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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 납세자는 ‘봉’이 아니다
[국세(國稅)칼럼] 납세자는 ‘봉’이 아니다
  • 정창영 기자
  • 승인 2018.03.08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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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아주 당연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일단 국가를 움직이는 것은 세금이다.

▲ 정창영 주필

다소 생뚱맞은 소재 같지만 국민에게 감동을 주며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내용으로 들어가면 결국 세금이다. 경기장 건설도 그렇고 운영도 마찬가지고, 선수는 물론이고 자원봉사자에게까지 세금은 스며들어 있다.

올림픽에 사용된 다른 재원도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자세히 따지고 보면 결국 기업의 이익 부분에서 세제지원과 연관되는 등 어떤 형태로든 세금과는 연결돼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슈의 한 가운데 섰던 김여정의 방문에도, 이은 김영철의 방문에도 세금은 절대적으로 사용됐다. 정부가 이들을 위해 고급차를 대동한 국빈급 영접에 나서고 워커힐 호텔 몇 개 층을 통째로 빌리고, 서울과 평창을 오고 간 것도, 북한 응원단과 예술단을 맞아 자리를 깔아 준 것도 동력은 모두 세금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이슈가 될 한미 합동군사훈련에는 어마어마한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다가오는 봄 곳곳에 예정된 정부와 지자체 공사 현장 역시 세금으로 돌아간다.

보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시스템 자체를 움직이는 구체적인 ‘힘’은 세금에서 나온다. 청와대에서부터 지역 주민자치센터까지 공조직이 움직이는 모든 신경조직은 세금에서 동력을 얻어 구동된다. 공무원은 납세자의 세금으로 월급 받고 일을 한다.

요즘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복지정책에는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고 있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출산장려 정책이나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정부정책에 세금은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미국에서 가끔 빚어지고 있지만 세금으로 운영되는 재정 결정이 일시라도 중단되면 공무원의 모든 활동은 정지된다. 입장객을 맞는 공무원이 없어 뉴욕 자유의 여신상 입장마저 중단될 정도로 세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국가 공권력은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구체적 사례를 일일이 들 수 없을 정도로 세금은 국가운영 전반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나라 운영을 위한 혈액이자 영양분이다. 우리가 늘 체감하지 못해서 그렇지 세금은 나라운영의 공기이자 햇빛이다. 세금은 그렇다.

 

Ⅱ 이처럼 소중하게 쓰이는 세금을 거두기 위해서는 협력적 시스템이 필수다. 납세자와 정부, 여기에 요즘은 세무대리인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피할 수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피하고 싶은 것이 세금이지만 쉽게 그럴 수 없다. 국가가 법으로 엄격하게 정해 놓은 데다 현대국가 운영에 세금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요즘 납세자들은 납세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세금 납부에 있어 납세자의 역할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세금징수 형태가 과거 정부가 적극적으로 세금을 거둬가던 시절의 정부부과결정방식이 거의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납세자의 자진식고납세방식이 차지하고 있다.

자진신고납세는 납세자가 자신의 소득이나 거래내역을 스스로 정리해 납부할 세금을 계산하고 법으로 정해진 납기에 세금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납세자가 다 알아서 내는 것이다. 정부와 국세당국은 세법을 만들어 윤곽을 정해주고 납세자들이 세금을 편리하게 납부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주 임무다. 현대의 세금징수 형태는 이렇게 형성돼 있다.

물론 납세자가 알아서 내는 세금이 정확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검증내지 조사권한은 국세당국이 갖고 있다. 세무조사 권한은 납세자들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성실납세 담보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의 세금납부는 납세자가 스스로의 사업실적과 거래내역을 정리해서 세무사와 협의 조율을 거쳐 국가에 납부하는 형태가 핵심 시스템이다. 납세자와 세무사가 핵심적인 위치에 있다. 세금납부 전 과정을 납세자가 주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Ⅲ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실질적 주체인 납세자에 대해 고마움과 감사의 뜻을 전하는 날이 ‘납세자의 날’이다. ‘세금의 날’로 시작해 ‘조세의 날’로 시행하다가 ‘납세자의 날’로 자리를 잡았다. 세금의 실질적 실행주체가 납세자로 자리 잡으면서 명칭도 당연히 납세자의 날로 정해진 것이다. 시대적 조류와도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이처럼 의미가 강한 납세자의 날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세금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하고 그 쓰임새가 국가운영에 절대적인 현실에서 1년에 한번 치르는 납세자의 날 행사가 아주 요식적이고 그저 판박이 행사에 그치는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 내는 납세자, 국민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움과 감사의 뜻을 전하기보다 수많은 ‘무슨 무슨 날’ 중 하나로 치부되면서 납세자의 날 고유의 의미가 살려지지 않고 있다.

정부행사 30분 동안 상 주고, 기념사 낭독하고, 노래 부르고 끝이다. 일선세무서에서도 수 십 년 동안 똑같이 해온 판박이 행사가 이어지고는 끝이다.

당국은 납세자의 날을 맞아 납세자에 대한 고마움을 전달한다고 하지만 정작 이를 접하는 납세자들이 실감 내지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기별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세금 신고 납부까지 다 알아서 하는 ‘고마운 납세자’가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행사를 치르는 정부가 고마운 뜻을 다 전했다며 할 일 다 했다고 한다면 문제가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아이디어가 없으면 흔한 TF라도 꾸려야 한다. 어떻게 납세자에게 고마움을 전할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금’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납세자가 언제까지고 ‘봉’ 노릇을 할 것이라는 생각은 말 그대로 착각이다.

고마운 일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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