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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안이한 세제행정이 적폐 아닌가?
[데스크 칼럼] 안이한 세제행정이 적폐 아닌가?
  • 정영철 기자
  • 승인 2017.08.02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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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배당 세법’…잘못된 예규 고치려다 되레 ‘졸속’

소득원천 대주주, 자녀들에게 증여해도 소득세 전액감면

대재산가들 부의 대물림 합법적…수십조원의 세금 누수

영업권 양도-양수 필요경비 80~100%인정도 특혜논란

정영철 편집장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분배를 통한 성장을 유난히 강조하면서 저성장 양극화 현상을 동시에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앞서 며칠 전에는 각 부처마다 껴안고 있는 해묵은 나쁜 관행과 적폐를 없애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적폐 중에는 특권 행정부서의 기밀비, 판공비,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 정관예우, 기업의 비자금조성 등 이미 노출된 분야가 많지만, 꼼꼼하게 챙겨보면 노출되지 않은 적폐도 적지 않다. 노출되지 않은 적폐를 하나 둘 따져보면 그 중에는 정부가 대기업 및 재벌가를 비호해 주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이는 필자의 주관적 시각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를 대변하는 지적이다.

첫째는 ‘차등배당 세법(상증법 제41조의2)’이다. 이 법은 대주주의 누진세 면제특혜는 물론 부의 대물림을 합법적으로 허용해 줌으로써 연간 수조원의 세금이 누수현상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기본적인 조세원칙에도 반하는 세법이다.

2016년 신설된 상증법 제41조의2는 ‘소득의 원천 귀속자(대주주 또는 父)’가 자녀 등 특수 관계자에게 현금 및 주식배당을 했을 경우 그 수증자에게 증여세와 소득세 중 큰 금액을 과세한다‘는 규정이다. 과세체계에서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는 어정쩡한 세법도 문제지만 대주주의 차등배당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기업이익에서 대주주에게 배당된 현금 또는 주식을 원천 귀속자가 받지 않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경우 대주주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합법적인 부의 대물림이다. 그러나 따지고보면 실질과세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실질과세 원칙을 따르자면 배당이익의 원천이 대주주이지 자녀 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세당국은 원천소득귀속자인 대주주나 아버지에게 소득세를 과세하고 나머지 차등배당액은 수증액 비율에 따라 증여세를 과세하면 그만이다.

이 법의 맹점을 사례로 들어 짚어보자. 예컨대, S대기업 대주주가 2016년 10억원의 배당이익을 받았을 경우 소득세율 40%가 적용, 4억원의 소득세를 내야한다. 하지만, 대주주가 배당이익을 자녀들에게 각각 2억원씩 차등 배당 했을 경우 대주주 자신은 실제 소득을 0으로 보고 소득세가 면제된다.

조세전문가들도 “문제가 있는 세법이다”라고 지적한다. ‘세무조사대비 거래유형별 부당행위계산 부인’ 저자 김종관 세무사는 “신정부가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데, 소득세법의 허점 및 조세탈루 분야만 찾아내도 수십조 원의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다”며 “실제 법인세율 인상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은 10대기업에서 연간 1조3827억원에 불과(국회예산정책처 분석)해 실리는 적고 오히려 대기업의 재투자 및 일자리창출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2011년 이전의 구법(舊法)은 대주주 차등배당에 대해서는 소득누진제를 적용해 과세하고 수증의 특수관계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했다며, 따지고 보면 구법이 합리적인 세법인데, 세제실이 긁어 부스럼을 냈다”는 것이다.

대법원판례(80다 1263)는 상법 제464조의 ‘주주평등 배당원칙’을 고수하며 특수관계자 차등배당은 ‘주주평등원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차등배당에 대한 문제점 지적에 대해 세제실 관계자는 “2011년 10월31일 생성된 예규는 지분율 초과배당 이익에 대해 증여세과세를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대법원 판례에서 이 예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규정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상증법 41조의2의 법률을 신설했다. 신설 상증법은 증여세와 소득세 중 과액이 많은 쪽을 택하도록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득의 원천이 대주주이기 때문에 대주주가 차등배당을 포기한다고 해서 과세 면제부를 주는 것은 특혜라는 지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본다.

차등배당에 대한 문제점은 어제오늘에 불거진 것이 아니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차등배당’을 치면 교수, 조세전문가들의 논문이 줄기차게 올라와 있고, 한편으로는 대주주 및 대재산가들에게 상증세 절세 컨설팅에 도움을 주겠다는 홍보 안내도 수없이 발견된다.

세제실의 미흡한 예규생성으로 인한 문제로 대주주들은 지난 7년동안 특혜배당(?)으로 세금 한푼 내지 않고 부를 대물림하고 있는데도 방치하고 있다면, 대법원 판례가 말해주듯 ‘주주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차등배당에 대한 세법만큼 연간 수십조 원의 소득세가 누수되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영업권 양도양수기업이다. 사업용부동산과 함께 양도하는 영업권은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으로 보는 반면, 사업용자산과 함께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영업권에 대하여는 사업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과세형평성에도 맞음에도 불구하고 단독적으로 양도하는 영업권으로 보아 기타소득(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7호)으로 과세하면서 양도한 개인은 80%의 필요경비를 공제한 후 20%에 대하여만 과세하는 한편, 영업권을 인수한 법인기업은 5년간에 걸쳐 감가상각을 통하여 100%의 필요경비를 인정해 주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양도한 개인은 법인의 대표자나 임원으로 사업을 계속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얻은 소득 80%에 대하여 과세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감면혜택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예컨대 개인기업이 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양도 양수를 합쳐 180%의 필요경비를 인정받아 대표자는 엄청난 소득세 감면혜택을 누리게 된다. 줄줄이 새는 대주주 및 대재산가들의 소득세. 세제실이 알면서 방치하게 되면 공평과세원칙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무사안일 조세행정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납세자의 돌발적 행동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찔한 북인천세무서 ‘시너 방화미수 사건’, 따지고보면 서민의 조세저항이다. 차등배당처럼 불균형으로 개인적인 소득이 증가하는 소득세 증세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사업과 관련한 법인세의 경우에는 증세가 정답이 아니라 세법 속에 감춰진 불필요한 감면 적용 등 숨은 세원만 찾아내도 법인세율 인상으로 얻는 세수의 몇 곱절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비춰보면 안이한 세제행정이야말로 적폐가 아닌가?

/정영철 국세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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