록 한 채 그 무렵 일본행 여객기에 탑승하여 일본으로 출국하게 함으로써 1㎏ 금괴 합계 40개를 밀반출한 것을 비롯해 2015.12.24.까지 99회에 걸쳐 금괴 합계 10,040개(시가 합계 460,187,000원)을 밀반출했다. 2016년의 경우 2016.1.8.경부터 2016.12.24.경까지 143회에 걸쳐 1㎏ 금괴 합계 30,281개(시가 합계 1,550,050,876,000원)를 밀반출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인솔책 등 금괴 밀반출 조직원들 각 운반책과 공모하여 외국물품이자 상용물품인 금괴를 보세구역인 한국 공항 환승구역에서 다시 외국으로 반출하면서 각 반송신고를 하지 아니했다.
2. 쟁점의 정리
이 사건 금괴가 최종적으로 판매되는 곳은 일본이다. 만일 일본의 구매자가 확정된 상태에서 피고인들이 홍콩으로부터 금괴를 조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피고인들이 홍콩에서 금괴를 구매한 뒤 직접 홍콩에서 일본으로 해당 금괴를 운송시켰을 것이고, 일본의 구매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홍콩에서 금괴를 구매한 것이라면 일단 우리나라로 수입한 다음 일본에 수출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상적인 경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각 거래의 실질에 부합하는 운송경로를 거치지 않았다. 어느 경우이든 실제로 일본에서 밀수가 성공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우리나라 국제공항의 환승구역을 인편을 통한 화물의 환적공간으로 이용했을 경우 우리나라 관세법상 어떠한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가 문제된다. 관세법은 수입자가 외국물품을 수입한 뒤 아직 통관을 거치지 아니한 단계에서 이를 다시 외국으로 반출시키는 경우와 물류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단순 경유국으로서 기능하는 경우(이를 ‘환적’이라 한다) 별도의 신고절차를 마련해 두고 있는데, 어떠한 신고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것인가에 따라 특히 처벌의 강도가 다르다. 그리고 이처럼 통상적인 화물환적 구역에서의 화물 운송수단에 의한 환적이 아니라 여객 환승구역에서의 인편에 의한 사실상의 환적일 경우, 관세법의 어느 규정이 적용돼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3.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원심판결은 이 사건 금괴들이 반송신고의 대상이라고 보았는데, 그 주된 사유는 아래와 같다.
① 피고인들이 취급한 외국물품은 금괴로 그 가치가 매우 크고, 여행객들이 통상 휴대하거나 소지하고 다니는 물품이 아니다. 금괴는 전통적으로 중요한 국부로 취급되었는바, 국가는 자국으로 수입되거나 자국에서 수출 또는 반송되는 금괴를 파악·규제할 필요가 크다.
② 이 사건 금괴들이 반입된 장소인 인천국제공항 또는 김해국제공항의 각 환승구역은 지정보세구역의 하나인 세관검사장으로 지정된 곳이다.
③ 이 사건 금괴들의 최종목적지는 피고인들이 의도한 무역거래의 내용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바, 홍콩에서 출발한 이 사건 금괴들의 최종목적지는 우리나라가 되고,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이 사건 금괴들의 최종목적지는 일본이 된다. 즉 이 사건 금괴들은 대외무역법령에 의한 중계무역물품에 해당하므로 홍콩발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최종목적지가 되고, 환적을 위한 경유지로 볼 수 없다.
④ 피고인들이 운송수단을 변경한 목적은 홍콩에서 일본으로 가는 직항편이 없다거나 운송수단의 변경이 경제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피고인들은 위 금괴들의 출발지와 외관상 소유자(점유자)를 변경시킴으로써 일본으로의 금괴밀수를 용이하게 하고, 일본에서 밀수가 발각될 경우 자신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했다.
⑤ 한국발 일본행 항공사는 일본으로의 운반책과 사이에 여객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함에 있어 이 사건 금괴들을 운송목적물, 즉 위탁수하물 또는 기내수하물로 취급하지 않았다. 즉, 이 사건 금괴들은 적법하게 운송되는 수하물이 아닌바, 이 사건과 같은 방법에 의한 운송수단의 변경은 관계법령이나 개정 도쿄협약이 예정한 환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관련 규정의 문언, 체계와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외국으로부터 국내에 도착한 외국물품이 수입통관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시 외국으로 반출되는 경우에는 관세법 제241조 제2항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송신고의 대상이 되므로, 이러한 신고 없이 해당 물품을 ‘반송’하는 행위는 관세법 제269조 제3항 제1호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의 태도와 같은 입장을 취하였다. 그 사유는 아래와 같다.
① 관세법은 통관을 화물의 이동경로에 따라 크게 수입통관, 수출통관 및 반송통관 등 세 가지로만 분류하는 전제에서 통관제도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데, 관세법 제241조 제1항이 물품을 수출·수입 또는 ‘반송’하고자 할 때 세관장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통관절차에서 관세법과 기타 수출입 관련 법령에 규정된 조건의 구비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데 있다(대법원 2006.5.25. 선고 2004도1133 판결 취지 참조). 한편 관세법 제269조에서 무신고 수출입 및 ‘반송’ 행위를 처벌하는 주된 취지는 수출입 및 반송 물품에 대한 적정한 통관절차의 이행을 확보하는 데에 있는 것이고, 관세수입의 확보는 그 부수적인 목적에 불과하다(대법원 2005.12.23. 선고 2005도6484 판결 취지 참조).
② 한편 우리나라가 가입해 2006.2.3.부터 국내에서 발효된 ‘세관절차의 간소화 및 조화에 관한 국제협약 개정 의정서’(이하 ‘개정 교토협약’이라고 한다)의 특별부속서 E(운송) 제2장(환적)의 이행지침에서는 환적물품에 대해 통관절차가 면제되는 취지로 규정하면서 환적의 필수적인 특성으로 해당 물품은 오직 해당 관세영역으로부터 반출을 위해 다른 운송수단으로 옮겨 실을 목적으로만 그 관세영역에 도착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출국지를 우리나라로 변경할 목적으로 국내에 도착한 외국물품은 개정 교토협약에 따라 반송신고 등 통관절차가 면제되는 환적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것이다.
4. 평석
관세법은 “반송”이란 국내에 도착한 외국물품이 수입통관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시 외국으로 반출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관세법 제2조 제3호), “환적”이란 동일한 세관의 관할구역에서 입국 또는 입항하는 운송수단에서 출국 또는 출항하는 운송수단으로 물품을 옮겨 싣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관세법 제2조 제14호).
반송신고 대상에 해당되는 경우 이를 신고해야 하고 신고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관세법 제269조 제3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원가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3항에 따라 반송한 물품의 원가가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으며, 동조 제6항에 따라 반송한 물품의 원가에 해당하는 벌금이 병과되게 된다.
반면, 환적신고 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관세법 제140조 제4항에 따라 일정한 경우 신고해야 하나, 신고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라도 관세법 제276조 제4항 제3호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반송과 환적 그 어느 것이나, 수입신고가 수리되지 않은 외국물품인 상태에서 우리나라를 경유해 다시 외국으로 나간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하고, 결국은 본래의 실질이 무엇에 더 가까웠는지를 기준으로 함이 옳다고 본다. 반송의 사안이라면 처음 우리나라에 도착할 때부터 반출이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한 이후 ‘별도의 반송 사유’에 의하여 반출되는 것이 통상적일 것이고, 환적의 사안이라면 처음부터 운송수단의 변경을 위하여 우리나라를 도착하는 것이 통상적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본 건의 본래 실질은 반송이 아닌 환적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현행 관세법은 화물운송수단의 교체가 아니라 여행객 휴대품의 형식을 빌린 인편에 의한 환적을 특별히 예정하고 있지 않고, 때문에 누가 언제 어떻게 환적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아 환적신고 의무 위반으로써 규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수긍이 간다.
사안 자체에 비추어 처벌의 필요성은 크나, 근거 규정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까닭이다. 만일 해당 물품이 금괴가 아니라 다른 것이었고 이에 처벌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었다면 반송의 사안과 환적의 사안을 구별하는 기준에 대해 보다 깊은 법리적인 검토가 있었을 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대상판결은 양자를 구별하는 기준을 특별히 제시하는 바가 없이 반송의 사안으로 먼저 결론부터 내려 놓고 처벌의 필요성만 강조한 점은 법리적으로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본 판결의 결론이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판례의 집적을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 2001: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2003: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 2006: 제35기 사법연수원 수료
• 2004: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석사
• 2007: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 2014: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졸업 (Master of Law)
• 2009~현재: 법무법인(유) 율촌
• 에너지기업 대리해 3,300억원대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심판 승소(2019)
• 공기업 대리해 1,044억원대 개별소비세 부과처분 취소 심판 승소(2018)
• 공기업 대리해 820억원대 관세등부과처분 취소 소송 대법원 승소(2016)
• 정유회사 대리해 500억원대 석유수입부과금 환수처분 취소 소송 대법원 승소(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