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支 중 여섯번째… 집 지켜주는 수호신
뱀띠들, ‘성품 고상하고 용모 단정해’
2013년 계사년(癸巳年)은 뱀의 해다. 게다가 흑계사년이다.
흑계사년은 “지혜의 물결이 넘쳐나는 장류수의 해”라고 한다.
뱀은 12支 중에 여섯 번째 동물로 우리 민족은 예부터 뱀은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믿어 신앙의 대상으로도 삼는다.
불교에서는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을 뱀신이라 해 “무지한 인간들을 일깨워 지혜의 등불을 밝혀주고 가르쳐서 올바로 살게 하도록 해줌은 물론 일체의 병으로 하여금 완전케 해줌으로써 광명을 찾게 해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뱀꿈을 꾸면 대체적으로 길몽으로 해석하고, 꿈에서 많은 뱀을 보게 되면 하는 일이 잘될 뿐 아니라, 뱀을 만지는 꿈을 꾸게 되면 부자가 되고, 뱀이 치마 속으로 들어오면 잉태하게 된다고 믿는다.
뱀띠생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성품이 고상하고 용모가 단정하며 도덕관념이 강해 윗사람을 존경할 줄 알고 언행이 바르다고 한다.
또한 부지런하고 자유분방하며 붙임성이 있어 외교수단이 좋다.
특히 뱀띠는 “용모가 단정하고 학업과 예능에 능하며 문무를 겸비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십이지 동물 가운데 뱀처럼 상상의 세계에서 많은 이야기를 가진 동물도 없었다.
한국 설화 속에서 뱀은 인간의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대리자로서 인간 내면의 여러 요소가 기묘한 동물인 뱀의 입과 몸을 빌려서 나타난다.
조상들은 일찍부터 인간과 천상과 지상의 힘, 즉 우주 자연의 원리와 나란히 할 때 비로소 인간다워지며 천심과 땅의 현실을 결합시키는 사람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활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지혜의 소산이 십이지 문화이고, 띠 동물인 뱀은 거대한 십이지 문화속의 작은 상징으로 나타나게 됐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두마리 뱀이 지팡이를 가운데 두고 서로 얽혀 있는 ‘헤르메스의 지팡이’의 뱀은 평화의 상징이다. 대립되는 양극의 균형을 통해 균형과 조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중국 창조신화는 인간의 얼굴에 뱀의 몸통을 지닌 두 창조주의 존재를 표현하고 있다. 대홍수, 진흙으로 빚어 만든 인간, 지혜를 전해주는 뱀 이야기는 신화학자들이 지적하는 원형의 이야기처럼 인류 신화 곳곳에 담겨 있다.
일례로 그리스 신화 속의 괴물 메두사 이야기를 보면 메두사의 머리카락은 뱀이다.
이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몰래 정을 통하다 아테나 여신에게 들켜 저주 때문에 흉악한 모습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영웅 페르세우스는 아테나의 도움으로 헤르메스의 날개신발을 빌려 메두사의 목을 베는 데 성공한다.
메두사의 목에서 흘러나온 피에서 하늘을 나는 말 페가수스가 태어났고, 그 피는 맹독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힘을 지녔으며, 의료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는 그 피를 써서 인간의 병을 치료했다고 전해진다.
죽음과 파괴 상징하는 강력한 권능
반면 뱀의 맹독은 그 치명적인 위력 때문에 인간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뱀은 생명과 치유의 신성을 표현할 뿐 아니라 죽음과 파괴를 상징하는 신의 강력한 권능을 나타낼 때도 있다.
힌두교 파괴의 신 시바신은 푸른 얼굴과 부은 목으로 그려진다. 인간을 위해 세상의 독을 모두 마셨기 때문에 푸른 얼굴을 지녔다는 것이다.
몬순으로 홍수가 왔을 때 물에 빠져 죽는 사람보다 떠내려 온 뱀에게 물려죽는 수가 더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킹코브라는 때때로 진리를 지키고 세상의 혼돈과 폭력으로부터 평온을 유지하는 존재로 표현된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 북방 불상들은 그 배경을 연꽃 등으로 표현한 반면, 인도와 남방의 불상들은 목덜미를 활짝 펴고 공격 채비를 갖춘 코브라의 모습으로 종종 그려진다.
불교의 전설에 따르면 깨달음 직전 깊은 명상에 든 부처를 숲속의 사신(蛇神)이 독충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켰다고 한다.
지혜와 변화, 재생과 탈피 상징
인도, 태국, 캄보디아 등을 잇는 남방 신화에는 뱀이 우주의 생기와 대지의 뜻을 전하는 전령, 진리의 수호자로 숭배된다.
농사철이 끝날 때 죽음처럼 자취를 감춘 뱀은 이른 봄이 오면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나타나 또 다시 생명의 계절이 시작됐음을 알린다.
허물을 벗은 뱀은 언제나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고 자기 한계를 탈피하는 생명체이다.
때문에 신화 속의 뱀은 영겁의 시간을 지키며 끊임없이 재생하는 생명의 기운을 담고 있다.
신화의 뱀이 늘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 성경은 뱀을 인간을 타락으로 이끈 사악한 존재로 표현한다.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뱀은 태초의 여인 이브에게 금단의 열매를 따먹으라고 유혹한다.
선악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신과 같이 되어 선과 악을 알 수 있게 된다고 속삭인다.
그 결과 인간은 낙원에서 추방되고 노동의 고통을 짊어졌으며 뱀은 영원한 저주로 온몸으로 땅을 기어가게 됐다고 전하고 있다.
뱀에 대해 문화에 따라 대자연의 전령과 생명의 기운으로 파악하고, 다른 편에서는 가축을 물어 죽이는 사악한 존재로 보기도 한다.
신화 속의 뱀은 대부분 지혜와 변화와 재생과 탈피를 상징한다.
과거의 흔적으로부터 허물을 벗어 거듭나며,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생명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게다가 인간의 지혜를 밝혀 악을 물리치는 진실의 수호자가 신화 속 뱀의 상징이다.
신의 상징 또는 숭배
한편 우리나라에도 뱀을 애완 동물로 기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지구상의 서식하는 뱀 종류는 약 2700여 종이나 되며, 길이가 10m가 넘는 비단뱀에서 13㎝밖에 안 되는 소경뱀까지 크기도 여러 가지이다.
파충류인 뱀은 외부 환경에 의존하므로 번식이나 활동을 위해서는 체온을 올릴 수 있는 서식 장소를 찾아다녀야 한다.
뱀은 사람을 의도적으로 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화에는 죽음을 전하는 사탄으로 또는 그 형태 때문에 신의 상징으로 사용하거나 숭배하는 경우도 있다.
크기가 작은 종류의 뱀 같으면 미꾸라지나 잔 물고기 같은 것으로도 사육이 가능하지만, 구렁이나 큰 종류의 뱀 같은 것은 쥐나 병아리 등을 먹는다.
뱀은 습기가 많으면 피부병에 걸리고, 영양 상태가 나빠서 쇠약해지거나 사육 케이스 안이 지나치게 건조하면 허물을 벗을 때 몸 여기저기에 낡은 껍질이 남게 된다.
또한 뱀은 이 껍질들이 딱딱하게 말라붙어 다음 번 허물을 벗을 때까지도 떨어지지 않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