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투자 신고 뒤 5년 이내 수입하는 자본재에 대한 관세는 계속 면제
한국 정부가 “특혜 논란을 빚은 외국인 투자기업지원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유럽연합(EU)과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기 위해 내년부터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을 폐지할 방침이다.
‘비거주자,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과세권 확대’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밝혔지만, “한국이 조세혜택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기업을 유치, 세원(Taxation Source)을 독식한다”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결과로 풀이됐다.
기획재정부는 30일 공개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서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을 명시한 ‘조세특례제한법 121의2, 121의5를 내년부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개별형 및 단지형 외국인투자지역과 신성장동력산업, 경제자유구역과 자유무역지역, 새만금 등 경제특구 등에 입주하거나 해당되는 모든 외국인투자기업들은 법인세와 관세, 지방세 등의 감면혜택을 받아왔다.
해당 기업 요건을 갖춘 뒤 3년간 100%에 이후 2년간은 50%만 세제혜택을 받는 5년형, 최초 5년간 100%를 받다가 이후 2년동안 50%만 감면받는 7년형 등 2종류의 감면 유형이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경제환경 변화로 제도유지 필요성이 감소했다”면서 “외국자본에 한정된 현행제도를 개선, 내ㆍ외국자본간 과세형평을 높이겠다”고 폐지 이유를 밝혔다.
또 “과거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대규모 외자도입을 위해 이 제도를 확대했지만, 현재는 외화유동성이 풍부하고 대외건전성이 안정적이라 폐지한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다만 “주요국 상황을 살펴보니 외국인에 한정한 법인세 감면 국가는 없지만 관세·자본이득세 등 감면 국가는 있다”면서 관세 등 여타 지원은 유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투자 신고 뒤 5년 이내 수입하는 자본재에 대한 관세가 계속 면제된다. 또 개별형 외투지역ㆍ신성장동력산업 등의 감면사업은 부가가치세ㆍ개별소비세도 계속 면제된다. 이와 함께 외투기업에 대한 지방세 감면 혜택은 유지하되, 감면 근거법령을 행정안전부 소관 ‘지방세특례제한법’으로 넘기기로 했다.
기재부는 “국가간 과세의 공평성ㆍ일관성ㆍ투명성 확보를 위해 OECD차원에서 추진해오던 ‘국가간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해결 프로젝트’에 따른 ‘OECD 모델조세조약’이 지난해 11월 개정돼 이를 반영했다”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1월 ‘국가간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방지 프로젝트’에 따른 OECD 모델조세조약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세부 조정을 거쳐 같은 해 12월18일 공개됐고, 이듬해 1월23일 OECD 웹사이트에도 공시됐다.
모델조약 ‘제25조 상호합의절차’ 및 관련 주석은 BEPS 프로젝트의 ‘분쟁해결장치(Action 14)’ 개정 내용을 반영했다. 앞서 해당 납세자의 거주지국의 과세당국에만 상호합의절차를 신청할 수 있었으나, 바뀐 내용에서는 조세조약 체결 양국의 과세당국 모두에 상호합의절차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월 “한국의 조세제도를 평가해 조세 비협조국 지정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겠다”는 내용을 정부에 보내왔다. 그 뒤 한국 정부는 “EU를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EU 경제재정이사회는 결국 작년 12월5일 한국 등을 ‘조세 비협조국(Tax Non-cooperative jurisdiction)’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특혜 논란을 빚은 외국인 투자기업지원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EU와 약속, EU 경제재정이사회는 지정 50일만인 지난 1월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한국을 조세 비협조국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때 EU가 주로 문제 삼은 것이 바로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지역과 경제자유지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제도’였다. 외국인 투자에 대해 차별적인 혜택을 줘서 경쟁국의 세원을 잠식한다는 게 EU 측의 문제제기였다.
EU는 작년초 “제도개선을 통해 조세감면의 불합리성을 제거하면 조세비협조국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권고했지만, 한국 정부는 작년말 세법 땐 외국인 투자에 대한 조세감면을 폐지하지 않고 1년 지난 뒤인 올해 세법 개정안에 반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