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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이상한 분식회계 처벌
[데스크칼럼] 이상한 분식회계 처벌
  • 정영철 기자
  • 승인 2015.08.2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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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철 일간NTN편집장

금융당국, 대우건설 5000억원 대 분식회계

주범은 빼고 종범 만 20억, 10억원 과징금

또 삼일회계법인 연루, 1위 회계법인 오명

처벌 선진국처럼 중과실 경과실 처벌 바람직

금융당국이 5000억 원대 분식회계 논란을 빚어온 대우건설에 대해 이상한 처벌을 내렸다. 주범은 빼놓고 종범만 처벌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청년회계사회(회장 이총희)는 19일 공식논평을 통해 ‘분식회계는 있으나, 분식회계를 한 사람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솜방망이 처벌로 분식회계를 장려하는 금융당국, 선진제도를 들여왔다면 처벌도 선진국을 본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어 “이번 처벌에서 피해자(회사)는 20억원, 경찰(감사인)은 10억원의 과징금 처벌을 받았는데 가해자(분식회계책임자) 처벌은 왜 빠졌느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청년회계사회 “솜방망이 처벌”공식논평

1년 이상 끌어오던 대우건설 분식회계에 대한 논란이 26일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증선위의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는 대우건설에 20억원의 과징금을,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에는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5000여 억원의 분식회계 규모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분식회계의 주체인 경영주에 대한 처벌이 빠졌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라는 법인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분식회계를 한 것은 아닐 진데, 이번 감리위원회의 결정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제재나 검찰 고발 등의 조치는 보이지 않고 감사인과 회사에 대한 제재만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분식회계의 주체에 대해 오해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분식회계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거대한 폭력이다. 폭력의 희생자는 회사를 믿고 투자하는 선량한 국민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처벌 기준이 세워지지 않고 또 흐지부지 빗겨 간다면 우리의 자본시장은 혼돈 속으로 빠져 들 것이다. 많은 피해자들이 증선위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대우건설 분식회계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짚어보자. 대우건설의 주인인 주주들의 입장에서는 분식회계로 인해 투자금에 손해를 보고, 과징금으로 다시 한 번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회계법인 역시 마찬가지다. 고의로 회사의 분식회계를 눈감아주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 열심히 감사를 해도 분식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감사보수의 두배 가까운 금액을 과징금으로 내게 된다. 문제의 요체는 회계감사시장의 구조적인 모순에 기인된다. 문제에 대한 개선요구는 외면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처벌은 가장 빠른 것을 보면 감사를 수행하는 회계사의 입장에서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경찰이 범인을 못 잡았다고 벌금을 내라고 한다면 과연 누가 경찰업무를 할 것이며, 피해자에게 피해를 본 것도 잘못이니 처벌을 한다면 바람직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정작 범인은 가만히 둔채로 말이다. 재무제표의 작성책임은 분명 회사에 있다. 회사, 더 정확히는 회사의 경영진이 분식회계의 주체인데 이번 발표에서는 그 주체에 대한 처벌이 빠져있다.

이번 과징금 처벌에 적용된 것으로 보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 429조(공시위반에 대한 과징금)와 제125조(거짓의 기재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 1항을 보면 다음 각 호의 자가 배상의 책임이 있고 과징금의 부과 대상이다.

1. 그 증권신고서의 신고인과 신고 당시의 발행인의 이사

2. 「상법」 제401조의2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그 증권신고서의 작성을 지시하거나 집행한 자

3. 그 증권신고서의 기재사항 또는 그 첨부서류가 진실 또는 정확하다고 증명하여 서명한 공인회계사ㆍ감정인 또는 신용평가를 전문으로 하는 자 등(그 소속단체를 포함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조문의 순서가 중요성의 순서는 아니겠지만, 분식회계의 주범을 처벌 할 수 있는 근거가 1, 2호에 엄연히 존재함에도 이를 건너뛴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식의 잘못을 무조건적으로 감싸주기만 하는 것이 교육에 좋지 않듯이, 기업의 활동을 무턱대고 봐주기만 한다면 건전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이야기다.

◆미국의 경우 CEO에 24,25년 징역형

처벌의 대상도 문제지만, 분식회계에 대한 양형기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려가 필요하다. 미국의 엔론, 월드컴 사건에서 CEO는 각각 24, 25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굵직한 대기업들의 분식회계 사건을 보면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과징금 역시 미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수준이다. 수천억원의 분식회계를 하고도 20억의 과징금으로 끝난다고 한다면 과연 누가 분식회계의 유혹을 거부할까? 게다가 분식을 지시한 당사자는 처벌 대상에 포함이 되지도 않으니 말이다. 분식회계를 수행한 주체들에게 강력한 처벌이 있지 않고서야 이러한 역사는 계속 반복될 뿐이다.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 역시 구체화 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단순과실의 경우에는 20억원, 중과실의 경우 150억원이 과징금의 상한선이다. 감사인이 최선을 다 했음에도 구조적으로 밝혀낼 수 없는 부분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임무를 해태 하거나 공범이 되는 경우에는 더욱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청년회계사들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감사인이 져야하는 책임 역시 회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적절한 권한이 주어진 후에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운다면 회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아직 우리의 현실은 권한 없는 책임뿐이라며 금융당국에 시급한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의 경우 과징금 한도 고작 20억원

대우건설 분식회계 사건을 보면 분식회계의 주체인 경영주 처벌은 빠져있고 회계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부실감사의 책임을 물어 10억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았다. 피상적인 측면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은 국내 최고의 회계법인 이다. 감사인도 이에 다를 바 없는 최고이어야 한다. 분식회계를 눈감아 주거나 야합해서는 안 된다. 인력규모나 외형만 가지고 최고라 할 수 없다. 특히 회계감사업무는 기업의 건강과 불특정 다수의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해주는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삼일회계법인은 회계감사만은 도덕불감증에 걸렸다는 불신감 그 자체다.

삼일회계법인은 재작년 코스닥 상장법인 포휴먼의 분식회계를 도와준 혐의로 137명의 주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소송에서 법원은 피해 주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분식회계의 일부 책임을 물어 삼일회계법인에 14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 했었다. 뿐만 아니다. 한솔신텍, 현대상선, 동양그룹의 동양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에도 연류되어 오명을 남겼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수십조원의 누적적자를 숨겨 부실감사라는 의혹이 제기되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에서의 분식회계가 계속 발생되고 있는 이유는 대우건설처럼 금융당국이 주범을 빼고 종범 만 처벌 하는 등 솜방망이 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처럼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를 중과실과 경과실을 구분해 중과실의 경우 무거운 처벌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징금 최고 한도가 20억원이라니, 이래가지고는 ‘분식 도둑’을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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