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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想칼럼] 살림살이가 늘 팍팍한 이유
[稅想칼럼] 살림살이가 늘 팍팍한 이유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7.06.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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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논설위원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이 말은 2002년 대선 때 권영길 후보가 던진 대국민 질문이었다. 그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께서는 어떠십니까? 15년이 지난 지금 살림이 좀 나아졌나요?

서민들은 열심히 일해도 살림살이는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쪼그라들고 있다는 느낌인데 이건 왜 어디서 오는 걸까? 사람들의 탐심(貪心)이 커서 살림살이는 늘어가는데도 마냥 헛헛한 걸까? 이 헛헛함이 근거 없는 주관적 느낌인지 아니면 서민 삶이 정말 쪼그라들고 있는 것인지 한번 꼭 챙겨봐야 할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해방 이래 70년간 정부나 유식한 분들이 노상 주창해온 이야기는 기업이 커져야 일자리도 만들어주고, 기업이 자라야 임금도 늘어난다는 거였다. 소위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와 선성장 후분배론이었다.

이건 대표적인 친기업 정책 논리인 바 조지 W.부시 대통령도 대기업이 성장하면 하위 저소득 계층에게도 그 혜택이 흘러내릴 거라는 이유로 낙수 이론에 근거한 경제 정책을 폈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측정해보니 소득격차, 사내 유보금과 부채는 동시에 증가됐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피케티도 미국이 80년대 초반부터 신자유주의 낙수효과를 채택한 결과 오히려 소득격차가 심화되었다고 지적한다. IMF에서도 상위 20%의 소득이 1%포인트 늘면 경제성장률은 0.08% 하락하고, 하위 20%의 소득이 1%포인트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38% 증가했다는 정례보고서를 내놓았다. 각국에서 낙수효과는 사실상 허구적 주장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수효과를 신앙처럼 여기고 대기업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으로 일관하여 온 우리 정부의 입장은 별로 바뀌지 않아 왔다. 선성장 후분배의 굳건한 신앙은 과연 무너질까? 낙수효과 신념을 버릴 날이 오기는 할 것인가? 하위계층의 쪼들림을 외면하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은 한 것일까?

한국 경제를 살펴보자.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지난 10년(2002~2012)간 3.8%를 달성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임금의 증가율은 2.1%에 그쳤다. 더 짧게 2008~2012을 잘라서 보면 경제성장률은 3.2%인 반면에 실질임금은 고작 0.5% 증가했고, 금융위기 이후(2007~2012) 1인당 국내총생산은 13.7% 증가했으나 실질임금은 2.5% 증가하는데 그쳤다. 생산의 3요소 중 노동을 외면하고 토지와 자본에 분배하는 것이 심화되고 있다. 선기업 후근로자의 분배방식은 백번 양보하여 한국전쟁 직후의 개발독재시절이라면 몰라도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조차 같은 기조라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임금이 공평한지를 알아보는 또 다른 지표는 노동소득분배율이다. 이는 기업이 만들어낸 총 부가가치에서 근로자가 가져간 몫의 비율이다. 이 비율조차 1975년 이래 최근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한국노동연구원 연구보고서).

그럼 그 많은 부가가치는 누가 다 가져가는가? 지대소득이나 경영 이윤으로 가져간 거다. 이제 서민들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곤궁한 그 느낌은 허상이나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서민들의 삶이 늘 팍팍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에 육박한다지만 그거야 말로 통계의 허상이다. 대기업과 부자계층이 챙긴 소득을 전국민의 머릿수로 공평(!)하게 나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 구조를 개선하여 저소득계층의 소득을 늘리고 삶을 개선해줘야 그 소득으로 소비를 늘리고 시장이 돌아갈 것이다. 소득을 늘려 주어야 수요가 늘고, 수요가 있어야 생산을 한다. 생산을 하려면 또 시설 투자를 하여야 한다. 선순환이다.

1970년대 히트송을 하나 소개한다. “서로 서로 도와서, 땀 흘려서 일하고, 소득 증대 힘써서, 부자 마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고 박정희 대통령이 작사 작곡한 새마을 노래 가사다. 서로 도우며 땀 흘려 일하면 소득 증대가 되고 부자가 된다는 거였다. 이는 독재자인 작사가의 꿈이자 국민의 꿈이기도 하였다. 국민들은 그 말을 믿고 열심히 일했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렀다. 그간 열심히 일한 우리 서민들 모두 부자가 되었는가? 서로 돕긴 한 것인가? 혹시 대기업만 도와준 건 아닐까?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치려면 경제정책이나 조세 정책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평사원의 2400만원도 근로소득이고 재벌 총수의 100억대 상여도 같은 근로소득이라는 소득분류가 옳아 보일까.

주말 주야 일하여 5억을 받는 사람도 40%, 해외여행 다니면서 배당으로 150억을 받는 사람도 같은 40%인 세율은 과연 공평한 것일까. 이자와 배당 소득은 자본가의 대표적인 생산 요소인 토지와 자본에서 발생하는 베짱이 소득인데 몸 하나로 버는 근로소득과 같은 종합소득 세율로 과세하는 건 옳은 일일까.

애플이나 페이스북, 쇠덩어리가 하늘을 나는 것을 모두 서양에서 생각해내는 것은 왜일까? 국민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능력을 갖는 게 애국이란 생각이 든다. 괴짜가 왕따가 아니라 스타가 되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애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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