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분식회계에 깊이 관여한 혐의를 받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부실감사에 대한 제재 수위가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12개월 부문 영업정지 제재가 내려질 전망이지만 오는 20일 발표에 따라 사실상 딜로이트안진의 존폐 여부가 결정된다.
증권선물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는 지난 9일 회의를 열어 안진회계법인의 영업정지 수위를 안건으로 심의했다.
증선위 관계자는 "오는 15일 정기 증선위에서 추가적인 논의를 한 후 20일 임시 회의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영업정지 이상의 중징계 처분이 내려질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모아진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안진회계법인에 12개월 부문 영업정지를 사전통지한 바 있다.
안진은 영업정지 이상의 처분을 받게 되면 당장 4월 초 예정된 외부감사 신규·재계약이 불가능해진다. 사실상 회계법인으로서 영업정지 결정 자체는 등록취소나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다.
영업정지 대상과 범위가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를 포함해 약 1100여개에 대한 신규감사 계약 금지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리위는 12개월 부문 영업정지는 그대로 유지하되 영업정지 범위를 상장사 신규계약에 대해서만 제한하는 것으로 제재수위를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장사 100여개에 대한 신규감사 계약만 금지될 전망이다.
이같은 조치는 안진이 영업정지가 되면 폐업 위기를 염두에 두고 선처를 요청한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영업정지 행정 처분을 받은 청운회계법인, 산동 등의 회계법인들이 한결같이 폐업한 전례가 있다.
'회계업계 빅4'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을 2010년부터 6년간 외부감사를 맡으며 수조원의 분식회계를 눈감아줬거나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회계업계는 삼일PWC가 전통적인 1위 자리를 지키며 안진과 삼정KPMG가 2·3위 다툼을 벌여왔다. 4위는 EY한영이다.
영업수익으로 놓고보면 과거 안진이 삼정에 우세를 보이며 2위를 유지했지만, 작년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의 여파로 각각 영업수익 3006억원과 3004억원으로 안진이 삼정에 우위라고 볼 수만은 없다.
안진이 영업정지 이상의 중징계 처분을 받게 되면 회계업계의 국내 판도는 한차례 지각변동을 통해 빅3 체계로 재편될 가능성도 점처져 왔었다.
본사 격인 영국의 딜로이트 측과의 제휴 관계 유지도 장담할 수가 없다. 딜로이트와 안진은 파트너십을 맺은 관계를 맺고 있다. 1845년 런던에서 윌리엄 딜로이트(William Welch Deloitte)가 세운 딜로이트는 기업의 회계 감사, 세무, 컨설팅, 금융 자문, 리스크 분석, 법률 업무를 대행하는 영국의 다국적 컨설팅 그룹으로 미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