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거래규모별로 15~55% 누진과세…싱가포르, 자산유형별 세분 과세
한국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관리를 사실상 방치, 가상자산거래소 해킹과 시세조종에 따라 이용자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과세 체계도 정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가상자산 거래량에 따라 세율을 누진적으로 적용하고 있고, 싱가포르에서는 가상자산 유형을 ‘지불형’과 유틸리티형, 증권형으로 세분화 해 각각 다른 과세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은 17일 “한국은 세계 154개국 가상자산 거래국가 중 거래 수신량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거래가 많지만 사실상 금융당국이 방치, 해킹과 시세조종에 따른 이용자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김범준 단국대 교수(법학과)는 양 의원실이 ‘가상자산 산업발전 및 이용자보호 제도화 방안’을 주제로 지난 13일 개최한 정책심포지움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한 법제화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에서 “일본 국세청은 지난 2017년 ‘가상자산 세무처리 지침’을 발표, 자발적 신고에 따른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가상자산 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은 경우 이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가상자산의 종류·용도·소재 등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일본의 금융소비자는 ①가상자산을 법정 화폐로 교환할 때 ②가상자산을 판매 또는 증여할 때 ③가상자산을 팔거나 다른 가상자산과 교환할 때 ④가상자산으로 상품(또는 서비스)를 구매할 때, 각각 소득세 납부 의무를 부담한다.
특히 얼마전 기획재정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밝힌 바, 가상자산을 채굴해서 취득한 경우에는 채굴 때 소요된 경비를 제외하고 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특이한 것은 일반 기타소득은 20%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가상자산 거래는 거래 규모에 따라 최소 15%에서 최대 55%의 누진세율을 부과한다.
김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가격 변동성과 금융시스템 안전성 위협 등 가상자산 거래가 낳는 각종 문제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일본이 가상자산에 대한 체계적 관리감독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임을 거듭 강조했다.
싱가포르는 가상자산의 성격을 잘 유형화 해서 특성별 과세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체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 대가를 지불하는 ‘지불형 토큰’과 블록체인 시스템 기반 응용프로그램(또는 서비스)에 디지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유틸리티 토큰’, ‘증권형 토큰’에 중점을 둬 과세 방안을 제시한 사례다.
김 교수는 “싱가포르는 ‘지불형 토큰’에는 제공된 기본 상품(또는 서비스)의 값에 따라 과세하고, ‘증권형 토큰’의 경우 통상 지분 또는 채무에 해당한다고 보고 여기서 발생하는 배당 또는 이자에 과세된다”면서 “유틸리티 토큰의 경우 선불지급수단으로 취급, 거래 그 자체에는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독일 내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 거래의 회전율이 빨라짐에 따라 비트코인으로 표시된 수익에 대한 과세 문제도 제기됐다”면서 “이에 독일 과세당국은 비트코인을 경제적 자산(Wirtschaftgut)으로 분류, ‘소득세법 (Einkommensteuer)’상 과세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경숙 의원은 “지금 주요 선진국들은 가상자산거래를 단계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가상자산을 증권 또는 상품 등의 관점에서 성격에 맞는 규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에는 ‘암호화폐’가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미국, 일본 등에서 이미 가상자산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한국이 아직 과세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해 7월 국회에서 가상자산 양도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이 법안이 12월 본회의까지 통과됐다.
양 의원의 가상자산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재산적 가치로 인정하고 과세대상에 포함,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공평과세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원실은 각종 금융 관계법과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특금법)’을 비롯, 앞서 과세를 시작한 나라들의 세법과 징세 현실을 살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합리적이고 실효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