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들이 비밀 계좌를 개설해 거액 자산가의 탈세를 돕는 방식이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인 탈세를 도운 혐의를 받는 40여 개 스위스 은행이 미국 법무부와 각각 합의한 뒤 작성한 합의서를 분석한 결과 은행뿐 아니라 자산관리회사, 투자상담회사, 보험회사 등도 연루돼 있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은행은 1만 개 이상의 미국인 계좌에 총 100억 달러 이상을 예치해 있었으며, 불법 행위가 입증돼 처벌되는 것을 피하려고 합의금을 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26억 달러, UBS가 7억8천만 달러에 합의한 게 대표적이다.
또 탈세를 한 5만4천 명의 미국인도 법무부에 총 80억 달러 이상을 납부했다. 스위스 은행들은 미국인이 국세청(IRS)의 감시를 피해 탈세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도왔다.
몇몇 은행들은 실제 돈의 소유주를 숨겨주려고 보험회사의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를 만들었다.
또 고객에게 당국의 추적이 어려운 무기명 직불카드(Debit Card)를 주고 계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파나마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에 유령 회사를 만들고 이 회사의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어 고객을 도와준 일도 있었다.
은행 직원과 고객이 암호로 소통하기도 했다. '노래를 다운로드 해 줄 수 있습니까'라는 말은 돈을 인출해 달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당국의 추적을 피하고자 금을 사도록 한 뒤 친척의 계좌에 보관해 주는 방법도 활용됐다.
미국이 스위스의 대형 은행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 나가는 중에도 소형 은행들은 고객을 늘리고자 노력했다.
2008년 말 UBS가 기소될 위기에 처했을 때 미그로스 은행(Migros Bank)은 회의를 통해 미국인 고객을 잡는 게 남는 장사라고 결론짓고 2009년과 2010년 2년 동안 75명의 미국인 고객을 늘렸다. 이 중 많은 고객은 미국 당국으로부터 집중 조사를 받은 스위스 대형 은행에서 옮겨온 경우였다.
은행뿐 아니라 자산관리회사, 투자상담회사, 보험회사 등도 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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