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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餘白] 11년 끈 에버랜드 선고와 편법증여
[경제餘白] 11년 끈 에버랜드 선고와 편법증여
  • jcy
  • 승인 2007.06.0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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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철 편집국 부국장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논란이 11년만에 일단 결론이 내려졌다.
법원이 삼성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에게 1심보다 높은 중형을 선고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분 및 경영권 승계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달 29일 서울고법 형사5부(조희대 부장판사)가 내린 판결은 사법부의 건재함과 우리사회에 편법행위가 존재 할 수 없음을 입증해준 용기있는 판단으로 평가됨은 물론 재계와 학계에도 큰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서울고법은 삼성에버랜드 CB 120만주를 저가 발행해 회사에 97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허태학·박노빈 전 현직 사장에게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각각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 했다.

이번 재판의 의미는 크게 4가지로 가름 된다.

첫째, 법학의 권위자로 볼 수 있는 대학교수 43명에게 손을 들어 줘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일깨워 주었고
둘째, CB 저가 발행 및 편법증여에 초점을 맞춘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였으며,
셋째, 재벌그룹에서 관행처럼 이용해온 지분 및 경영권 편법승계에 쇄기를 박았다는 점. 넷째, 공정성문제로 논란이 됐던 재판부의 위상 제고 등을 꼽을 수 있다.

에버랜드 CB 편법논란은 11년 전인 1996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버랜드 이사회는 거액의 CB발행목적을 시설자금 조달이라는 명분으로 열린다. 이사 17명중 9명이 참석, 의사결의 정족수에 미달되지만 CB발행을 결행한다.

발행가 주당 7700원으로 의결하고 120만주를 이건희 회장의 자녀 이재용씨 남매에게 팔아넘긴다. 이어 장남 이재용씨는 에버랜드 지분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한다. 이때 사회단체는 물론 대학교수들까지 재벌의 부도덕한 편법증여 행위를 비난, ‘반기업정서’가 극에 달한다.

법학 교수 43명은 연명으로 에버랜드 CB 편법증여행위를 검찰에 고발한다. 교수들의 고발내용 쟁점은 비상장 주식이지만 주당 평가금액이 7만~8만원대로 계상되는데 10분의1 가격인 7700원으로 결정, 공모를 거치지 않고 특정인에게 120만 주를 몰아 매각한 것과 이사 정족수미달 결정 무효 등이다. 따라서 에버랜드 경영진이 CB편법 매각으로 회사에 970억원의 손해를 끼쳤으며, 이는 합법을 가장한 편법증여행위로 본다고 주장한다.

재판부도 에버랜드 사건의 쟁점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해 판결한다. △피고인들의 특정경제처벌법상 배임죄 성립 △이재용씨의 재산상 이익과 에버랜드의 재산상 손해 입증△이사회 결정 무효 및 헐값 배정 인정 등으로 나타난다.

다만 이번 선고에서 아쉬운 것은 그룹총수의 지시 등 영향력 행사와 회사임원과 이사들의 공모여부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점이다.

이번 재판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없지 않으나 검찰의 과단성과 끈기있는 수사도 빼놓을 수 없는 공과 중의 공과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삼성그룹 관계자 줄소환과 서면조사를 통해 협의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에버랜드 사건은 검찰에서 공소가 제기된 이후에만 주임검사가 11번, 부장검사가 9번이나 바뀌었다. 11년 동안 험준한 산을 수없이 넘어 여기에 온 것이다.

세금을 물지 않는 재벌2세의 편법증여를 뿌리뽑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정의사회의 규범을 새롭게 생성해 내고 있다. 최근 신세계그룹 2세들의 합법적인 증여방법이 좋은 본보기로 화두에 오르고 있지 않는가.

삼성그룹 변호인단은 고법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 상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공은 대법원으로 넘어갔지만 법리상의 유·무죄를 떠나 에버랜드 ‘윤리경영’에 난 흠집은 쉽게 지워지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반기업정서는 국민으로부터 생성된 것이 아니라 기업인 스스로 불러온 것. 자성하는 모습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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