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부터 전국의 세무사들에 배달된 6월 2일자 ‘세무사신문’ 27면.
느닷없이 전임 한국세무사회장과 이번 선거에서 세무사회장과 윤리위원장에 출마하는 인사들의 기사형 화보집(?)이 실렸다.
각 후보들이 후보등록을 끝내고 지방세무사회별로 진행하는 순회투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다.
세무사신문은 정구정 전 세무사회장이 김완일 전 서울회장과 남창현 전 감사를 대동하고 국회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는 9장의 사진을 1개면 전체에 게재했다.
‘정구정 전 회장, 김진표 국회의장과 정우택·김영주 국회부의장 및 윤재옥·박광온 여야 원내대표 등 방문’이라는 제목인데 기사인지 사진첩인지 성격이 모호하다.
특히 모든 사진 기사에는 누구를 만나긴 했는데 ‘언제’ 만났다는 시점이 없다. 기사에서 필수 요건인 날짜가 생략됐다. 작년에 만난건지, 올해 만난건지, 몇 달 전인지 알 수가 없다.
더욱 기괴한 것은 핵심 내용이 ‘세무사업계 관심과 지원 건의’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감사’의 방문인데, 이런 국회 활동에 한국세무사회를 대표하는 원경희 현 회장의 사진은 전혀 없다.
“전임 회장이 현직 회장을 ‘패싱’하는 것인지...”라며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 의아하다는 회원들 반응이 많다. 한 원로 세무사는 “선거 지원의 의도로 보여지며, 세무사 회원들을 바보로 여기는 안하무인의 행태”라고 분개했다.
세무사회 홍보이사를 역임한 한 세무사는 “세무사신문이 특정인의 사유물화 하고 선거에 이용한다는 얘기는 많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회원 회비로 발행되고, 세무사회장이 발행인인데 어떻게 이런 기사가 게재될 수 있는지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무사신문은 신문편집위원회가 기사 내용을 심의해 최종적으로 제작한다”면서 “선거에 영향을 끼치고 현직 세무사회장을 망신 주는 이런 기사를 게재토록 한 이유를 세무사신문편집위원장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